공영주차장은 멀고, 불법 주차는 벌금
주차난 현실적 해결법 지자체의 과제

22일 새벽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구축 빌라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모습이다. /김성하 기자
22일 새벽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구축 빌라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모습이다. /김성하 기자

# 차 좀 빼주세요. 서울로 출퇴근하는 전모 씨(남·29)는 아침 6시부터 전화를 돌린다. 집 앞 주차장에 차량이 빼곡히 들어서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빌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익숙한 듯 졸린 눈으로 내려와 차를 뺀다. 집밖에 나온 지 10여분 만에 겨우 출근길을 나선다.

주요 도심에서 빌라, 단독주택 등 오래된 주거 건물에서의 주차 공간 부족 문제로 시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2일 남양주 다산동에 있는 한 공동주택을 여성경제신문이 직접 취재한 결과 총 40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건물의 주차 공간은 단 8대였다. 

남양주시 주차장 조례에 따르면 신축 건물의 경우 가구당 1대 이상의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오래된 건물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이 주차난에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전씨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아침마다 차 빼 달라는 전화를 돌리는 게 일상"이라며 "일찍 퇴근해서 안쪽에 주차하더라도 저녁에 급히 나가야 할 때는 차를 못 빼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남양주시 다산동 한 도로에 불법 주정차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김성하 기자
남양주시 다산동 한 도로에 불법 주정차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김성하 기자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남양주시에는 총 80개의 공영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 유료 공영주차장은 노외 32곳, 노상 5곳으로 총 37개소이며 무료 공영주차장은 노외 13곳 노상 30곳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가장 가까운 공영주차장이 차로 10분, 걸어서 40분 거리이다"며 "사실상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집 앞 교회의 허락을 받아 아침에 일찍 차를 빼는 조건으로 주차하고 있다."라고 했다. 

남양주시는 공영주차장 문제 해결을 위해 '원패스 파킹'을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주차장 정보, 요금, 운영시간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다. 다만 공영주차장 위치도 주거 공간과 거리가 있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경기도의 불법 주차 민원은 2023년 262만 1천여 건에서 2024년 565만 9천여 건으로 증가해 증감률이 115.9%에 달했다. 구축 공동주택의 협소한 주차 공간으로 인한 불법 주차가 민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남양주시 다산동에 자리 잡고 있는 소형 빌라 앞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자동차가 나란히 주차된 모습이다. /김성하 기자
같은 남양주시 다산동에 자리 잡고 있는 소형 빌라 앞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자동차가 나란히 주차된 모습이다. /김성하 기자

같은 다산동에 위치한 다른 소형 빌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8세대가 거주하는 건물에 주차 공간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주민들은 집 앞 길가에 나란히 주차해 놓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주차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도로교통법 제33조에 따르면 도로의 중앙선 부근이나 도로 폭이 좁아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는 곳에서는 주차가 금지되어 있다. 해당 주민들이 거주지 앞에 주차하더라도 주차 위반으로 4~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이 지속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구축 건물 지역에서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일부 주택을 매입해 그 공간을 공영주차장으로 전환하거나 지하 주차장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아직 비용이 들지 않는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며 지자체가 주차료 등을 징수해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