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투자 자본 회수까지 약 20개월
중국인 마라탕 창업 루트 전격 분석

# 3년 전 한국에 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한국에 마라탕 열풍이 불고 있어. 너도 와서 해보지 않을래?" 전화 한 통에 가게를 정리하고 곧장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마라탕 열풍이 거세지면서 중국인 사업자들의 국내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 초밥, 파스타, 카레 등 외국 음식점은 대부분 한국인이 운영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마라탕 가게는 왜 유독 중국인 사장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을까.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표적인 마라탕 프랜차이즈 ‘탕화쿵푸’는 470개 매장을 운영하며 2021년 37억원이던 매출이 2022년 87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마라탕의 인기는 10~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였고 중국인 사업자들의 진출 열기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마라탕 열풍과 함께 중국인 사업자도 대거 국내로 유입됐다. 마라탕을 평소 즐겨 먹는다는 경기도 하남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32)는 여성경제신문에 "마라탕을 즐겨 먹는다. 그런데 마라탕 음식점을 가면 한국인 사장을 본 적이 없다. 그들에게 한국은 외국일 텐데 어떻게 창업하고 사업을 할 수 있는지 평소 궁금했다"고 했다.
유독 마라탕 음식점이 중국인 사장이 많은 이유는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마라탕 가게를 운영하기까지는 단순한 '인기'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경제신문이 한국에서 2년여간 마라탕집을 운영 중인 중국인 사장 A씨(여·42)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A씨는 익명을 요구했다. 그는 "한국에서 마라탕이 인기라는 정보를 확인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관광 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현지 시장 조사를 진행한 뒤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마라탕 창업 관련 정보는 주로 중국 현지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플루언서의 활동으로 빠르게 알려진다. A씨는 "도우인(抖音, 중국판 틱톡)과 샤오홍슈(小红书, 중국판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마라탕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정보가 중국 내 요식업 종사자들에게 빠르게 전해졌고 한국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중국인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창업을 위해선 한국 내 마라탕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본사의 시장 조사, 매장 위치 선정, 교육과 인테리어 지원을 통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이 한국에서 창업하려면 'D-8 기업 투자 비자(외국인 투자비자)'가 필요하다. 인베스트코리아에 따르면 이 비자는 최소 1억원 이상의 자본을 투자해 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을 취득한 경우 발급되며 이를 통해 사업 등록 후 합법적으로 한국 내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초기 자본은 보증금, 월세,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하며 A씨는 자신의 경우 약 4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본사 지침에 따르면 자본 회수 기간은 평균 17~20개월로 상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A씨는 "매장 위치, 가게 월세, 고객 유입 패턴 등 실제 흑자를 내는 시점은 천차만별이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마라탕 가게는 프랜차이즈나 본사의 지원을 통해 창업이 이루어진다. 본사는 창업자들이 더 쉽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A씨는 자본이 많은 일부 중국인 사업자들은 직영점을 내고 매니저를 통해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도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본사가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장사를 하더라도 재료 수입에 대한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며 "본사의 체계적인 지원 덕분에 자본만 어느 정도 있다면 창업 초기 단계부터 가게 오픈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창업자들이 마라탕을 선택하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본사의 지원을 받아 창업이 상대적으로 쉽고 마라탕에 대한 한국 젊은 층의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마라탕의 특성상 재료 관리가 용이하고 조리 과정이 단순해 인건비 절감에도 유리하다.

다만 현장에선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중국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업을 이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한국인들이 중국인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중국 음식점은 지저분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주방을 오픈형으로 리모델링했고 두 나라 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강사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인과 결혼해 아이들이 있다"며 "우리 세대는 괜찮아도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서로의 문화를 더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마라탕이 중국에서 온 음식일지라도 한국인 입맛에 맞게 현지화된 음식이다. 음식은 그 자체의 맛과 경험에 더 중점을 두는 소비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국민의 혐중 감정이 중국 음식 소비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