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공식 행보엔 정치적 의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 상황
전직 대통령 상징성 부여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경기도청을 방문했다. 문 전 대통령의 공식적인 방문 목적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수원컨벤션센터는 경기도청과 인접한 곳이어서 가는 길에 경기도청을 들를 수는 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차피 문 전 대통령과 김동연 지사는 해당 행사에서 조우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굳이 문 전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 지사를 만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 지사와 함께 산책까지 했다는 것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치인들의 공식 행보란 거의 예외 없이 정치적 의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의 경기도청 방문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 전 대통령의 경기도청 방문의 진의가 궁금해진다.

문 전 대통령 가족은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의 취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인데 이재명 대표도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 전 대통령과의 연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의 이번 김동연 지사의 방문 역시 검찰의 수사에 대항하기 위한 ‘진영 단합을 위한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김동연 지사를 방문한 시점과, 이재명 대표 관련 두 개의 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나온 시기가 묘하게 겹친다는 점을 주목하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즉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되기 시작하니까 민주당 내부의 권력 지형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를 방문했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이런 민주당의 변화에 모종의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지사가 영입한 친문계 보좌진이 문 전 대통령과 김 지사의 회동 자리에 함께했다는 사실은 이런 추론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번 회동은 김동연 지사에게 이재명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대권 주자라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줄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번 회동을 통해, 자신이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여기서 ‘이미지’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의 대통령에게는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막강한 권력’은 사라진다. 권력은 집중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본인 생각에는 민주당 내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싶겠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의 사례를 생각하면 이런 측면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에서는 ‘친명 횡재, 비명 횡사’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나돌았었다. 공천은 정치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문 전 대통령이 힘이 있었다면 공천에서 비명·친문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이런 말이 공공연히 떠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당시 친문 정치인들 대부분은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탈당했었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문 전 대통령은 힘이 없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전직 대통령도 그러하듯이 ‘상징성’은 가질 수 있다. 이번 문 전 대통령과 김동연 지사의 만남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대권 도전을 꿈꾸는 정치인에게 ‘상징성’을 부여한다는 해석은 가능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지금 사법 리스크로 고민이 많은 이재명 대표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관계가 원활하다고 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의 적지 않은 부분은 문재인 정권 때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이번 김동연 지사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을 예사롭게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가 문 전 대통령에게 어떤 입장을 취할지 두고 볼 일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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