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운동은 기본자세가 중요하다
기본자세가 몸에 익기 전에는
다른 사람과 탁구하지 마라"
(지난 회에서 이어짐)
탁구장 코치가 정한 규칙은, 초보자는 레슨을 받은 후 회원들과 탁구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회원들이 탁구 치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친목을 다지는 모임, 탁구장 베란다에서 행하는 먹거리 파티에 참석하는 것은 가능했다.
코치가 이 강력한 규칙을 정한 이유는 기본자세를 몸에 익힐 때까지는 다른 사람과 탁구해서는 안 된다는 코치 나름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에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기본자세가 몸에 익혀지기 전에 다른 사람과 탁구하면 공을 쳐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기본자세를 망치기 일쑤라고 하셨다.
요즘 초보자 가운데 짧은 기간 레슨을 받고 회원들과 탁구 치는 사람(지금은 이사해서 다른 탁구장을 이용하고 있음)을 보면, 레슨 받을 때의 자세와 달리 팔이 어지럽게 춤추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을 따라가다가 다급한 마음에 다리를 번쩍 들면서 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엔 공이 제대로 상대편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기본자세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 좀 더 배우고 다른 사람과 치기를 권한다.

그 당시 나는 레슨이 끝나면 혼자서 기본 자세를 복습하거나 회원들이 탁구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분은 자세가 너무 예쁘다. 코치가 가르쳐 준 그대로네! 저 사람은 탁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었을까? 얼마 동안 레슨을 받으면 나도 저렇게 칠 수 있을까? 나도 빨리 배워서 저 사람들과 어울려 탁구를 치고 싶다’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꽤 오랫동안 포핸드 자세의 레슨만 받았다. 퇴근하면 바로 탁구장으로 출근(?)하여 열심히 배웠다. 어느 날 코치가 탁구 고수(?)를 부르더니 나랑 딱 10분만 치라고 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탁구대 앞에 서서 무릎을 살짝 굽히고 오른쪽 허리를 살짝 비틀며 기본자세를 취했다.
코치님은 탁구대 위에 반원을 그려주면서 여기로 오는 공만 받아넘기라고 했다. 그 외 공은 받으려고 애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받아넘기는 공은 상대방 코트의 대각선 방향으로 넘기라고 하셨다. 드디어 코치가 아닌 다른 사람과 공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긴장되면서도 기뻤다.
고수가 친 공을 내가 받아넘기고 내가 넘긴 공을 고수가 다시 받아쳤다. 기분이 짜릿했다. 10분은 정말 짧았다. 쏜살같이 지나갔다. 처음 아이스크림을 맛본 순간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지던 그때처럼···. 아이스크림 맛이 혀에 남아있어 그 맛을 조금 더 음미하고픈데 그 아이스크림이 땅에 떨어져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던 것처럼 아쉬웠다. 처음으로 코치가 아닌 사람을 상대로 맛본 탁구의 맛이 어찌나 상쾌한지 날아갈 것 같았다.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탁구 /김정희
코치님은 차렷 자세를 시키고 고수를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게 했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게 하셨고···.
아쉬움과 기쁨이 뒤범벅되어 있는데 코치가 나를 불렀다. 앞으로 고수랑 탁구를 하게 되면 "딱 10분만 가르쳐주세요"라고 말하고 10분만 쳐야 한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그 고수도 운동하러 왔으니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그분 수준에 맞는 상대랑 운동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또 하나, 경기 중에 상대방이 멀리까지 공을 주우러 갈 때 같은 방향으로 갔다가 돌아와야지 탁구대 앞에 멀뚱멀뚱 서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하셨다.
난 지금도 이 원칙은 충실하게 지키려고 애쓴다. 그리고 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을 보면 탁구에 관한 기본 예의를 배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음회로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