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탁구야! 놀자]
가족 분위기의 두 번째 탁구장에서
제대로 탁구를 배웠다
배고프면 탁구장 밥솥에서 밥 퍼고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서 식사 해결
(지난 회에서 이어짐) 일주일에 3번, 20분씩 탁구 레슨을 받기로 하고 라켓과 탁구화를 사기로 했다. 라켓은 사용하기에 편한 셰이크핸드를, 신발은 평상시 신는 운동화보다 한 사이즈 큰 신발을 주문했다.
레슨 첫날, 코치는 탁구대 앞에 서는 자세, 라켓 잡는 방법, 그리고 팔동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하신 후 시범을 보여주셨다. 거울 앞에 서서 라켓을 이마까지 올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세(요즘은 자세가 달라졌다고 함)를 100번 반복하라고 했다. 그 자세를 몸에 익혀야 하니 매일 거울 앞에 서서 100번씩 반복하라고 하셨다. 그것이 숙제였다.
레슨받으러 탁구장에 도착하면 레슨을 받기 전에 거울 앞에 서서 라켓을 이마까지 올렸다가 제 자리로 돌아오는 자세를 100번씩 반복했다. 코치는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자세라고 말씀하셨다. 코치가 공을 던졌을 때 기본자세를 바르게 하면 공을 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공을 던져 주겠다고 하셨다.
코치가 던지는 공을 대각선 방향으로 받아치는 그 짜릿함이 아이스크림을 처음 맛보았을 때만큼 달콤했다. 무릎을 조금 굽히고 허리를 살짝 돌리면서 라켓을 이마까지 보내는 동작을 수없이 반복했다.
오래전에 코치가 가르쳐 준 포핸드 자세를 취해 탁구치는 모습 /김정희
집에서,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수업 마친 후에, 그리고 탁구장에서 열심히 연습했다. 운동은 폼이 중요하다. “폼생폼사, 폼생품사(Form生 Form死)!”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폼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쳤다.
폼과 함께 중요한 것이 집중력이었다. 날아오는 하얀 공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눈이 아플 정도였다. '반드시 내년 서울시교육감배 탁구선수로 뛸 것이다'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갑자기 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다. 부득이하게 첫 번째 탁구장과 이별했다. 이사한 후에 집 안 정리, 아이들 학교 적응 문제 등으로 차일피일 탁구장 가는 것을 미루게 되었다. 그다음 해가 거의 끝날 무렵에 다시 탁구라켓을 잡게 되었다.
이번 탁구 코치는 휠체어를 타고 가르치는 분이었다. 학교 동료의 소개로 그 코치를 만났는데 이분은 장애인 탁구대회가 있을 때 국외로 원정 감독을 가는 분이셨다. 여전히 일주일에 3회, 20분이라는 레슨 규정은 있었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 월요일에 레슨을 20분 넘게 해 주시고 화요일에 가도 여전히 20분 넘게 레슨을 해 주시고 상황이 되면 레슨 시간과 횟수에 관계없이 열심히 가르쳐 주셨다.
첫 번째 탁구장에서는 레슨 끝나면 곧장 집으로 왔다. 코치가 정확히 던져주는 공은 받아 칠 수 있으나 탁구장 회원이 요리조리 던져주는 공은 받아 치기 어려우니 탁구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레슨 끝나면 주섬주섬 신발을 갈아신고 집으로 가야 했다.
이런 상황은 첫 번째 탁구장과 같았으나 다른 점이 있었다. 탁구장 분위기였다. 첫 번째 탁구장에서는 회원들과 친하지 않았다. 배운 기간도 짧고 초보라서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두 번째 탁구장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한 가족처럼 지냈다.
탁구장에 먼저 오는 사람이 걸레 빨아서 탁구장 바닥, 탁구대를 청소하고 어쩌다가 퇴근이 늦어서 저녁을 먹지 못하고 곧장 탁구장으로 오는 사람은 탁구장 전기밥솥에서 밥 한 공기 퍼고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서 밥 먹고 허기를 채운 후 탁구를 했다.
탁구장 문 닫는 시간이 되면 마지막까지 탁구 친 사람들이 탁구장을 정리했다. 막 도착했는데 누군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으면 스스럼없이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회원들이 밑반찬을 만들어오기도 하고 맛난 음식을 사 와서 같이 먹는 그런 탁구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먹거리 사 오는 분들이 많았다. 여름이면 냉장고에 수박과 아이스크림이 먹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이면 탁구장 옆 넓은 야외 베란다에서 삼겹살 파티도 했다. 회원들이 상추, 고추, 오이 등을 가져오고 부침개를 준비해 오기도 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경계에 있는 시골 같은 동네였다. 탁구장 옆이 밭이었다.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의 탁구장이었는데 기본 규칙이 하나 있었다.
(다음 회로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