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당·입법' 분야 가장 부패하다고 여겨
강성 지지층 위주 정치, 정당 대표성 약화해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로 국회가 소득 없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여야가 일부 민생 현안을 두고 협력하려는 기류를 보인다. 그러나 일시적인 면피용 협력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당이 팬덤 정치를 이용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국민의 정당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법은 정당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은 정당을 부패한 집단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의 '2023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 일반 국민, 기업인, 전문가들의 경우 '정당·입법' 분야를 가장 부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도돌이표' 정쟁이 지속되면서 정당과 정치에 관한 비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팬덤 정치 문제가 나오면서 정당의 대표성이 더더욱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팬덤 정치 사례의 부작용으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들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로 대표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의 팬덤도 유명하다. 이들은 '민주당 안에 있는 보수 인사'로 여겨지는 인물들을 '수박'이라고 부르며 배척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개혁신당 역시 이준석 의원 팬덤과 무관치 않다. 이 의원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반페미니즘 성향인 2030 남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지지층을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팬덤 정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팬덤 정치의 부정적인 면이 긍정적인 면보다 많이 보인다. 상대방을 자꾸 악마화하고 적대시하고 이런 쪽으로 가는 경향이 없지 않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정치적 상대방을 설득하고 양보하게 만들며 자신도 양보해 타협안을 도출하는 것이 정치"라며 "그런데 정치가 감성화되면 타협과 협상의 대상인 정치적 상대방을 적으로 여기게 돼 정치는 사라지거나 '퇴화'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팬덤 정치는 껍데기뿐인 공약과 극단적 진영 갈등을 발생시키고 이는 정치 피로감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청년층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 투표 저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0 총선을 앞두고 지난 3월 실시한 '제1차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이번 22대 총선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18~29세가 56.8%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러한 팬덤 정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아예 정치인들의 팬덤을 비교하며 우리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6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한 대표의 팬덤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팬클럽 '위드후니'인데 깜짝 놀란 건 굉장히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개딸들처럼 인격 모독적인 문자 폭탄을 날리는 것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 부총장은 "그런데 팬덤의 속성상 그렇게 갈 가능성과 위험성도 있다"며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 대표가 공언했지만 그런 팬덤하고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그들을 이용한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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