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정치 후진국 면치 못하는 한국
끊임없이 권력 쥐려는 욕심만
훌륭한 인재 정치계 입문해야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후진국에서 GDP 12위가 됐다. 다만 우리나라는 경제는 선진국이지만 정치는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 때문에 나라가 혼란하다는 평이 다수다. 흔히 "정치인의 말은 믿을 거 못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국가와 국민보다 소속된 정당이나 사익이 먼저인 정치인이 많아서다. 22대 국회가 곧 개원한다. 이제부터라도 안목(眼目) 있는 정치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국회가 절실하다.

인간은 휴면기가 필요하다. 어떤 직업,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들은 잠시도 휴면기를 갖지 않으려고 한다. 당직도 끊임없이, 연속으로 맡으려고 한다. 또한 장관이나 수석 자리도 노린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당선 가능성과 관계없이 다시 출마하겠다고 나선다. 자신의 능력이나 수준은 고려치 않는다. 국가나 국민을 위한 아젠다는 온데간데없이 자기만이 적임자라는 착각에 빠져 정치를 한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한순간도 놓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고질병이다. 자기보다 더 능력 좋은 사람이 곁에 있어도 안하무인이다. 자기 손에 권력을 쥐어야만 만족한다. 이런 이기적인 욕심이 앞서는 정치인들이 여야를 망라한다. 한국 정치가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수목이 크게 또는 단단하게 성장하려면 한 번쯤은 서리도 맞아보고, 앙상한 가지로 차디찬 한설도 견뎌야 한다. 때로는 폭설에 파묻혀 얼어보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봄에 더 많은 과실을 맺을 수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휴면기를 갖고 에너지를 충분히 축적해야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쉬지 않고 자라는 생명은 없다. 정체기도 겪고, 동면기도 거쳐야 다음 해에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갑각류도 탈피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덮고 있던 오래된 껍질을 과감히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힘, 높은 권력을 얻으려면 위치에 맞는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소위 '팬덤 정치'도 위험성이 많다. 팬덤 정치는 열성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는 감언이설과 행동을 일삼는다. 결국 일부 극성 지지자들에게만 환영받고 국민 전체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한다.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 공생관계 속에 서로를 이용하는 아바타 정치인만 양산하게 된다.
팬덤 정치에 끌려다니는 건 철학이 없어서다. 팬덤 정치에 의지할수록 국민과 나라가 아닌 극성 지지자들을 위한 정치만을 펼친다. 팬덤 정치가 일시적으로 당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 자신을 가두는 족쇄가 된다. 그런 정치인은 선동꾼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대의보다 자신의 권력욕이 앞서면 국민을 현혹하고 조종하는 데 거리낌 없어진다. 이런 정치인은 끊임없이 분열을 조장한다. 그 분열과 대립을 통해 자신의 정치 영역을 극대화시킨다. 숲 전체를 무시한 채 나무 끝에 매달린 나뭇잎 하나의 흔들림을 탓하기 일쑤다. 정치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유튜버는 대중을 선동한다. 이제 끝없이 대립하는 정치는 멈춰야 한다.

백수의 왕 사자나 호랑이가 자리를 뜨는 것은 코끼리가 위협해서도 아니고, 하이에나가 영역을 침범해서도 아니다. 그 이유는 한 치 앞도 못 보고 사는 하루살이들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지겨워서다.
별것도 아닌 일로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며 징징거리는 하루살이들의 성화는 백수의 왕을 미치게 만든다. 결국 질려버린 사자, 호랑이는 자신의 영역을 버리고 떠난다. 하루살이들이 이겼다고 환호성을 지를 수 있으나 하루살이들끼리 모여 만든 세상은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하루살이 삶을 벗어날 수 없다.
큰 인물일수록 멀리 보는 안목(眼目)을 지닌 인물을 그리워하는 법이다. 하루살이처럼 근시안을 지닌 사람이 주변에 많으면 큰 인물은 외로움을 느낀다. 반면에 하루살이 같은 그들은 매일같이 별것 아닌 일로 지지고 볶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결국 안목 있고 훌륭한 인재는 정치를 멀리한다. 잠시 정치에 몸담았더라도 차츰 정치계를 떠나게 된다. 한국 정치가 낙후될수록 안목 없는 자들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도맡게 된다. 대한민국을 이끌 큰 재목이 나타나도 하루살이 같은 인사들이 큰 정치인이 될 인물을 발붙이지 못하게 막고 있는 형국이다. 큰 정치인이 정치계에 입문하고 성장하려면 기존 정치인들의 안목이 높아져야 한다. 국민과 유권자들의 선택도 현명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치만 안정되면 언제든지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수 있다. 큰 인물들이 정치계에 다수 입문해야 한다.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차기 대권 주자 중에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과도기에는 차선으로 하루살이들의 성화를 견뎌내는 현자(賢者)가 우선한다.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된다.
백재권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