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각종 기기·플랫폼서 앞다투어 적용
모두가 한 번쯤 짚어 봐야 할 때다
맥락 이해·방향 잡아가는 건 인간

오픈AI의 새로운 모델 GPT-4o을 설명하는 소개 영상. 시연자들은 AI와 대화를 하며 필요한 답을 이끌어낸다. /사진=OpenAI 유튜브 캡처
오픈AI의 새로운 모델 GPT-4o을 설명하는 소개 영상. 시연자들은 AI와 대화를 하며 필요한 답을 이끌어낸다. /사진=OpenAI 유튜브 캡처

장면 1. 얼마 전 동창 모임에서 한 친구가 핸드폰 화면으로 유튜브 한 편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이것 좀 봐. 오픈AI가 지난 5월에 공개한 최신버전 GPT를 소개하는 영상인데, 이제 AI가 할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없는 것 같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야.”

친구가 소개한 AI 모델은 ‘ChatGPT-4o’였는데, 문자는 물론 음성으로 대화하면서 답을 구할 수 있는 GPT-4의 멀티모달(multimodal) 시스템이다.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함께 고려해 관계성을 학습하고 처리하는 인공지능 모델로 세계 50개 언어를 지원한다고 했다.

영상 속에 등장한 AI는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로 감정과 톤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어려운 수학 문제를 시각 기능을 이용해 단계별로 차근차근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들은 영화 <그녀(HER)>의 AI 사만다가 현실에 등장했다며 입을 모았고, 실용음악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 친구도 AI를 사용해 우수한 곡(작사와 작곡 모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즘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50대 우리 친구들은 그렇게 한참 동안 닥쳐온 AI 시대에 대해 감탄과 한탄을 나누었다.  

장면 2. 주한 프랑스 대사관과 비즈니스 프랑스가 주관하는 ‘프랑스 문화·창조산업 엑스포(ICC IMMERSION)’에 참여했다. 문화공학, 몰입형 콘텐츠, 디지털 창작물, 영상산업 등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역동성을 가지고 활약하는 15개 프랑스 기업을 소개하고 관련한 내용의 콘퍼런스와 네트워킹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행사였는데, 재단이 운영하는 KF XR 갤러리와 그곳에서 전시되는 디지털 신기술 기반 실감형 작품들과 이를 통한 글로벌 문화교류 사업에 대해 소개하는 키노트 스피치(기조연설)를 하기 위해서였다.

세션 전 부스를 돌아보며 흥미로운 콘텐츠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만날 수 있었다.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한 여러 가지 사업들이 전시되었는데 그중에서도 AI 도구를 활용해 웹툰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AI를 통한 생성형 아트로 맞춤형 디지털 기념품을 제작하는 기업, AI를 사용한 게임 설루션 기업 등 인공지능의 활용이 특히 눈에 띄었다. 다양한 문화 분야에 AI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간과 소통하는 AI라는 GPT-4o 공개 이후, 자신의 AI 비서와 사랑을 하게 된다는 영화 ‘그녀(Her)’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영화 ’그녀' 스틸컷 /사진=㈜더쿱 제공
인간과 소통하는 AI라는 GPT-4o 공개 이후, 자신의 AI 비서와 사랑을 하게 된다는 영화 ‘그녀(Her)’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영화 ’그녀' 스틸컷 /사진=㈜더쿱 제공

장면 3. 몇 주 전부터 AI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신기술과 미디어, 예술 작품을 연결하는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아트센터 나비의 교육프로그램 중 AI 이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되어 신청했다.

총 4회의 수업인데 인공지능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 교육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텍스트 및 비주얼 작업, 이를 위한 프롬프팅 엔지니어링(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적합한 입력 방법), 인공지능의 한계와 전망을 여러 주장과 폭넓은 사례들을 통해 이해하는 중이다.

GPT의 최신 모델과 이와 연결된 DALL-E 프로그램(오픈AI가 개발한 이미지 생성 모델)을 통해 원하는 텍스트와 이미지도 구현해 보았고, Luma-AI를 통해 텍스트를 통한 영상 제작도 경험했다. 수업을 통해 AI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 어느 정도 이해를 했고 다양한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며 이 기술이 내보내는 결과치에 매번 놀라고 있지만, 무엇보다 AI 기술을 대하는 입장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AI는 사람의 두뇌가 기능하는 것처럼 인공 뉴런을 만들겠다는 과학자들의 의지와 노력의 결과로, 쉽게 말하면 기계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겠지만 결국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 철학자이자 뉴미디어 연구자인 마테오 파스퀴넬리와 블라단 욜러는 2021년 발표한 누스코프(Nooscope) 선언을 통해 AI를 지식의 추출 도구로 정리했다. AI를 더도 덜도 아닌 인간이 만들어 낸 관찰 도구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지(cognition)의 작용이 아닌 패턴인식을 수행하는 인식(perception)을 위한 알고리즘이라는 강사의 설명에 동의한다. 인지란 사물을 감각하며 쌓은 경험 지식을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아는 것 즉 '앎'에 관여하는 정신 활동이며, 인식은 지각 과정의 후기 단계로 센서에 의해 취득한 정보를 가공하고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등 자극에 대응하는 반응의 일종이다.

지난 한 달여 동안 AI를 경험한 몇 가지 장면들을 떠올려 봐도 AI가 실제 내 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AI 기술에 대한 기대만큼 다양한 층위의 우려도 존재한다.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들을 채워가며, 잘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갑자기 챗GPT에 'AI의 한계'에 관해 묻고 싶어졌다. 이해와 창의성 부족, 데이터 의존성, 윤리적 문제 등 8가지 리스트를 단번에 정리해 낸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답을 가지런히 제공하는 순발력은 여전히 놀랍지만, 그 짧은 답변을 읽으며 그 사이의 맥락을 이해하고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 건 결국 우리라는 과제를 받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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