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거북목 증후군에서 목디스크까지
이제야 깨닫게 되는 몸의 신호들

오랫동안 앉아서 일을 하다 보면 허리는 무너지고 목은 빠진 자세가 된다. 목디스크 판정을 받고 나니 이런 상태로 오랜 시간 보냈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랫동안 앉아서 일을 하다 보면 허리는 무너지고 목은 빠진 자세가 된다. 목디스크 판정을 받고 나니 이런 상태로 오랜 시간 보냈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저녁 먹은 후부터 팔이 저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어깨부터 시작해 팔목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아픈 부위가 넓어졌는데 집에 있는 파스를 있는 대로 붙여봐도 소용이 없었다. 팔 전체가 아리고 후끈거려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똑바로 누워 있는 것도 힘들어 엎드려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고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였다.

다음 날 오전에는 그래도 좀 견딜만해서 출근을 했고, 퇴근하자마자 사무실 근처 정형외과를 찾았다. 전날 밤의 증상과 손에 힘이 안 들어가고 저릿한 느낌이 계속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의사는 목 부위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엑스레이 결과 뼈가 눌려 있지는 않았지만 명백하게 일자형 경추인 거북목이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으로는 경추 사이에 있는 추간판의 손상 그러니까 목디스크 여부까지는 확진할 수 없으니, 이 정도 거북목 목 상태라면 MRI를 찍어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며 영상의학센터를 연결해 주었다.

‘손발이 저리는 증상까지 있으니 목디스크라고 예상되는데 디스크 상태에 따라 치료로 가라앉힐 수도 있고 수술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며 급한 대로 진통제와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주변에서 디스크로 힘들어하는 경우를 보기도 하고 듣기도 했지만 한 번도 내 이야기가 될 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50대 갱년기 여성으로 몸이 이전같이 않고 불편한 여러 가지 증상을 겪고 있지만 디스크까지 치료하게 될지는 몰랐다. 

다행히 MRI 판독 결과 수술까지는 안 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경추 한 군데 디스크가 조금 밖으로 나와 있었는데, 우선은 투약과 물리치료를 통해 치료해 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몸을 관리해야 할지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알다시피 거북목 증후군은 거북이가 목을 뺀 자세처럼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앞으로 굽어지는 자세에서 발생하는 통증들이다. 머리보다 낮은 위치의 컴퓨터 화면이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보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목, 어깨의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상태를 그대로 두면 결국엔 목디스크(추간판 탈출증)까지 이어진다.

거북목 그러니까 일자형 목뼈에서는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에 지속적인 무게가 가해져 결국 디스크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상태가 된다(거북목은 정상적인 C자형 목뼈에 비해 2~3배 더 무거운 머리 무게를 지탱해야 한다).

사실 오랫동안 승모근이 뭉쳐 있고 목뒤가 뻣뻣한 상태로 지내왔는데도 ‘피곤해서’, ‘근육이 뭉쳐서’, ‘잠을 잘 못자서’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곤 했는데 그런 안일한 태도가 결국 이렇게 디스크 판정까지 받게 만든 것이다. 진작에 몸의 상태를 유심하게 살피고 돌봐야 했는데, 후회해도 소용없는 시기에 꼭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몸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다. 질병의 치유도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내 몸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다. 질병의 치유도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건강이 안 좋아지면 펼쳐보는 책이 있다. 캐나다 의사 게이버 메이트가 쓴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김영사)인데, 현재의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근본적인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증상이 발발하거나 병이 진단되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이 일어나야 한다. “이 병은 내 과거와 현재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와 “앞으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런데 많은 치유 방식들이 무엇이 병을 발생시켰는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이 두 갈래 치유 방식 중 오로지 후자에만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며 부정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비관적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무엇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무시했는지', ‘내 몸이 무엇에 대해 아니라고 거부하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해 보며 이를 의식한 채 치료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질문이 없이는 몸의 균형이 깨진 현 상태의 원인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는 말이다.

돌이켜보니 40 초반 기관지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급성천식으로 힘들었을 때도 내 몸의 신호를 무시했었다. 정신신경면역학(스트레스 등의 심리상태가 면역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걸 전제한다)으로 생각해 보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렸고, 그 상태에서 감기에 걸린 채 치료가 더뎌졌다.

이런 상태가 폐의 기도인 세기관지를 팽창시켜 염증이 생기게 만들고, 그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져 결국은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과 가족,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던 시기에 나를 돌보지 못한 결과였다.    

질환은 몸의 상태를 몸이 드러내는 현상이다. 병원에서 증상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원인인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치유는 어려워진다. 지금부터라도 몸이 전하는 신호를 유심히 살피고 필요한 조처를 해야겠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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