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방산업계 최초 미국 업체 인수
선진 군함 시장 진출 위한 교두보 마련

대우조선을 품에 안고 해외시장 확장을 목표로 하던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방산업계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고 현지 선박 제작에 나선다.
26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2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전날 1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조선·방산 시너지를 위해 계열사 중 한화오션(조선)과 한화시스템(방산)이 인수에 참여한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새롭게 출범한 회사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 조선소는 1997년 미 해군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됐으며 현재는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아커사(社)의 미국 자회사다. 현재 약 1550명이 일하고 있으며 미국 최대 규모인 길이 330m, 너비 45m 독(dock) 2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건조된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 왔으며 상선뿐 아니라 미 교통부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해상 풍력 설치선 등 다양한 선박을 건조했다. 작년 매출은 약 4억1800만 달러(약 5800억원)이었다. 조선소의 규모를 감안하면 1억 달러는 비교적 싼 값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 6년간 적자가 이어진 건 변수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북미에서 생산 '거점'이 필요했던 한국 조선소와 인력난과 기술 부족으로 생산 경쟁력이 떨어진 미국 조선소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계약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조선소들의 기술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미국 연안을 오가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돼야 한다'는 미국 존스 법(Jones Act)에 따라 사실상 경쟁 없이 나눠 가진 건조 물량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인력난까지 맞물려 납기 지연은 일상이 됐다. 필리 조선소도 인력난과 기술 노하우 부족으로 생산 능력이 급감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황이었다.
한화오션은 북미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3단계로 나눠 사업 확장을 할 계획이다. 우선 앞선 제조 기술을 전수해 미국 조선소의 원가 경쟁력을 높여 현지 상선 수주를 확대할 수 있다.
이후 핵잠수함 등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선박을 만들고 수리하는 인프라가 부족한 미 해군을 상대로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확장한다. MRO 사업이 안착하면 이 실적을 바탕으로 20조원대 미 군함과 약 60조원대 캐나다 잠수함 시장을 선점하겠단 게 한화오션의 목표다.
미국 현지 반응도 우호적이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21일 현지 언론에 "한화의 필리 조선소 인수는 미국의 해양 전략에서 획기적인 이정표"라며 "미국 조선업의 경쟁 환경을 바꿀 것이고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조선소는 한화가 끝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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