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대북 확성기·군인 침범
철원군 민방위 대피시설 특별점검
갈등 자제 국면···위기 재발할 우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GPS 전파 교란 공격에 한국이 ‘대북 확성기’ 재개로 맞서는 등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되자 접경 지역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강원 철원군은 잦아지는 북한의 도발에 따라 만약의 경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접경지역 민방위 대피시설을 특별점검한다고 13일 밝혔다. 주민과 군청, 군부대, 경찰이 함께 점검을 진행해 기관별 대피시설 관리상태, 안내·유도 표지판·비상용품 구비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철원 DMZ 내 남방한계선에 위치한 용양습지는 지난 10일 군부대의 요청으로 운영이 한때 중단됐다. 또한 철원군 근남면 비무장지대(DMZ) 내에 위치한 승리전망대는 오는 7월 1일까지 운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앞서 지난 9일 낮엔 북한군 20∼30여명이 경기 연천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 방송·사격 이후 퇴각하기도 했다. 그 30분 후 정부는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공식 발표한 뒤 오후 5시부터 방송을 북한 지역으로 송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주인공인 배우 손예진과 현빈 /연합뉴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주인공인 배우 손예진과 현빈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나오듯 우리 민간인이 북으로 우연히 넘어갔을 때 인도주의적 대우를 받을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군은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를 총격한 바 있다. 당시 사격한 초병은 이후 북한 국기훈장 1급을 받고 순회강연까지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에도 서해에서 표류하던 공무원이 피격됐다.

2019년 방영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한국 재벌 2세 여성과 북한 장교 남성 간 로맨스를 그린다. 당시는 남북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하는 등 평화 무드가 조성됐던 때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9·19 남북군사합의는 효력 정지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보낸 서면에서 "북한이 대남 대화 기구를 대부분 다 폐지했기 때문에 갈등 발생 시 남북 간 조정할 만한 기구나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소한 충돌이 크게 확전되거나, 북한이 전방이나 북방한계선(NLL)에서 우발적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에 격렬히 반발해 왔다. 2015년 8월 목함 지뢰 사건에 박근혜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은 열흘 만에 우리 확성기 쪽으로 여러 발의 포탄을 발사했고 전방 지역에 준전시 상태까지 선포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다만 최근 북한이 추가 도발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남북이 자연스레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를 조절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자제 분위기가 언제든 바뀌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대북전단 추가 살포를 예고했다.

야권에선 북한 자극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6·15 남북정상회담 24주년 기념식에서 한반도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기 때문에 햇볕정책과 6·15 남북공동선언을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대북 전단과 오물풍선, 대북 확성기 방송 이것은 모두 대화를 배척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