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해미백일장 김상미 님 입상작

요양원에서 이 어르신 /김상미
요양원에서 이 어르신 /김상미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한 이 어르신은 수척해진 모습으로 요양원에 오신다. 병원 생활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죽음으로 가는 시계추가 빨라진다.

“몸 좀 어떠셔요?”

“괜찮아. 생각해 줘서 고맙소!”

“다리 좀 주물러 드릴까요?”

힘겹게 팔을 저으며 내 팔을 잡으려고 하는데 침상에서 위로 올리지 못한다. 단백질이 빠진 가죽이 뼈에 아슬하게 걸쳐 있어서 그런지 근육이 보이지 않는다.

“괜찮아, 이런 거 하지 않아도 돼.”

다리를 살짝 주무르며 이 어르신을 본다. 간지러운 곳이 있어도 이젠 자신의 손으로 긁을 수도 없다. 몸을 뒤척이고 싶어도 마음뿐이다.

“이 늙은이를 찾아와줘서 고맙소!”

“잘 드셔야 건강을 챙기실 수 있어요. 억지로라도 한 그릇 다 드셔야 해요.”

“그래. 고맙소.”

이 어르신은 조용히 다리를 주무르는 내 손을 바라보고 있다.

“손 아플 테니 이젠 그만해. 고맙소.”

다리가 시원한 것보다 젊은 사람이 값없이 친절을 베풀어주니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것 자체로 이 어르신은 미소를 보인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이 활성화되어 활력과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늘 같은 자리에 느티나무처럼 든든하게 서 있는 어르신, 어르신은 우리 요양원의 그루터기다. 시냇가에 있는 나무처럼 마르지 않는 잎사귀로 인해 쉼과 평안을 느끼게 한다.

“바쁠 테니 어여 가봐~”

“안 바빠요. 그리고 어르신과 이야기하는 것이 제 일인 걸요.”

“어쩜 그리... 고맙소!”

“어르신에게 배운 거랍니다!”

이 어르신은 얼굴을 찡그리며 바랜 핏줄이 한 곳으로 움직이더니 힘겹게 콜록대신다. 가래가 목 안에 걸걸하다.

“좀 앉으시겠어요?”

침상을 올려 드렸다.

“제가 시 한 편 읽어드릴까요?”

이 어르신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으신다.

 

'그 산에는 殘雪 같은 그리움이 있다 한*도 2019

허둥지둥 살다가 오늘처럼 지치고 견디기 힘들 때면 목메어 불러봅니다. 어둠 속에서도 허공 속에서도 부르고 손짓하는 곳이면 늘 그곳에 계신 어머니. 천 번인들 만 번인들 묵묵히 참고 견디며 지킴 목으로 계시는 당신. 포근한 눈빛 잔잔한 미소 어디 가서 당신을 뵈오리까? 부르고 또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뜨거운 행복인 줄 몰랐습니다.'

 

시를 들으며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는지 어르신은 눈가가 촉촉해진다.

“내 아들이 교장 선생이야. 시를 참 좋아하지.”

“이 시는 아드님이 어르신을 생각하며 쓰신 거예요.”

“그래, 아들 향 내음이 묻혀있네. 내 아들. 내 새끼. 또 부르고 싶은 내 자식~”

70이 넘은 아들이 아직도 아이 같은가 보다. 아들을 생각하는 이 어르신에게 진정한 행복이 느껴진다. 귀한 아들 밥상 앞에서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엄마 같다.

삼 년이 지났다. 이 어르신은 표정이 굳어 심장만 가느다랗게 뛰고 있다. 이따금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도 허공 속에서도 부르고 손 짓는 곳이면 늘 그곳에 계시는 어머니. 늘 그곳에 있는 내 아들. 내 새끼.

이 어르신은 아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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