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해미백일장 김명숙 님 입상작

내가 근무하는 치매 전담실은 개성이 뚜렷하고 치매 증상도 제각각인 16명의 어르신이 모여 자유로우면서도 정돈되고, 어수선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힐링하우스다. /김명숙
내가 근무하는 치매 전담실은 개성이 뚜렷하고 치매 증상도 제각각인 16명의 어르신이 모여 자유로우면서도 정돈되고, 어수선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힐링하우스다. /김명숙

우리 요양원 안에 한옥 카페를 연상케 하는 자연 친화적이면서 낯설지 않은 공간으로 재탄생한 2번째 치매 전담실이 만들어졌다. 내가 근무하는 치매 전담실은 개성이 뚜렷하고 치매 증상도 제각각인 16명의 어르신이 모여 자유로우면서도 정돈되고, 어수선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힐링하우스다.

개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치매 상태가 호전되어 가는 모습을 일상으로 관찰할 수 있음에 가슴 뿌듯함의 보람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반실에서는 TV만 보시거나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셨던 어르신들이 치매 전담실로 입성한 후로는 매일 세 차례씩 치매 프로그램에 참여하신다.

처음에는 억지로 모시고 나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실로 모이셔서 여러 어르신과 어울리시면서 단체성과 사회성 및 협동심이 늘어난 것일까.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고 관심을 두게 되면서 그동안 사용하지 못하던 손, 발등을 움직여 상·하체 근력운동을 키워주고, 뇌 기능 저하를 막아주고, 온몸 터치 운동과 치매 예방을 해주는 생활체조 프로그램은 신나는 음악과 함께 어르신들을 가장 활기 넘치게 해준다.

언제부터인가 망각으로 인해 멈춰지고 깊숙이 숨거나 파묻혀버린 기억을 되살리는 현실 인식 프로그램은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밝은 빛을 찾는 것처럼 어르신들을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게 한다. /김명숙
언제부터인가 망각으로 인해 멈춰지고 깊숙이 숨거나 파묻혀버린 기억을 되살리는 현실 인식 프로그램은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밝은 빛을 찾는 것처럼 어르신들을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게 한다. /김명숙

언제부터인가 망각으로 인해 멈춰지고 깊숙이 숨거나 파묻혀버린 기억을 되살리는 현실 인식 프로그램은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밝은 빛을 찾는 것처럼 어르신들을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게 한다. 한자 한자 짚어가며 읽다가 천천히 글씨를 쓰게 되고, 간단한 단어들을 이어서 그림을 만들어 짧은 문장을 완성하게 하는 낱말 공부는 그 시절에 즐겼던 놀이들을 추억하게 만들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가며 지남력을 갖게 해줄 뿐 아니라, 공부를 놀이로 만들어 흥미롭게 추억을 소환해 준다.

취미를 되살려주고, 가지고 있던 잠재적인 재능을 가늠케 하는 미술치료는 창의력을 발휘하여 재능을 뽐내게 하고, 자유롭게 내면을 표현하고 마음을 치료하는 출구가 된다. 그렇게 해서 완성하신 작품들을 전시해 놓으면 서로의 작품을 비교해 가며 대화를 나누시면서 보람과 성취감과 자아정체성을 느끼시는 것 같다.

왕년에 한번 놀아보셨던 어르신들은 그 끼를 유감없이 나타내는 노래방과 노래교실은 떠나갈 듯 노래와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준다. 직접 마이크도 잡아보고 가수 못지않게 열창을 하는 분들과 음정, 박자도 안 맞지만 신나게 소리 지르는 모습은 꼭 열정이 샘솟는 소년, 소녀 같으시다.

알츠하이머로 떨리는 손으로 체조를 따라 하시는 어르신들 /김명숙
알츠하이머로 떨리는 손으로 체조를 따라 하시는 어르신들 /김명숙

이렇게 프로그램별로 색, 맛이 다 달라서 어르신들의 호응도 가지각색이지만 우리가 놀라운 것은 어르신들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누워만 계셨고, 아무 의지력도 없는 모습이었는데 다리에 힘이 생겨 조금씩 걷기도 하고, 표현도 자유롭게 하시더니 스마트폰도 척척 만질 줄 아는 어르신이 계시는가 하면 하루 종일 잠만 주무셨던 어르신은 식사도 잘 하시고, 알츠하이머로 떨리는 손이지만 체조도 따라하시고, 색연필을 잡고 글씨도 쓰시고, 색칠도 꼼꼼하게 잘하시고, 다른 어르신들과 대화가 통할 정도로 더 똑똑해지시고, 표정도 밝아지신 모습이 보여서 보호자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신다.

우리 요양 보호사들은 비록 현장에서의 케어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조금씩 호전되어 가는 모습들을 보면 가슴 뿌듯함을 느끼고 나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을 속일 수가 없다.

'알츠하이머와 치매' 그것들은 불가항력적이지만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곁에서 세밀한 관심을 통해 아니, 작은 느낌이라도 관심을 둔다면 그 시기들을 늦춰지게 할 수 있다고 본다.

고속도로 위의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늘 같은 곳을 가리키지만 도달하는 곳은 언제나 여러 갈래 길을 감추고 있는 갈림길인 반면에 요양원은 어르신들에게 마지막 종착역일지 모른다. 남은 여정의 여백을 아름답게 색칠해 가는 이곳이 따뜻함의 보금자리가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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