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규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기관 추가 배치 가산 관한 고시
1월 1일 이후 법령 변경됐지만
공단은 여전히 환수 처분 내려
행정기본법 제14조 제3항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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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이면 국정감사가 열립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감사에서 '공단이 직원 친인척 운영의 장기 요양기관 36곳을 나가봤더니 34곳이 허위 청구가 적발되었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다수 언론은 이를 보고 요양급여 부당 청구 적발을 위해 현지 조사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논란의 이면을 보면 도대체 법령 기준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우면 심지어 공단 직원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기관도 저렇게 빠짐없이 허위 청구로 적발되었겠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당국이 조사만 나가면 기준 위반이라고 적발되는 제도가 과연 현실적일까요. 조사는 과연 적정하였을까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쟁점은 없을까요. 그래서 살펴봅니다. 장기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 조사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논란이 되는 환수 처분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조사 이후의 절차는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지 등의 주제로 3회에 걸쳐 법률적인 분석과 대응 방법에 관한 기고를 연재합니다. 필자는 사법시험 합격 후 10여 년 공단 법무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규제당국 내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장기 요양기관이 처하였거나 처하게 될 어려움에 조언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장기 요양기관은 똑같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하 '법')의 적용을 받지만 당연히 그 법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다. 전자는 법을 권한의 근거로 인식할 것인 반면 후자는 이를 의무와 규제로 인식한다. 그리고 법을 권한으로 인식하는 쪽과 의무로 인식하는 쪽의 법에 대한 마음가짐이 똑같을 리 없다. 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법 앞에 조심스러운 반면 권한을 가진 사람은 이를 휘두르고 싶어 함이 당연지사다. 어느 특정 기관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300여년 전 장 자크 루소가 살폈던 인간과 권력의 본성이 그렇다.
그래서 시스템적으로 행정을 견제하는 사법과 입법의 역할이 중요하고 동시에 입법과 사법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행정기관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입법기관은 행정기관이 적절하게 기능을 수행하고 권한을 남용할 여지가 없게 법령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으며 사법기관은 법령의 기준에 맞추어 행정의 위법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여야 한다.
행정기관은 법령을 준수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권한 범위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과 절제 속에서 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법치행정이란 법률에 행정의 근거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법률의 취지에 맞추어 합목적적으로 행정권한을 행사할 것까지 요구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정기관이 자신의 권한을 절제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아예 명시적으로 규정된 법률도 준수하지 않고 처분을 내린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당연히 추후 사법기관에 의해 위법성이 확인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처분을 받는 당사자들은 지속적인 고통을 받게 된다.
당연히 법치행정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어느 영역의 일인가 싶겠지만 바로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로, 올 1월 1일 이후 장기 요양급여 제공 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 방법 등에 관한 고시가 변경되었지만 공단은 그 이후의 현지 조사와 환수 처분에서도 여전히 직종을 불문하고 '추가 배치 가산 환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1년 제정된 행정기본법은 그동안 대법원 판례나 개별 법령에 흩어져 있던 행정에 관련된 법리들을 모두 조문화해 행정영역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 규제 체계를 만들었다. 해당 법령은 행정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행정에 관한 다른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에는 그 법의 목적과 원칙, 기준 및 취지에 부합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제14조 제3항이다.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처분은 원칙적으로는 법령 위반행위 당시의 법령에 따라야 하지만 법령을 위반한 이후 그 법령이 변경되어 더 이상 위법행위가 아니게 되거나 제재 처분 기준이 가벼워진 경우로서 특별히 그 법령에 위법행위 시의 법령을 적용한다는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법령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정기본법에 따르면 2024년 1월 1일 추가 배치 가산에 관한 고시가 변경된 이상 그 이전의 급여비용 청구에 대해 인력배치 기준이나 정원 초과 감액이 적용되는 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추가 배치 가산을 전액 환수하거나 해당 월의 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
변경된 고시는 인력 추가 배치 가산을 받고자 하는 장기 요양기관이 일부 직종의 인력배치기 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인력배치 기준을 충족한 다른 직종의 인력 추가 배치 가산은 인정하고 있으며 정원 초과 감액이 적용되는 시설급여기관, 주·야간 보호기관 및 단기 보호기관은 인력 추가 배치 가산 등의 각종 가산을 해당 월 전체가 아닌 정원 초과 발생일수의 비율만큼만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환수되어야 할 가산금 액수가 줄어드는 경우로서 제재 처분이 가벼워진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2024년 1월 1일에 변경된 고시가 특별히 '이 고시의 시행 전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고시를 적용한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별도로 정해두지 않은 이상 당연히 2023년 12월 31일 이전의 위반행위라 하더라도 이후부터는 변경된 고시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단은 올 1월 1일 이후의 현지 조사 사례에서도 추가 배치 가산을 전부 환수하고 있어 이러한 주장에 귀를 막고 있지만 이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봐도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대법원은 행정기본법과 문언내용과 규정 체계가 동일한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과태료 부과 처분에 대해 행위를 했을 당시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었지만 그 이후 근거 법령의 변경으로 인해 재판을 받을 당시에는 더 이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게 된 경우에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행정기본법 내용에 근거하든 해당 대법원판결에 근거하든 변경된 기준에 따라 환수 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이러한 환수 처분 사례가 있는 경우, 행정기본법과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충분히 다투어 볼 수 있을 것이니 다툼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법원도 다양한 사례에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문제 제기가 계속될 경우 보다 더 귀를 귀울일 수 있지 않겠는가.
장덕규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제51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 제42기)
법무법인 유원 소속변호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전문연구위원
법무법인 반우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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