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가구 중 38% 독거노인
사각지대 관리·업무 효율화
전문가 "의료 정보 개방 필요"

지난 2월 통계청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40~60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0명 이내지만 70대는 37.8명, 80세 이상은 60.6명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 통계청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40~60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0명 이내지만 70대는 37.8명, 80세 이상은 60.6명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노인 돌봄 서비스가 복지 사각지대 예방 및 업무 효율화에 주목받고 있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기업은 AI 기술을 활용해 노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돌보고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선 노인 돌봄 사각지대 해소 및 의료 취약계층의 질환 예방·관리를 위해 AI 기반 의료 연구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213만8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의 37.8%에 달했다. 이 중 18.7%는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갑자기 큰돈을 빌리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 중 18.7%는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갑자기 큰돈을 빌리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통계청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 중 18.7%는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갑자기 큰돈을 빌리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통계청

지난 2월 통계청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독거노인은 경제 상황이나 신체 건강의 어려움도 있지만 정신건강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독거노인의 비율은 2000년 16%에서 지난해 199만3000명인 21%로 증가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매우 높은 국가다. 자살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며 특히 70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40~60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0명 이내지만 70대는 37.8명, 80세 이상은 60.6명에 달한다. 이에 통계청은 "함께 사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외로움·우울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AI 기술을 도입해 노인 취약 계층의 복지 사각지대를 찾겠다는 모양새다.

초고령 사회 임박과 독거노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정부와 기업은 △'경기 노인 AI+돌봄' △SKT AI 스피커 'NUGU(누구)' △네이버 클라우드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Call)' 등 AI 활용 노인 돌봄 서비스를 시행했다.

경기도가 지난 7월부터 시행한 '늘편한 AI케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노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다. /경기도
경기도가 지난 7월부터 시행한 '늘편한 AI케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노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다. /경기도

경기도가 지난 7월부터 시행한 '늘편한 AI케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노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다. 스마트폰 카메라 및 AI 기술로 치매, 심혈관 등 관련 질환을 체크한다. 건강 리포트를 돌봄 매니저에게 보내 관리하도록 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약 1000명이 이용 중이다. 같은 달 시작한 'AI 어르신 든든지키미'는 학대받는 노인을 위한 돌봄 서비스다. AI 스피커가 재학대 위기 상황을 감지해 112 및 노인보호전문기관을 긴급 호출한다.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우울감·고독감을 모니터링해 관제센터에 알린다. 현재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이며 현재까지 16건의 긴급 상황을 해결했다.

지난달 5일 네이버클라우드는 "AI 안부 전화 서비스인 '클로바 케어콜'이 지난 2021년 부산 해운대구 첫 도입 후 약 3년 만에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28곳에 도입됐다"고 밝혔다. 초대규모 AI 기술을 적용해 정서적 공감이 가능한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했다. 과거의 대화를 활용하는 '기억하기' 기능으로 연속성 있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목적성 안부 대화' 기능으로 재난 공지 안내 및 피해 사실 확인 등을 지원한다. 지자체와 관계 기관의 업무 효율화에 기여했다. 전체 사용자 3만명 중 96%가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순천시 응급환자 구조에 기여한 사례도 있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은 "SKT '두뇌톡톡' 프로그램으로 2년 동안 경도인지장애 노인 30명 중 1명만 치매로 진행됐다. 이환율이 3.24%로 일반적인 15%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SKT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은 "SKT '두뇌톡톡' 프로그램으로 2년 동안 경도인지장애 노인 30명 중 1명만 치매로 진행됐다. 이환율이 3.24%로 일반적인 15%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SKT

독거노인 말벗과 응급상황 대처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돌봄, 치매 예방에도 AI를 활용했다. SKT에 따르면 SKT는 지난 2019년부터 독거 어르신들의 가정에 AI 스피커 'NUGU(누구)'를 보급했다. 음성인식 AI 어시스턴트 '아리아'를 통해 친근한 말벗이 되거나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제공했다. 지난 6월 SKT는 "경기도와 협력해 발달장애인 돌봄을 위한 'AI 기반 행동 분석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장애인 보호기관에 AI 기반 발달장애인 행동 분석 서비스를 시범 도입한다. SKT의 영상 빅데이터 및 Vision AI 기반 플랫폼으로 '도전적 행동 완화'를 지원한다. 

치매 예방 서비스도 진행돼 효과성이 확인됐다. SKT는 지난 2021년~2023년 부여군 거주 노인 대상 치매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자' 인지치료와 AI 기반 '두뇌톡톡' 서비스를 진행했다. 사업 평가기관인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은 "2년 동안 경도인지장애 노인 30명 중 약 1명만 치매로 진행됐다. 치매 이환율은 3.24%다. 일반적인 연간 치매 이환율인 약 1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현재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두뇌톡톡'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해성 전 LG전자 AI 연구원은  "데이터의 익명 처리·사생활 보호 조치로 개인정보보호를 하면서 동시에 한국형 질환을 진단·예방하는 AI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성 전 LG전자 AI 연구원은 "데이터의 익명 처리·사생활 보호 조치로 개인정보보호를 하면서 동시에 한국형 질환을 진단·예방하는 AI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성 전 LG전자 AI 연구원이자 현 AI 및 IT 강사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AI 기반의 의료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유전 질환·엑스레이를 통한 질병 진단에선 AI가 의사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며 "정신건강·심리 상담의 경우 AI를 통해 정신 질환을 진단하거나 사전에 감지해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 취약계층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질환의 유무·심각도를 알도록 함으로써 더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AI 의료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선 의료 정보를 AI 연구 자료로 개방해야 한다. 최근 유럽에선 IT와 AI 관련 신기술 발전 저해 원인으로 과도한 규제가 지적됐다. 규제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 전문가들은 의료정보가 고도화된 개인정보로 분류돼 연구에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의사들의 직업적 특권 보호와 같은 문제들로 AI 기반 의료 기술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등의 규제를 완화해 연구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의사 없이도 AI를 통한 진단·예방 기술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데이터의 익명 처리·사생활 보호 조치로 개인정보보호를 하면서 동시에 한국형 질환을 진단·예방하는 AI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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