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의원 주최로 문제점 진단
"술 마시고 호텔 가면 처벌 쉬워"
"동의 묻기 애매, 가해자로 몰려"

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동의강간죄 신설 적절한가?' 형법 297조 개정에 관한 정책 세미나 /이상무 기자
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동의강간죄 신설 적절한가?' 형법 297조 개정에 관한 정책 세미나 /이상무 기자

비동의강간죄 입법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현실적 부작용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에선 역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어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은 3일 의원회관에서 '비동의강간죄 신설 적절한가?' 형법 297조 개정에 관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회는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맡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10대 공약 중 하나로 '비동의강간죄' 도입(형법 제297조 강간죄 개정)을 발표했다가 실무진의 착오를 이유로 철회했다. 다만 '장기적 과제'로 남기면서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동의강간죄는 2018년 일명 미투(#Me Too)법안 성범죄강화법 일환으로 등장했다. 20대 국회에서 5개 정당 10개 국회의원실이 대표 발의했으며 21대 국회에서도 2개 정당 3개 국회의원실 대표 발의했다. 실제 통과는 안 됐지만 오는 6월 개원할 제22대 국회에서도 일단 발의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날 세미나 진행을 맡은 오명근 법무법인 내일 대표변호사는 "지금 강간죄에 있어서도 상당한 부분 비동의에 대한 개념이 도입돼 있다"며 "다만 이걸 명시적으로 '의사에 반한'이라는 개념으로 가게 되면은 복마전처럼, 판도라의 상자처럼 수많은 머리 아픈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오세라비 작가는 "'지금 생각해 보니까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였다'고 한다면 만약 이혼 단계에 있는 부부는 자기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내가 강간당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굉장히 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이건 신중을 기해야 되고 어떻게 국가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렇게 감시하고 법리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비판적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의를 했나, 안 했나 이것도 굉장히 여성들을 수동적인 위치에 놓는다. 이것이야말로 반 여성주의가 아닌가"라며 "이것을 거부할 권리 일부도 없다는 말인가. 여성을 굴종적인 위치에 놓기 때문에 정말 이것이 발의된다면 의원님들은 반드시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을 기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구체적 판례를 제시하며 비동의강간죄 신설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술 마시고 호텔 가면 그냥 일단 처벌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피해자가 술, 약물 등에 의해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는 판시 사항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 젊은 남성이 오랫동안 교류를 해왔던 여성에게 "너도 나랑 성관계 좀 하자. 우리 너무 만난 지 오래됐지 않았냐, 성관계를 지금까지 못했지 않냐, 이제는 우리도 그런 거 해야 될 시점이야. 안 그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남성은 여성의 고소에 의해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처벌 받았다.

김 변호사는 "비동의 간음죄가 현실화되면 동의 의사를 물어봐야 되는데 그럼 물어보는 순간 통매음죄 피의자가 될 가능성, 위험 부담을 안아야 되는 것"이라며 "진술 신빙성까지도 다툴 수 없게 만들어 놓은 지금의 현실에서 이 법이 적용되면 그냥 가해자로 몰리면 남자고 여자고 다 무조건 처벌 받는다"고 비판했다. 

김대현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대표는 성범죄 무고 사례를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 남녀가 서로 사귀기로 했고 즐겁게 술을 마시다가 호텔에 같이 가기로 해서 샤워하고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다음 날 헤어지면서 여자가 남자한테 '나를 사랑하면 200만원 입금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남자는 당시 모텔 CCTV와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내서 준강간이 아니었음을 입증해 무혐의를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헤어지고 나서 어떤 이유에 의해서 갑자기 성폭력으로 고소했을 때 남자 입장에서는 과연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다"며 "정말 올바르게 살아가는 남자가 비동의라는 이유만으로 폭행과 억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범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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