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농업 부문 30만명 증가 예상치 상회
실업률도 하락 평균임금 상승률 0.3%↑
고금리 이후 침체 없는 이상 경제 현상
‘인플레 압력 없는’ 이민자 고용 증가
값싼 노동력으로 미국 경제 전반 활력

바이든 행정부의 적자 재정과 연준의 긴급 자금 지원 프로그램 등이 경기가 가라앉을만하면 양 날개로 띄우기도 하지만 본질은 미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끊이지 않는 이민자 유입이 미국 경제를 가라앉히지 않는 동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비교적 값싼 노동력의 폭발적인 공급이 임금 상승률은 가라앉히는 반면 미국 산업과 경제를 띄우고 있다. 사진은 이민자 가족들이 2023년 12월 5일 애리조나주 루크빌에서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은 후 미국 국경 당국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의 적자 재정과 연준의 긴급 자금 지원 프로그램 등이 경기가 가라앉을만하면 양 날개로 띄우기도 하지만 본질은 미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끊이지 않는 이민자 유입이 미국 경제를 가라앉히지 않는 동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비교적 값싼 노동력의 폭발적인 공급이 임금 상승률은 가라앉히는 반면 미국 산업과 경제를 띄우고 있다. 사진은 이민자 가족들이 2023년 12월 5일 애리조나주 루크빌에서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은 후 미국 국경 당국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고물가-고금리-경기침체는 경기 순환의 자연스러운 경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가 이 경로를 이탈하고 있다. 28년 만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한 해 동안만 네 번 연속 단행하는 등 무시무시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이 미국 전역을 휘감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기 현재 미국 경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사상 최고치를 찍은 주가 지표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의 적자 재정과 연준의 긴급 자금 지원 프로그램 등이 경기가 가라앉을만하면 양 날개로 띄우기도 하지만 본질은 미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끊이지 않는 이민자 유입이 미국 경제를 가라앉히지 않는 동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비교적 값싼 노동력의 폭발적인 공급이 임금 상승률은 가라앉히는 반면 미국 산업과 경제를 띄우고 있다.

8일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예상치를 상회하는 동시에 실업률도 하락하면서 여전히 뜨거운 노동 시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임금 상승률이 제한되면서 이전과 같은 인플레이션 상황까지 확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연준이 여태껏 고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수요 초과 노동 시장 동향에 집중했던 이유는 노동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 때문이었다. 결국 뜨거운 노동시장 자체보다는 임금 상승률이 ‘볼드모트(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최고 악당)’였던 것이다.

3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30만3000명 증가하면서 전월(27만명) 및 예상치(21만4000명)를 상회했다. 실업률은 전달(3.9%)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8%를 기록했다. ‘볼드모트’ 임금 상승률은 전월(0.2%)보다 상승(0.3%)했지만 전년 동월대비로는 완화하고 있다.(4.3%→4.1%)

이에 대해 로이터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지 않는 고용자 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6만~13만명에서 16만~23만명으로 늘어났다는 미국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추정치를 인용했다. ‘인플레 압력을 유발하지 않는 고용자’는 이민자다. 로이터는 연준이 금리 인하 전에 더 강한 경제 활력을 허용할 근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세기 초 닷컴버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왔고 학자들은 이번에도 역사적인 경로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성경제신문 DB
20세기 초 닷컴버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왔고 학자들은 이번에도 역사적인 경로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닷컴 버블 시기 금리 상승 이후 나스닥 지수는 폭락했다. /여성경제신문 DB

한때 경제학자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 미국의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금리라는 악마가 경제와 일자리를 짓밟을 것이라는 거다. 실제 20세기 초 닷컴버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왔고 학자들은 이번에도 역사적인 경로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 기사 :  [Fed의 역습]④ 버블 붕괴 템플릿 : 닷컴과 모기지의 배신)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침체는커녕 미국 경기는 매우 역동적인 활황을 띠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다우지수 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S&P500은 내년 6500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S&P500은 전장보다 57.13포인트(1.11%) 상승한 5204.34에 거래를 마쳤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민자가 물가를 우려할 정도로 치켜올리지 않는 선에서 IT, 자동차, 유통 등 산업현장에서 공장을 돌리고, 사무실 불을 켜고 있다. 또 노동력 공급의 증가는 경제학적으로 노동 가격 하락을 견인한다. 미국인은 깊이 있는 연구개발(R&D)을 통한 선진 기술을 실시간으로 탄생시키며 이들이 활약할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6개월간 총 525bp(1bp=0.01%) 금리를 거세게 초고속으로 인상했음에도 미국 경제가 이전과 같은 역사적인 경로를 따르지 않는 이유다. 이상 기후 현상이 아닌 이상 경제 현상이다.

미국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6개월간 총 525bp(1bp=0.01%) 금리를 거세게 초고속으로 인상했음에도 이전과 같이 침체 경로를 따르지 않고 있다. 2021년 8월 한국이 먼저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2022년 3월부터 시작한 미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같은 해 7월 미국의 두 번째 자이언트스텝 이후 한미 금리는 역전됐다. 미국은 2022년 한 해 동안만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최주연 기자
미국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6개월간 총 525bp(1bp=0.01%) 금리를 거세게 초고속으로 인상했음에도 이전과 같이 침체 경로를 따르지 않고 있다. 2021년 8월 한국이 먼저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2022년 3월부터 시작한 미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같은 해 7월 미국의 두 번째 자이언트스텝 이후 한미 금리는 역전됐다. 미국은 2022년 한 해 동안만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최주연 기자

미국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미 의회예산국(CBO) 자료를 통해 ‘이민자가 약 330만명 늘어났다며 미국에 유입된 이민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CBO는 지난 2월 발표한 ‘새로운 예산 및 경제전망에서 중요한 이민이야기’ 보고서에서 “2033년까지 노동인구가 520만명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증가분 대부분은 순이민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공급망 회복과 이민 증가 등으로 양호한 고용 증가를 유도하면서 완만한 물가 상승 유지가 가능하다"라는 입장이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에 “경제적 관점에서 이민은 성장에 기여한다. 저임금 노동자의 유입으로 사양산업이 되살아난다”면서 “고급 기술과 지식을 가진 해외 노동자가 유입되면 기술혁신의 자양분이 된다. 현재 미국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많은 기업의 창업자와 CEO가 해외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연구를 통해 기술과 학문의 발전도 주도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사그라지지 않는 미국의 고용시장 원인을 이민자에서 찾는다. 그는 “이민으로 인해 안정적인 일자리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앞으로도 일자리 증가세는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을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뜨거운 노동 시장을 유지하는 미국의 상황을 “한마디로 이민자 효과”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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