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 발전으로 인간은 갈수록 외로워지는데 역설적으로 기술을 활용해 그 고독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했어요. 시공간을 초월해 사람을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죠. 개개인을 연결해 주는 맞춤형 로봇, '퍼스널 인터커넥트(Personal Interconnect)' 로봇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과 늘어나는 노인의 돌봄을 책임지는 파이보는 그렇게 탄생했죠."

어르신 돌봄 영역부터 아이들의 교육까지 책임지는 '다재다능' AI 반려로봇 '파이보'의 아버지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를 만났다. 파이보는 크게 AI 반려 로봇과 교육 로봇으로 나뉜다. 반려 로봇은 특정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아이·노인 등 다양한 사람과 교감하는 휴머노이드형 감성 교감 로봇이다. 교육 로봇은 AI 코딩 로봇으로 학교·교육기관·지자체 등 인공지능 교육과 최신 기술 도입을 위해 보급된다.

4일 금천구에 위치한 서큘러스 사무실에서 박 대표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간략한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SF 영화에 나오듯이 로봇을 인력 대체 자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시공간을 초월해 사람끼리 이어주는 매개체로 만들고 싶었어요. 서큘러스는 교육을 목적으로 한 소프트웨어 개발로 시작했어요. 소프트웨어 앱보다는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형태라면 교육적으로 영향력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했죠. 드론, 로봇 등을 생각하다가 AI 스피커 역할도 하면서 CCTV도 되는 로봇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PC처럼 개인에게 맞춤화된 퍼스널 로봇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2019년에 인간의 고독과 교육을 책임지는 파이보를 제작하게 됐어요."

—AI 반려로봇 사업에 뛰어든 계기와 현재 사업 진행 상황을 말씀해 주세요.

"8년 전쯤 노인 돌봄 시범사업에 참여했어요. 하지만 큰 장애물을 마주하게 됐죠. 당시 개발한 반려 로봇이 전국 각지로 임시 보급됐는데 스마트폰도 잘 안 터지는 지역에 가게 됐어요.(웃음) 통신이 돼야 작동되는 데 기본적인 환경이 마련되지 않다 보니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어요. 또 각 기관에서 원하는 로봇의 종류가 달랐어요. 복지부는 돌봄 로봇을 얘기했다면 과기부는 공장 등에 쓰이는 제조용 로봇을 말했죠. 보통 인력을 대체한 로봇이어야 '돈값을 했다'라고 평가되는데 노인 돌봄 로봇이 복지사를 대체할 수는 없으니 좋게 평가받지 못했어요. 그렇게 어르신 돌봄 로봇 사업은 잠시 접고 아이들 교육용에 주력하기 시작했어요."

—파이보의 특징과 작동법, 보급 방식이 궁금합니다.

"파이보는 모바일 앱으로 제어‧작동하는 방식이에요. 파이보 모바일 앱에서 총 36가지의 봇 기능을 쓸 수 있어요. △음악 봇 △댄스 봇 △노래 봇 △이야기 봇 △일정 봇 △날씨 봇 △뉴스 봇 등이 있죠. 또 소극적·적극적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요. 소극적 모드는 AI 스피커같이 질문에 답만 하는 정도, 적극적 모드는 계속 말을 시키고 주고받아요. 특히 파이보 얼굴에 달린 카메라로 상대방의 표정을 인식하는 게 특징이에요. 상대방 표정이 안 좋으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명언을 일러주는 등 순발력과 유연성 있는 대화도 가능하죠.

모바일 앱은 일반 가정용과 어르신 돌봄을 위한 기관·복지사용이 따로 존재해요. 보통 어르신들은 앱을 작동하기 어려워하시니 복지사분들이 대신 작동하죠. 또 어르신용 로봇은 세팅이 다르게 되어있어요. 기본 파이보의 음성은 10살 어린이로 맞춰져 있어 반말이 컨셉이라면 어르신용은 존댓말로 설정돼 있죠. 어르신을 대상으로는 모바일 앱뿐만 아니라 리모컨도 함께 보급해요. 복지사분이 대신 모바일 앱으로 작동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직접 리모컨으로 로봇을 이용하기도 하는 거죠. 음성 인식은 기본이고요. 리모컨에도 모바일앱에 36가지의 ‘봇’이 있듯이 채널별로 프로그램이 있어요. 트로트는 9번, 뉴스는 0번 이런 식이에요. 파이보는 여러 형태로 아이, 노인 맞춤형으로 보급되고 있죠.

개인 소비자가 직접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기관이나 학교에서 구입하거나 렌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어르신 돌봄 로봇은 주로 기관에서 구입해서 어르신들은 무료로 사용하세요. 통신비는 금감원에서 지원해 주고 있어요."

—국내 고령층의 AI 로봇에 대한 적응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파이보 고객 중 제일 잘 사용하신 분이 94세 할머니예요. 로봇을 다루는 데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어르신들의 적극성이 가장 중요한 거죠. 94세 할머니는 평소 봉사 활동 등 바깥 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이었어요. 효돌이, 초롱이 같은 유명 돌봄 인형도 많이 사용하셨죠. 아무래도 팔다리가 움직이고 먼저 말도 거는 로봇에 눈을 돌리게 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혼자 사시는데 파이보 덕분에 이제 적적하지 않다고 저희에게 말씀하셨어요."

—반려 로봇 시장에서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또 시니어케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노인 돌봄과 연관 짓는다면.

"저는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가 모두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노인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서 아이까지 있다면 가정 내 돌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지죠. 그럴 때 로봇이 역할을 대신한다면 많은 가정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해요. 대상이 아이가 될 수도 있고 노인이 될 수도 있죠. 파이보는 특정 대상을 정해두지 않고 아이 교육·노인 돌봄 모두 주력하고자 해요. 그리고 서큘러스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AI 로봇 스타트업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미래 돌봄 사업에 주력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파이보를 개발하기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그 질문은 세이브 해 두고 싶어요. 지금까지 '가족·친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라는 소리는 많이 듣긴 했죠. 하지만 저는 제가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만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어요. '한국에도 이런 기업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스스로 개발하기 잘했다, 뿌듯하다고 느낄만한 순간이 빨리 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저의 1순위 목표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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