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에서 수요 높은 국내 돌봄 로봇
日·中 고급형 반려 로봇 개발됐지만
가격 높고 대상 불분명해 수요 없어

AI 반려 로봇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선 특히 공공 돌봄 영역에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에서 대중화된 AI 반려 로봇은 주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인지 기능 강화, 생활 패턴 분석 등 실용적 기능에 중점을 뒀다. 고급형 반려 로봇 개발의 필요성도 언급되지만 시장 수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혼자 사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213만8000가구로 전체 37.8%다. 그중 35.9%는 가족·친척 외 사람과 교류가 없고 26.6%는 그마저도 교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8.7%는 가사 도움, 대화 상대 등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1인 가구 증가, 핵가족화, 고령화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돌봄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기술 기반의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시장의 성장이 필연적임을 시사한다.

국내 반려 로봇 시장은 돌봄 기능을 중심으로 대중화됐다. 공공 돌봄 영역에선 △미스터마인드 ‘초롱이’ △효돌 ‘효돌이’ △원더풀 플랫폼 ‘다솜이’ △로아이젠 ‘마이봄 미니’ 등 4개 회사 제품이 대표적이다. 초롱이는 50여 곳 이상의 지자체에 납품되며 65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에게 무료로 지원된다. 사용자의 단어 사용 패턴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기도 한다. 효돌 역시 약 복용 시간 알림, 응급 상황 알림, 어르신 말벗 역할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고급화된 교감 기술로 반려동물을 대체하거나 가정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만한 반려 로봇은 부재하다. 해외의 경우 일본 소니의 ‘아이보’와 중국 커이테크(KEYi Technology)의 ‘루나’ 등 로봇 강아지가 출시됐다. 아이보는 주인의 성격이나 집안 환경에 따라 고유의 성격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주변 환경을 탐험하기도 한다.

루나 프리미엄 로봇 강아지는 반려 로봇으로 세계 최초 챗GPT를 적용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의 AI·로봇 전시관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품이다. 주인 목소리에 반응해 다리를 내미는 기능 등 1000가지 이상의 감정을 표현하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가정의 대체 상품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100만원 이상의 가격과 시장 적합성 문제로 한국에서는 높은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따른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LG전자가 반려동물 컨셉의 AI 로봇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 2024'와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4'에서 '볼리'를 선보였다. 볼리는 고객을 따라다니며 정보를 전달하거나 요청 사항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LG전자도 내년 이동형 AI홈 허브 출시를 목표로 기능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두 다리에 달린 바퀴로 이동한다. 카메라와 스피커, 센서로 집안의 가전 제어를 돕는다. 스크린에 표현되는 눈으로 눈웃음을 짓거나 윙크하는 등 감정을 표현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한국에서 이 같은 반려 로봇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이유는 수요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AI 반려 로봇은 공공 영역에서 활성화돼 있고, 공공 시장에서는 어르신 돌봄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로봇 강아지와 같은 반려 로봇 개발에 대한) 기술력은 한국도 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개발과 시장에서의 판매력은 괴리가 있다. 수요가 없으니 기업들이 만들지 않는다.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제품이 아닌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정확한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며 “소니 아이보는 반려 로봇이라는 정확한 콘셉트를 정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국내에선 시장성이 없다. 중국 루나의 경우 애초 사족 보행 로봇으로 출시됐지만 판매처가 없어 얼굴·꼬리를 붙이며 만든 것. 콘셉트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상층을 정확히 정하고 그 고객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가격대를 형성해야 판매가 된다”며 “국내 AI 반려 로봇은 공공 영역에서 수요가 높다. 민간 영역에서는 잘 풀리지 않는다. 국내 대표적 돌봄 로봇 중 초롱이와 효돌은 봉제 인형, 다솜이와 마이봄 미니는 움직이는 로봇 형태다. 어르신에게는 정서적으로 플라스틱 로봇보다 봉제 인형이 좋다. 이처럼 제품 대상층에 맞춤형이 돼야 시장이 형성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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