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복합 증세 많아 진단 어려워
'다리 떨기' 외 증상 다양해 예단 금물

ADH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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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상의 스펙트럼이 다양함에도 대부분의 사람이 '집중력 부족'만 떠올려 인식 개선 및 관련 교육이 미흡한 상황이다.

2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내 ADHD 환자는 2022년 기준 14만 9272명에 이른다. 이는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아직도 "과소 진단 되고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ADHD 유병률이 낮은데 ADHD가 문화적인 질환보다는 유전적 질환이란 걸 고려하면 과소 진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성인 ADHD 환자의 증가세를 두고 "어렸을 때부터 관련 증상이 있었는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DHD는 골든타임이 있을 정도로 초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지금처럼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급증했을 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유아기에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성인 ADHD를 앓게 된다. 성인 환자는 사회적 편견에 부딪히기도 하며 이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정경 고려대학교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성인 ADHD는 소아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까지 기능장애가 이어지는 발달 질환"이라며 "소아청소년기에 ADHD를 진단 받은 사람 중 15%가 25세에 진단이 유지되며 65%는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지는 않으나 ADHD 증상이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고 전문의는 "성인 ADHD 진단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동반 질환이 많기 때문"이라며 "질환자 중 84%이상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이 동반되며 2가지 이상 동반되는 경우는 61%, 3가지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45%에 달한다"고 말했다. 

성인 ADHD 질환자 중 84%이상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이 동반된다. 2가지 이상 동반되는 경우는 61%, 3가지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45%에 달한다. /연합뉴스
성인 ADHD 질환자 중 84%이상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이 동반된다. 2가지 이상 동반되는 경우는 61%, 3가지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45%에 달한다. /연합뉴스

흔하게 동반되는 질환으로는 주요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특정 공포, 사회공포,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이 있다. 또한 알코올 남용, 약물 남용, 도박 장애 등의 중독문제, 간헐성 폭발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같은 행동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고 전문의에 따르면 한국은 비교적 최근에 ADHD 인식률이 높아졌다. ADHD가 동기를 형성하는 뇌 회로 문제로 발생한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통해서 개선할 수 있는 치료 대상으로 인식이 변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인 ADHD 인지도는 낮은 상황이다. 성인 ADHD의 유병률은 4.4% 정도 되나 치료율은 0.76%에 불과하다. 대한소아청소년학회에서 조사한 일반인 인지도 조사 결과 10명 중 6명이 성인 ADHD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의 발달로 ADHD에 대한 최신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개선된 부분도 있으나 고압산소치료 등의 잘못된 치료 정보 및 인식이 확산하기도 했다.

이에 고 전문의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제대로 된 정보와 치료 방법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며 조기에 진단과 치료적 개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상 다양하고 사람마다 달라
신경 다양인 치료 쉽게 받아야

그렇다면 실제 성인 ADHD를 앓는 사람의 삶은 어떨까. A 씨(여자, 30대 후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ADHD 인의 삶을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ADHD 증상으로 '집중력 부족', '다리 떨기'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ADHD 증상은 스펙트럼이 넓다. A 씨는 ADHD 증상으로 '과몰입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주요 업무가 아님에도 워밍업을 위해 다른 업무를 시작하면 그걸 적당한 시점에서 멈추기가 어렵다"며 "ADHD 인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시간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잠을 조절하는 것이 무척 어려워 수면 패턴이 계속 변하고 이에 따라 낮에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도 부연했다.

A 씨는 "집중력이 약해 6년 차임에도 마감일을 챙기는 것이 어렵고 업무에서 자잘한 일들을 빠뜨리는 일이 많다"며 "그렇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불신감도 심하고 타인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고 덧붙였다. 타인이 이러한 점을 느끼고 A 씨를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다. A 씨는 "스스로를 계속 미워하고 세상의 규격에 맞추려 노력하다 보면 외로움이 심해진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성인 ADHD를 비롯한 신경 다양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량화된 기능성과 효율성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지우고 싶어 하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나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처럼 ADHD 환자를 비롯한 신경 다양인이 치료를 쉽게 하기를 바란다. 그게 정상사회에 가까운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기록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기록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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