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출결 때문에 교육 시간 늦어져
컴퓨터 활용법 몰라 따로 교육하기도
"60대 대다수 교육생 현장 간과한 제도"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요양보호사 교육생 이유진 씨가 구내에 위치한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입원 상담을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요양보호사 교육생 이유진 씨가 구내에 위치한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입원 상담을 받고 있다. /김현우 기자

"그나마 저는 다른 교육생에 비하면 어리니까 자격증 취득 과정이 쉬웠지만, 만약 60대였다면 엄두조차 못 냈을 것 같아요."

1978년생 요양보호사 교육생 이유진(48·여) 씨의 요양보호사 취득 과정에 여성경제신문이 함께 갔다. 올해부터 모든 교육 기관에선 전자출결·컴퓨터시험방식·교육비 선납금 제도가 새로 도입됐는데, 일련의 과정은 60대 이상 교육생이 대다수인 요양보호사 교육 현장에서 어려움 투성이었다. 

지난 1월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유진 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구내에 있는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접수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기관에선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고 70만원을 선납금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 씨와 같은 시간 상담을 받으러 온 62세 주부 김 모 씨는 상담사의 '교육비 선납금' 안내를 받고 등을 돌렸다. 상담사 유 씨는 "원래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으면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해 주었는데, 올해부터 교육기관별로 다르지만 평균 60~70만원의 금액을 먼저 사비로 내고 6개월을 현직에서 근무해야만 환급해 주는 제도로 바뀌었다. 때문에 자격증 취득 자체를 포기하는 인원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 씨가 찾은 교육원 원장 박 모 씨는 "교육생 정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개강을 할 수 없다. 최근엔 선납금 문제로 교육생이 줄어들자 아예 교육기관 문을 닫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교육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김현우 기자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교육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이 씨는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자영업을 하다 그만두고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결심했는데, 선납금 제도로 바뀐 것을 두고 주변 요양보호사 교육생분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온다"면서 "중장년층 교육생은 대체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분들인데 60~7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 않나. 환급 조건도 6개월 근속인데 중간에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면 돈만 날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비를 납입하고 교육을 시작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었다. 전자출결 방식 때문이다.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한 이 씨에겐 일도 아니었지만, 60대 중장년층 동료 교육생은 매번 혼란이다. 이 씨는 "제가 교육원에서 나이가 제일 어리다 보니 모든 교육생 동기가 출석 처리해달라고 아우성쳤다"면서 "일부 교육원에선 상담사나 교육원 직원이 컴퓨터로 일괄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1월 22일 보도한 '"1분 늦게 클릭했다고 결석 처리 했어요"···요양보호사 교육원 전자출결 혼란'을 보면 기존의 수기 서명 방식으로 인해 교육생이 실제로 교육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육원이 출결 처리하는 등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전자 출결 방식이 도입됐다. 그런데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요양보호사 교육생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온다. 

실제로 본지가 이 씨와 동행한 교육원에선 단 1분만 늦게 출석 처리해도 '결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자칫 돈을 내고 수업을 들어도 모든 수업이 결석 처리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요양보호사 교육생 이유진 씨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교육 전자 출결을 하는 모습. /김현우 기자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요양보호사 교육생 이유진 씨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교육 전자 출결을 하는 모습. /김현우 기자

해당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종사자 정 모 씨는 "매번 수업이 시작하기 5분 전부터 직원이 직접 컴퓨터로 일괄 출석 처리한다"면서 "그게 아니라면 교육생 한분 한분 붙잡아가며 출석 처리하는 일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배가 되고 교육 시간만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업을 다 듣고 본격적인 시험 기간이 되면 또 하나의 숙제가 생긴다. 올해부터 모든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은 기존 수기 시험과 컴퓨터 시험 두 가지 방법이 존재했던 반면, 컴퓨터 시험으로 통일되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컴퓨터 시험 자체도 어르신들이 보기엔 불편할 것"이라며 "집에 돌아가서 모의시험을 치러야 함에도 단순한 컴퓨터 마우스 조작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아 매번 교육기관에 전화해서 물어보거나 따로 시간을 들여 컴퓨터 조작법까지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요양보호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했다. 대표적으로 △교육비 선납금 제도 △전자 출결 방식 도입 △컴퓨터 시험 응시 도입 등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교육비 선납금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자격증 취득자는 많은 가운데,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적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을 높이겠단 취지다. 

전자 출결 방식은 기존 수기 출결 방식을 유지할 경우, 일부 교육원에서 부정 출결을 통한 교육비를 확보하는 사례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컴퓨터 시험 응시는 원서 접수부터 자격증 발급까지 전 과정이 컴퓨터 기반 '원스톱(One-Stop)' 체계로 이뤄지면, 기존 지필시험보다 합격자 발표부터 자격증 발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폭 단축될 수 있어서다.

다만 업계에선 교육원에 입소하는 교육생의 대부분이 중장년층인 점을 간과한 제도 개편이라며 오히려 요양보호사 지원율이 줄어들 수 있지 않겠냐고 우려한다. 

이정수 언약사랑나눔공동제 대표는 "나이가 많은 교육생은 자격증 시험공부하는 시간도 젊은 층 대비 오래 걸린다"면서도 "그런데 컴퓨터 사용법까지 따로 교육해야 하니 시간과 정성이 두 배로 드는 상황이다. 전자출결 방식도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지 않은 인원에게 앱 설치법부터 출결 방법까지 교육해야 하고, 무엇보다 선납금 제도로 바뀌면서 지원조차 포기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 이러다 정작 요양보호사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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