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편도 2시간 넘어야
국시원 "관련 예산 지속 건의"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교육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김현우 기자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교육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김현우 기자

# 전라남도 여수시 신기동에서 광주광역시 남구까지 편도 3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시험장에 요양보호사 시험을 치르러 다녀왔어요. 집에서 여천시외버스정류장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내려요. 여기서 다시 218번 광주 시내버스를 타고 시험장까지 가야 하죠. 전남 지역에선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광주전남 시험센터 한 곳에서만 요양보호사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여수시에 거주하는 정인숙 씨(여·57)는 최근 요양보호사 시험을 치르러 왕복 약 6시간에 달하는 시험장을 다녀왔다. 요양보호사 시험이 올해 컴퓨터 시험(CBT) 방식으로 통일되면서 컴퓨터 시험 시설을 갖춘 전국 단 9곳 시험장에서만 시험 응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센터>

서울시 구로구 공원로 21 서울구로 시험센터
경기도 성남시 구정구 산성대로 573 경기성남 시험센터
부산광역시 남구 신선로 365 부산경남 시험센터
대구광역시 동구 첨복로 80 대구경북 시험센터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로 1 광주전남 시험센터
대전광역시 서구 문정로 6 대전충청 시험센터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온고을로 114 전북전주 시험센터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중앙로 189 강원원주 시험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대학로 38 제주 시험센터
주소

시험센터
(출처 : 국시원)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장기 요양 업계에선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장이 부족해 교육생이 일명 '원정 시험'을 떠나는 등 불만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은 수기 시험 방식과 컴퓨터 시험 방식 중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모든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이 컴퓨터 시험 한 가지 방식으로 전면 일원화됐다. 이에 따라 컴퓨터 시험 시설을 갖춘 시험장에서만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전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 장소는 국내 9곳이다. 기존 17곳이었던 시험장이 '반토막' 난 것. 지역별로 보면 △서울구로 시험센터 △경기성남 시험센터 △부산경남 시험센터 △대구경북 시험센터 △광주전남 시험센터 △대전충청 시험센터 △전북전주 시험센터 △강원원주 시험센터 △제주 시험센터가 있다. 

문제는 도 단위로 평균 1곳씩만 시험센터가 있다 보니, 도내 중심부와 떨어진 위치에 거주하는 요양보호사 교육생은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를 대중교통 혹은 자가용을 통해 이동해야 한다.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영낙요양보호사교육원 김신욱 원장은 "당장 서울만 해도 시험장이 구로구 1곳만 존재하기 때문에 강동구에 거주하는 교육생의 경우 구로구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거나 남부에 있는 성남 시험장까지 가야 한다"면서 "지방의 경우 2시간, 3시간 거리에 시험장이 있는 경우 전세 버스를 구해서 시험을 보러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상남도는 시험장이 없다. 경남 지역 응시자들은 △부산 부경대 용당캠퍼스(부산경남권) △대구 신약개발지원센터(대구경북권) 등을 이용해야만 한다. 2022년까지 시험장이 있었던 창원의 요양보호사교육원 관계자들은 지침 변경을 두고 "불필요하고 미흡한 지침 변경"이라며 시험장 확충을 요구했다.

한 관계자는 "요양보호사 시험의 경우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50~70대 연령대가 많은데 일괄적으로 일부 지역 시험장을 없애고 컴퓨터 상시시험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차량이 있는 응시자는 직접 가고, 없는 응시자들끼리 버스 대절을 해야 하는데 금액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달 예정된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은 접수 시작 7분 만에 모든 자리가 찼다"며 "상시시험으로 바뀌었지만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시험장 규모도 크지 않아 원하는 날에 원서 접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은 최근 3년간(21~23년) 총 12만명이 자격시험에 응시할 정도로 요양보호사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도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요양보호사 컴퓨터 시험장 신설 예산 전액(19억5000만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경남 시험장 신설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국시원 관계자는 "시험장이 전국 9곳밖에 되지 않아 응시생 이동 거리와 관련한 지적이 있었다"며 "올해에도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 지속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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