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생계비 계좌' 도입
은행 압류 금지 부작용 우려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압박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개호 정책위의장이 27일 국회에서 고금리 부담 완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개호 정책위의장이 27일 국회에서 고금리 부담 완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을 앞두고 가계 대출금리를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가계빚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하향세로 돌아서면 이자 이익이 축소하는 등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27일 국회에서 '가산금리 산정 법적 비용' 등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항목들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금리 부담 완화 3종 세트' 공약을 발표했다.

우선 가계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해 은행이 반기마다 1회 이상 대출자의 신용 상태 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는 자에게 관련 내용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법정 최고금리 초과 계약에 대해서는 이자 계약을 전부 무효화하고, 현재 2000만원 이하인 불법 대부업 신고보상금을 2배 올리는 등 '악질 불법 대부업자' 근절 대책도 담았다. 정책 모기지나 금융기관부터 선제적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민주당은 '취약 채무자' 보호 정책도 발표했다. 모든 은행에 예금자당 1개 개설할 수 있는 '전(全) 국민 생계비 계좌' 제도를 도입하고, 해당 계좌에 예치된 최저생계비 이하의 금액에 대해서는 압류를 금지하도록 했다.

신용회복지원협약 체결 대상에 이동통신사업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명시해 통신비나 건강보험료 등에 대해선 '비금융 채무조정'을 강화하도록 했다. 상환 의지는 있지만 소득이 적어 사실상 채무 조정이 어려운 채무자에 대한 '청산형 채무조정'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지난 14일 발표한 소상공인 고금리 피해 복구·지원 확대 대책도 이번 공약에 포함했다. 실질적 이자 감면 효과를 위해 소상공인 정책 자금을 2배 이상 늘리고,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예산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고금리 보험약관대출을 합리적 가산금리 책정을 통해 저금리로 전환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아울러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10∼20년짜리 장기·분할 대출 프로그램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은 정책 실현에 필요한 구체적인 예산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오늘 발표한 공약은) 예산과 크게 관계된 것이 아니라 제도 보완 수준”이라며 “현재 있는 예산을 전환해 정책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총선 국면이 되자 앞다퉈 이같이 유권자를 상대로 금융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구체적 복안은 생략하고 규모만 부풀려 홍보하기 때문에 '알맹이 없는 선심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권은 불과 2달 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 이상을 민생금융 지원 방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한 달간 국내 6대 은행은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했다.

이번에도 정치권이 은행의 비용 부담을 전제로 하는 지원책을 '팔 비틀기'로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 국민 생계비 계좌의 경우 계좌주가 은행이 일정 금액 압류를 못 한다는 점을 이용해 고의로 연체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고금리 대책을 내놓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은행의 현실은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마저 대폭 감소가 예상된다"며 "재원 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압박하더라도 집행이 잘 안될 수도 있기에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