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준금리 3.50% 9연속 동결
불안정 물가·대내외 리스크 고려해야
가계빚 부동산 쏠려···인하 신중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상반기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적게 봤다. 물가 상승률이 2% 수준에 안착할지 불확실하고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2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3.50% 동결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에 이은 아홉 번째 금리 동결이다.
금리 동결 배경으로는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의 불확실성이 거론됐다. 이 총재는 금리가 발표된 이후 진행된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지난해 1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가 유지된 데 비할 때 상승 폭은 줄었지만 당초 목표했던 '안정적 2%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금리 동결을 부추겼다. 이 총재는 "주요국의 통화 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 유가 변동, 가계 부채 추이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며 "전개 양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 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이 전원 일치했다. 이번 금통위는 황건일 신임 금통위원이 합류하면서 '완전체'인 7인 체제로 진행됐다.

향후 3개월 금리에 관해서도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금통위원 7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이 총재는 "물가가 우리(금통위)의 전망대로 둔화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이 3개월 후 금리 유지 견해의 주된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도 말했다. 물가 상승률을 2%대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국외 리스크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 등 공급 측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데다 높은 생활물가가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을 제한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경기 흐름 자체는 지난해 11월 내다봤던 것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은 예측보다 호조세지만 높은 물가로 인한 소비 부진이 양(+)의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역대 최고치를 찍은 가계 부채에 관해서는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달 이 총재는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 강연'에서 "섣부른 조기 금리 인하 시 물가와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던 바 있다.
이날 역시 부동산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한국 경제의 큰 문제점 중 하나"라며 "부가가치 창출을 적게 하는 부동산 쪽으로 자금이 몰려가고, 그것이 주택 가격을 올리고 (그런 현상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고 언젠가는 고쳐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으로 이것(부동산)을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금리를 내릴 시점이 되더라도 부동산까지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거시 안정 정책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번 금리를 얼리면서 최장기 동결 기록 경신에 한걸음 가까워지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리 동결 결정에도 인하 또는 인상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떨어진다면 (실행)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넓어지는 거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최장기간이냐 아니냐는 관계(상관)없다"고 "기록 경신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는데 부담스럽지 않나"라는 질문에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