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업 뛰어드는 중장년층
나이 제한 없는 '도보 배달'
소비자 "너무 늦어요" 불만
플랫폼 "나이 제한, 차별 우려"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고작 커피 네 잔 시켰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초인종이 울려서 나가봤는데 할아버지가 오신 거예요. 왜 이렇게 늦으셨냐 물었더니 길을 헤매느라 늦으셨대요. 우리집이 빌라인데, 번지수만 보면서 찾아오신 거예요.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으시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어요."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65세 이상 노인의 배달업 유입을 두고 이용자 사이에선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오토바이·자동차·자전거 등 배달을 위해선 운송수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이 제한이 없는 도보를 이용한 배달업에 장년층이 참여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지난해부터 노인 일자리를 찾다 올해 배달업에 뛰어든 김영욱 씨(남·68)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운송수단을 이용한 배달은 보험 등의 문제로 나이 제한이 있다 보니 도보를 이용한 배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국내 배달업의 경우 자동차·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배달 기사의 경우 시간제 보험 의무 가입 때문에 연령이 제한된다. 자동차 만 59세, 오토바이는 만 65세까지다. 그러나 도보 배달은 나이와 무관하게 가능하다.

문제는 장년층이다 보니 배달 목적지를 찾는 시간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도보 배달의 경우 배달 플랫폼에서도 1km 미만 등으로 거리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스마트폰 등 전자지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장년층은 배달 목적지를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어르신 채용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을 맡기는 점주는 걱정이 앞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송파구에서 배달 전용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명국 씨(가명·남·42)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배달을 올 때 배달 품질부터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성민 씨(가명·남·37)는 "어르신이 배달을 온 적이 있었는데 걸음이 느리니까 아이스커피가 다 녹을까 걱정됐다. 배달이 완료되긴 했지만 예상 시간보다 늦어 고객에게 사과 전화를 한 적도 있다. 최소한의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한 배달 플랫폼 업체의 이용약관 제5조를 보면 '미성년자일 경우 회사는 배송사업자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회사 배송 프로그램(앱)의 접속 권한을 상실·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몇 세 이하만 배달이 가능하다는 상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배달 플랫폼 A 업체 관계자는 "일부 어르신 배달 기사님들로 인한 품질 불만이 소수 제기된 바 있다"면서도 "배달 기사 고용에 연령 상한선 제한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이다. 배달 가능 나이 상한선을 정한다면 특정 연령층에 대한 차별이라는 시선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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