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시니어 입장가] (5)
세계적인 명소 여행을 많이 꼽지만
'번지점프' '최고 미인과 키스' 등도
한때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유행시켜

(스포일러가 있음)

2007년에 제작된 <버킷리스트(Bucket List)>는 국내에 2008년 개봉, 2017년 재개봉해 시니어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영화이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로 만들어 실천한다는 줄거리이다. 사업가로 분한 돈 많은 잭 니콜슨(에드워드 콜 역)과  서민으로서 착실한 자동차 정비공으로 나온 모건 프리먼(카터 역)이 명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는 필자도 크게 공감을 하고 급하게 내 생애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봤었다. 그리고는 아직 건강할 때 부지런히 버킷리스트를 지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대부분 돈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거나 굳이 꼭 이루고 싶은 욕심도 크지 않았다.

이 영화 덕분에 시니어 층에서도 버킷리스트가 유행한 적이 있다. 여러 분야로 나뉘는데 그중엔 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도 있었다.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항목이었다. 꼭 해보고 싶은 욕망도 없고 목숨 걸고 그런 위험한 일을 해야할 이유도 없다고 봤다.

‘최고의 미인과 키스해 보기’, ‘눈물 날 정도로 웃어 보기’ 등은 리스트에 넣을만 하지만, 비중면에서는 좀 떨어진다.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외손녀와의 볼 키스도 세계 최고의 미인과의 키스로 볼 수도 있다. 등지고 살던 딸과 화해하고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버킷리스트다.

누구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버킷리스트로 작성해 봄직하다. /영화 '버킷리스트' 화면 캡처
누구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버킷리스트로 작성해 봄직하다. /영화 '버킷리스트' 화면 캡처

대부분의 사람은 비교적 모건 프리먼 스타일이다. 잭 니콜슨처럼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사업에 매진하느라 인생의 중요한 것을 잃기는 싫을 것이다. 인생을 성찰하는 말들 가운데 죽을 때 가장 억울했던 점이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고 인생의 재미를 놓쳤다’는 말이 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두 사람이 작성한 리스트에는 ‘여행’이 동반되는 것들이 많다. 피라미드, 타지마할, 세렝게티, 히말라야 등 여러 여행지가 나온다. 집을 떠나야 원하는 것들을 접할 수 있다.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넣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부터도 기껏 여행이라고 해봤자 비즈니스 여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훌쩍 떠나보라고 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비즈니스 여행은 혼자서 많이 했지만 수박 겉 핥기 식의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꽉 차 있고 낯선 타국에서 긴장을 늦출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미리 가본 여행은 오히려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행위였다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에서도 둘은 동반 여행자로 나온다. 혼자 카레이싱을 하고 혼자 스카이다이빙을 했다면 무슨 재미가 있었을까 싶다. 왜 그들은 여행 동반자로 같은 성을 택했을까도 생각해 볼만 하다. 버킷리스트를 수행하기에는 동성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 편해서였을 것이다. 여행의 동반자는 동성이 편한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여행이 압도적이다. /영화 '버킷리스트'에서 캡처
대부분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여행이 압도적이다. /영화 '버킷리스트'에서 캡처

내게 남은 버킷리스트는 여행이다. 어지간한 것들은 1회만으로도 리스트를 지울 수 있지만, 여행은 여행지가 무수하므로 끝이 없다. 그나마 다리 튼튼할 때 다녀오려고 한다. 죽기 직전에 인생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보인다는데 다녀온 아프리카, 남미, 히말라야가 우선 꼽힌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굳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리스트를 작성한다고 리스트를 지워 나간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꿈으로만 남았을 때 욕심이 앞서 아쉽기만 할 것이다. 현재에 만족하고 있고 현재에서 더 큰 욕심도 없는 편이다.

굳이 찾자면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맛있는 음식 사 먹고 즐거운 시간을 갖자는 정도이다. 그에 필요한 튼튼한 치아, 왕성한 소화력, 좋은 관계의 사람들 많이 만들기가 더 필요하다. “이만하면 더 이상의 버킷리스트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된 것이다.

이 영화의 엔딩은 히말라야의 눈 덮인 한 봉우리에서, 콜의 비서인 토마스가 지고 올라온 허름한 커피 캔 하나를 봉우리에 있던, 같은 커피 캔 하나가 이미 들어 있는 작은 석관에 봉안한다. 콜의 유골분이다. 히말라야의 장관과 함께 거기서 카터와 에드워드의 버킷리스트의 마지막 남은 하나인 ‘장엄한 광경 보기’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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