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가 오랜 찬반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한다. 단, 자발적인 죽음만을 담당 처리한다.

78세 여성 ‘미치’는 호텔에서 허드렛일하다가 고령의 동료가 죽는다. 고령자가 죽으면 소문이 안 좋다며 그 일도 못 하게 된다. 미치는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다가 가 보니 담당 공무원이 아주 친절하게 대해 줬다. 돈도 10만 엔을 주며 먹고 싶은 것 등 영수증 필요 없이 쓰라고 준다. 합동 장례를 신청하면 동시에 안락사시켜 화장부터 매장까지 단체로 해준다. 죽어서 이웃이 있어서 좋을 수도 있다고 한다.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필리핀 이주노동자 마리아 등이 각자 자기 할 일을 한다. 미치는 플랜 75 계약 시 받은 돈도 쓸 데가 없어 직원에게 봉투로 쥐여준다. 

히로무에게 어느날 지방을 전전해야 하는 생업 때문에 아버지 장례 때도 못 온 삼촌이 신청하러 온다. 그리고 몇 번의 만남과 죽음의 과정까지 돌봐준다.

미치도 마지막 날, 집 문을 잠그지 말고 나오라고 한다. 플랜 75팀에서 유품을 정리하고 집을 인계한단다. 병원으로 오면 잠이 서서히 들면서 죽는 링거를 꽂고 누워 있으면 끝이다. 미치는 옆에서 죽어가는 히로무의 삼촌을 보며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창문을 열어 본다. 신선한 공기가 폐부에 와닿고 멀리 푸르른 숲이 눈앞에 다가온다. 그 모든 것과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 그러나 그 장면이 엔딩이다.

영화는 한 청년의 노인 혐오 범죄에서 시작된다. 청년은 노인들이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고 그 피해를 젊은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에 일본을 위해 노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6년 일본 가나가와현의 장애인 시설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있었다. 19명을 살해한 범인이 "사회에 도움 되지 않는 장애인은 살처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영화가 나오기 꽤 오래전에 일본에서는 ‘70세 사망 법안 가결’이라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70세 이상의 모든 노인을 합법적으로 죽게 한다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후 일본 사회에 일어난 혼란과 변화의 소용돌이를 다룬 쇼킹한 발상의 SF소설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하카토모'라는 화장한 육신을 같이 합장할 사람들 모임이 있다고 한다. '묘지 친구'라는 뜻인데, 고향도 살아온 내력도 다른 사람들이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모임이다. 죽고 나서 무덤을 돌봐줄 사람도 없고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이유로 모임 출석률이 90%라고 한다. '슈카스'라는, 마지막 활동이라는 뜻인데 고령자들이 장례나 상속 등 사후 자신과 관련한 일을 미리 조치해 놓는 모임도 있다고 한다. 

75세라는 나이를 특정한 데다 그 나이가 건강 나이의 한계라서 더 와닿는다. 시니어들에게 이 영화 얘기를 해주면 뜨끔하다는 사람이 많다. 죽을 나이가 되어 몸은 아프고 돌봐 줄 사람도 없고 돈도 없을 경우, 그야말로 플랜 75라는 제도가 있다면 상담 차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