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쉘위댄스] (43)
춤은 인간의 본성···성경에서도 춤은 허용돼
춤출 자유를 위한 투쟁을 다룬 '자유의 댄스'

군사독재 시절 오랫동안 사교춤은 불법이라며 숨어서 춤추던 사람들을 잡아갔다. 얼굴을 가리고 잡혀 들어가던 사람들 사진이 종종 신문에 오르기도 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은 사교춤이 남녀 간에 문란한 교제로 이어져 가정파탄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여겼다.

그 때문에 사교춤은 지하로 숨어들었고 지금까지도 춤을 배우러 다닌다고 하면 일단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현상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춤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댄스학원을 열고 춤을 가르치려는 사람이나 배우러 다니는 사람 모두 고초가 많다.

춤은 인간의 본성이다. /영화 '자유의 댄스' 화면 캡처
춤은 인간의 본성이다. /영화 '자유의 댄스' 화면 캡처

1984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 <자유의 댄스 (원제: Footloose)>를 보면 미국에서도 주에 따라 춤을 금지한 경우가 있었다. 금지법이 생기고 규제를 푼 과정이 우리나라 사교댄스가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

이 영화에서 십대 청년 ‘렌’은 아버지의 가출로 어머니와 함께 백부가 사는 작은 시골 마을인 버몬트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곳은 자유스러운 도시 생활과 달리 폐쇄적인 인습에 사로잡힌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렌은 백부와 교회에 갔다가 목사의 설교 가운데서 "범람하는 포르노, 야비하고 외설적인 록 음악, 땅에 떨어진 성도덕이 신의 시련"이라는 데서 반발을 느끼며 이 마을 청소년들이 정신적인 거세를 당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어른들도 마음에 안 들지만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음란하다는 이유로 시의회에서 춤과 록 뮤직을 금지했다는 것이다. 분노한 렌은 고교 졸업 댄스파티를 열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이 마을 목사가 포함된 7명의 시 위원회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한다.

목사는 아내에게 춤은 남녀의 문란한 성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춤만 못 추게 하면 아이들에게 그런 일이 안 생기느냐고 반문하자 말을 못 한다.

위원회가 열리던 날, 렌은 에이리얼이 전해준 성경에서 춤이 나오는 구절을 메모한다. 시편에 사람들이 축제 때, 사냥 때 춤추는 일, 다윗 왕이 여호와 앞에서 춤추는 일 등 성경에도 춤은 허용했다며 강변한다. 결국 댄스파티는 허용되고 목사 부부는 멀리서 지켜보며 들리는 음악 소리에 둘이 블루스를 추고 있는 장면이 엔딩이다.

이 영화는 실화에 기반한 영화인데 오클라호마주의 엘모어라는 도시엔 1898년 이후 춤이 금지되어 있는 괴상한 법 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해할 수 없는 법은 시대가 흐르면서 히피문화, 디스코 열풍 등 미국 대중문화의 변화가 오클라호마의 깊은 시골 엘모어에도 영향을 미쳐, 프롬을 앞둔 예비 졸업생들이 이 법안에 대해 항의했고 치열한 시 교육청 어른들의 찬반 논쟁 끝에 아슬아슬하게 개정규칙이 통과되어 1980년 거의 100년 만에 이 법을 폐지했다고 한다.

사람은 흥이 나면 춤을 춘다. 법으로 막는다는 것은 무리다. /영화 '자유의 댄스' 화면 캡처
사람은 흥이 나면 춤을 춘다. 법으로 막는다는 것은 무리다. /영화 '자유의 댄스' 화면 캡처

이 영화의 흥행 이후 엘모어 시는 ‘풋루즈의 고향’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매년 ‘풋루즈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이 일이 있고 난 다음 해인 1981년 워싱턴주의 린든이라는 도시에서는 엘모어와 정반대로 술이 제공되는 모든 행사에서는 춤을 출 수 없다는 법 조항을 통과시켜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춤은 인간의 본성이다. 춤은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더 이상 춤을 불법이라며 금지하는 나라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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