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6)
우울증·글에 대한 강박관념에
60세의 나이로 권총으로 자살
지나친 부담감 가질 필요 없어

나이 들어서 글이나 쓰며 노후를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글쓰기는 논리적인 사고를 유지할 수 있고 문해력이나 어휘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치매도 예방되고 정신적으로도 힐링이 되는 좋은 취미다. 다른 취미처럼 신체적 능력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릴 정도의 체력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 가운데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좋은 학교를 나오고 사회적으로 이름이 좀 있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자가 많다. 카페에 신변잡기 글을 올리는 것조차도 남들이 어떻게 볼까 겁난다는 사람도 많다.

영화는 한 편의 편지로 헤밍웨이와 만나게 되는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헤밍웨이 인 하바나' 포스터
영화는 한 편의 편지로 헤밍웨이와 만나게 되는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헤밍웨이 인 하바나' 포스터

노벨상 수상 작가인 헤밍웨이도 그랬다. 헤밍웨이는 쿠바에 정착해 살았는데 세계적인 유명인이라서 그를 보기 위해 세계 각처에서 쿠바로 오는 사람도 많았다. 그의 집은 사람들로 붐볐고 일일이 사인도 다 해주며 유명세를 톡톡히 즐겼다. 돈도 많고 씀씀이도 커서 잘 썼다.

그러나 헤밍웨이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노벨상 수상 이후 사실 함부로 작품을 쓴다는 것이 부담되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의 글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헤밍웨이는 나이 들어가면서 자신의 성 능력을 포함해서 늙어가는 것과 나약해져 가는 것에 대해서 우울해했으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글에 대한 강박관념까지 겹쳐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권총을 항상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종종 권총 자살을 꿈꿨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도 한바탕 자살 소동이 있었으나 넘어갔고 결국 1961년 60세의 나이로 권총으로 자살했다.​​

쿠바가 우리나라 193번째 수교국이 되면서 쿠바 관광도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8월부터는 멕시코시티 직항편도 열려 쿠바를 테러국가로 지정한 미국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헤밍웨이가 정착해 살던 집은 필수 방문코스가 될 것이다.

​헤밍웨이는 노벨상 작가라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픽사베이
​헤밍웨이는 노벨상 작가라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픽사베이

사실 유명인이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 그러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면 부담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젊은 나이에 국제영화제에서 주연 여배우상을 받은 사람의 삶의 궤적을 보면 유명해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수상 이후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그 후 영화 출연이 뜸했다.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연기인데 몸값이 너무 많이 올라 영화사에서 쉽게 근접하지 못한 것이다. 결혼에서도 남자들이 쉽게 범접하지 못했고 자신의 눈높이도 높아져 결국 결혼도 못하다가 홀로 생을 마감했다. 유명인의 음과 양이다.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는 글은 편하게 쓰면 된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생활 일기 비슷한 것이다. 남들과 소통하는 것이며 나의 기록이 되기도 한다. 읽는 사람들은 사실 크게 신경 쓰며 읽지 않는다. 너무 남을 의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일기 쓰듯이 하나의 습관처럼 생활화하면 좋다. 나를 위한 것이며 나를 표현하는 일이다.

노년에는 일반적인 글보다는 자기 생각을 보여주는 칼럼 같은 글이 좋다. 삶의 경력이 쌓였으므로 쓸 것도 많고 읽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틀린 생각이 아니라 다른 생각이기 때문에 그대로 보면 된다. 104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신문에 고정 칼럼을 올리고 있는 김형석 교수나 76세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글도 읽을 만하다.

글을 보내도 유명인이 아니니 원고료가 저렴하거나 없는 경우도 많다. 문학지 같은 경우 게재된 책 한 권 보내주는 정도다. 원고료를 안 주면 글을 안 쓰겠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글을 쓸 기회를 주는 것에 만족하면 된다. 원고 마감에 맞춰 책임감도 느끼고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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