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위해 '현금 챌린지' 시작
작은 소비, 불필요한 지출 막아

"카드값이 이렇게 많이 나왔다고" 주부 김한별 씨(29)는 카드 명세서에 적힌 금액에 놀랐다. 어디서 썼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큰 금액이 곳곳에 적혀있었다. 이내 계좌는 카드값 지출로 텅 비워지고 말았다. 김씨는 "남편의 외벌이 월급과 빡빡한 가계를 생각해서 계획적이고 현명한 소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8월부터 '현금 챌린지'를 시작했다. 현금 챌린지는 일주일 혹은 한 달 치 예산을 정하고, 정해진 만큼의 현금으로만 소비하며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전략이다. 김씨는 현금을 보관할 수 있는 다이어리 형태의 '바인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인물, 여행, 저축 등 활용 목적에 맞게 바인더 여러 개를 사용하며 각각의 바인더에 우선순위를 정했다. 김씨는 '선저축, 후지출'의 방식을 적용해 매번 예산을 짜고 나면 저축 바인더에 가장 먼저 돈을 넣었다. 그 덕에 장기간 저축할 돈과 곧 써야 할 돈을 구분해 관리할 수 있었다. 다음 주, 더 나아가 다음 달의 예산을 짜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김한별 씨가 사용하고 있는 저축용 현금 바인더다. /정채린
김한별 씨가 사용하고 있는 저축용 현금 바인더다. /정채린

예금 관리에 관한 관심으로 6월부터 현금 챌린지를 시작한 은행원 박하경 씨(28)는 카드 사용 지양을 목표로 지금까지 현금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박씨는 "비밀번호 6자리만 누르면 너무 쉽게 결제가 되니까 최대한 카드를 안 쓸 방법을 고민했어요"라고 말했다. 박씨는 카드값 폭탄의 주된 원인이었던 쇼핑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독특한 규칙을 만들었다. 생활비로 쓰기 위해 빼둔 현금을 다시 입금해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이었다. 정말 사고 싶었던 물건도 이 귀찮은 과정을 생각하면 절로 절제가 되었다. 

돈을 아끼고 모으는데 현금 챌린지는 효과적이었다. 현금 챌린지가 실제로 절약에 효과적인지 확인하고자 20대 두 명을 섭외했다. 11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사용할 예산으로 김소현 씨(24)는 20만원을, 신성혁 씨(23)는 15만원을 계획했다. 두 참여자는 매일 아침 자신의 수첩에 하루 동안 사용할 돈을 계획하고, 저녁에는 실제 소비 내역을 비교해 기록한 후, 그날의 소감을 함께 작성했다. 기자는 김씨와 신씨의 수첩을 수집해 일주일 동안의 현금 생활을 관찰 분석했다.

차례로 현금 챌린지를 하는 동안 신성혁 씨, 김소현 씨가 사용한 수첩이다.  /정채린
차례로 현금 챌린지를 하는 동안 신성혁 씨, 김소현 씨가 사용한 수첩이다. /정채린

첫날 김씨는 편의점에서 교통카드에 5000원을 충전했다. 이후 교통카드의 잔액을 확인하며 부족할 때마다 현금을 내고 다시 충전했다. 이렇게 교통비로 쓴 금액을 일주일간 모아보니 약 3만원이었다. 김씨는 매일 통학하며 지출한 교통비가 상당하다고 느꼈다. 후불 결제 카드를 쓸 때는 체감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김씨는 옷을 구입할 계획으로 일상경비를 포함하여 11월 28일부터 일주일간 사용할 돈으로 총 20만원의 예산을 잡았지만, 실제로는 식비와 교통비로만 15만원을 썼다. 예산에 맞춰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지출하며 챌린지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씨는 "현금으로 결제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계산할 때 눈치 보여요"라고 말했다. 돈을 꺼내고, 세고, 건네는 과정의 불편을 의식하다 보니 전보다 구매욕이 떨어져 사고 싶었던 옷은 뒷전이었다.

신용카드만 받고 현금은 쓸 수 없는 매장도 있었기에 저절로 돈을 아낄 수도 있었다. 김씨는 종종 스타벅스를 이용했지만, 현금 챌린지 도중에는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스타벅스는 현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집 근처 카페에서 기프티콘을 쓰거나, 직접 집에서 탄 커피를 챙겨 나갔다. 

신씨는 돈을 아끼려고 외출을 자제했다. 일주일간 4일은 약속이 있었지만, 그 외의 3일은 집에서만 지냈다. 한 번 외출해 술이라도 마시면 거의 4만원을 지출했기 때문에 목표 금액을 맞추려면 '무지출'인 날이 필요했다. 신씨의 하루 지출 금액은 0원인 날도, 6만3170원인 날도 있었으나, 총 12만원을 소비해 예상 목표보다 3만원을 절약했다. 

한편, 현금 챌린지에 성공하지 못한 이도 있었다. 서고은 씨(23)는 한 달을 계획하고 챌린지를 시작했지만, 2주 반 만에 준비한 현금을 모두 소진했다. 가장 큰 원인은 식비였다. 배달 음식으로 주로 식사를 하니, 예상 밖에 배달비가 많이 지출되었다. 변예지 씨(24) 또한 목표했던 시기보다 챌린지를 일찍 멈추었다. '관리비'와 '구독료' 같은 고정비는 인터넷 결제만 취급했기에 현금을 다시 입금해 일일이 이체하는 일은 매우 불편했기 때문이다. 

현금 챌린지에 성공한 이들이 말한 현금 사용의 장점은 분명하다. 카드로 쓸 땐 체감하지 못했던 작은 소비도 절제하며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 사소한 생활 습관이 바뀌며 저축이 습관화되니 모아둔 돈을 직접 보고 만지는 쾌감이 남달랐다. 김한별 씨는 "언제까지 할지 정해둔 기한은 없지만, 저는 카드를 쓰는 것보다 이제 현금 생활이 더 익숙해져서 앞으로도 이 방식을 고수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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