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위로, 응원, 축하 목적으로 선물
받은 만큼 되돌려주기 부담스럽기도

'주고받은 선물 추억'에서 그동안 선물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박예나
'주고받은 선물 추억'에서 그동안 선물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박예나

대학생 노유림 씨(20)가 카카오톡에 들어가자 첫 화면에 생일인 친구 목록이 떴다. 9월 30일은 같은 과 동기의 생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일 때 동기로부터 2만2500원어치 선물을 받아 비슷한 가격으로 사줘야겠다고 생각하곤 고민 끝에 2만2000원 하는 치킨 기프티콘을 선물했다. 결제를 진행하니 출금 알림이 왔다. '[카카오 선물하기] 출금 2만2000원 잔액 1만1000원' 잔액이 생각보다 없어 한 달간의 계좌 거래 명세를 확인해 보니 이번 달 용돈 30만원 중 5만4700원을 카카오톡 선물하기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 쓰고 있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카카오톡을 통해 친구들에게 선물을 전달해 주는 서비스다. 주로 친구, 연인, 가족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쓰지만 평소 고마움, 걱정과 같은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도 쓴다. 카카오톡 첫 화면에 들어가면 매일매일 생일인 친구목록이 상단에 띄워져 있어 생일인 친구를 확인해 선물을 줄 수 있다. 생일이 이미 지났거나 곧 다가오는 친구의 목록도 확인할 수 있어 손쉽게 생일선물을 챙겨줄 수 있기도 하다.

요즘 대학생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을까? 대학생 10명의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의 카카오톡 선물하기 1년 치 기록을 수집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에 있는 결제 명세에 들어가 어떤 선물을 얼마에, 언제 샀는지를 조사하고 품목과 날짜, 가격을 먼저 표에 기재했다. 선물한 목적을 알아보기 위해서 선물을 보냈을 때의 대화방의 맥락을 살펴본 뒤 선물의 목적을 감사, 건강(위로), 응원, 생일선물로 나눠 표를 정리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1년에 평균 44만55원을 선물하기 비용으로 쓰고 있었다. 이훈 씨(20)는 1년에 110번 선물을 보내 조사 대상 학생 중 가장 많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했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선물 횟수가 1년에 38번임을 고려하면 그는 남들보다 자주 돈을 쓰고 있었다. 1년간 선물한 총금액은 95만6000원에 달해 조사자 중 가장 많은 돈을 쓰기도 했다. 가장 선물을 많이 한 4월에는 생활비의 20%를 선물 비용으로 썼다. 그는 평소에는 용돈을 따로 안 받고 방학 때 벌어놓은 돈을 달에 60만~70만원가량 사용한다. 조사 결과를 얘기하자, 그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선물하기 기능에 돈을 많이 쓴다는 사실에 놀랍다고 하며, "이 정도면 카톡 직원들 키보드는 하나 사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번엔 대학생들이 무엇을 선물했는지 살펴봤다. 1등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과 같은 커피 프랜차이즈 금액 상품권으로, 전체의 약 42.4%를 차지했다. 선물 중 약 13.5%는 편의점 모바일 상품권이었다. 치킨 기프티콘, 아이스크림 기프티콘도 뒤를 이었다. 참여자들은 커피 프랜차이즈 금액 상품권은 주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물했고 편의점 모바일 상품권은 주로 감사 또는 건강(위로)의 목적으로 선물했다. 

선물을 10번 하면 7번 정도는 그 목적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 김민경 씨(20)는 "다들 말은 안 해도 자기 생일 때 받은 만큼 친구한테 되돌려주는 게 '국룰'(어떤 행위가 불문율임을 뜻하는 용어)"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에서 해당 친구와 선물을 주고받은 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그 사람이 나에게 선물을 주었는지 본 다음에 선물할지 말지와 금액대를 결정하기도 한다. 선물을 받았다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서로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학생도 있었다. 정예준 씨(22)는 생일이 가까운 친구 A씨와는 선물을 교환하지 않는다. 그는 "생일이 가까운 친구하고는 선물 받고 며칠 뒤에 또 돈을 써야 하니까 서로 생일 축하한다고만 보내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떤 학생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이 부담스러워 생일을 표시하는 기능을 꺼버렸다. 이선우 씨(22)는 받는 만큼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받기 싫어 작년부터 카카오톡 생일 기능을 해제했다. "친한 친구들의 생일은 외우고 있으니, 작년부터 저는 생일인 친구 목록도 접어두고 제 생일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그 영향은 어떤지 물어보자, 이전보다 돈이 많이 모였고 스트레스도 덜해졌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