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은퇴 학생 위한 지원 거의 없어
운동 관둔 후 진도 따라가기도 벅차

중·고등학교, 대학교에는 학생이지만, 선수인 특별한 학생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일반 학생들과 달리, 학생 신분으로 운동을 하며 선수로 대회에 출전한다. 그러나 학생과 선수의 경계에서 선수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부상, 기량 부족, 선후배 관계 등 각자의 이유로 운동을 그만두고 일반 학생의 길을 택한다. 그러나 그동안 운동을 하느라 일반 학생들과 생겨버린 학업 격차는 극복하기 힘들고, 새로운 진로 탐색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애를 먹는다. 문제는 이 학생들을 위한 학교 차원의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용산고등학교 농구부였던 안준영 씨(21)는 농구부가 있는 대학에 특기자 선수로 진학하는 데 실패했다. 특기자 선수로서 대학 입시를 치를 때에는, 학교 측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교 탐색부터 자기소개서와 서류 준비까지 도와줬다. 하지만 특기자 전형 입시에 실패한 뒤, 남은 대학 입시는 자신의 몫이었다. 안 씨는 "직접 진학사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명지전문대학이 일반 체대 입시처럼 진행하길래 수시 2차에 지원해서 붙었다"라고 말했다. 안 씨가 일반학생으로 수시 2차를 준비할 때, 학교는 실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체육관을 열어준 게 전부였다. 그 외에 개별적인 진학 상담이나 지도는 없었다.
안준영 씨와 같은 학생들은 계속 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중도 은퇴 학생선수는 2019년 1,071명에서 2022년 2,502명으로 3년 사이에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교육부는 평소에 학생선수들이 학업을 보충하고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도록, '학생선수 e-School'이라는 자기주도학습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선수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이런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 수업 전후로 매일 아침 운동과 저녁 운동을 하고, 대회가 다가오면 훈련으로 인해 수업까지 결석하며 운동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운동을 그만뒀을 때 방황하기도 쉽다. 박시우 씨(20)는 중학교 때 농구선수에서 중도 은퇴를 하면서 일반학생의 삶으로 돌아갔다. 박 씨는 "농구를 그만둔 순간부터 엄청 암울했다. 무엇을 할지 몰라 처음엔 계속 잠만 잤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레 비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 지에 대한 막막함이 무기력함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이후 학교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기 위해 학원도 다녔지만, 갑자기 안 쓰던 공부 머리를 쓰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수업을 듣고,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중도 은퇴 학생들에겐 힘에 부친다. 박시영 씨(19)는 고등학교 때 농구를 그만두고, 일반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입학 후 첫 학기, 대학 영어 수업은 그에게 혼돈 그 자체였다. 박 씨는 교수님이 영어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수업 내용이 무엇인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주위의 다른 수강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눈치였고, 그는 혼자 당황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안준영 씨는 코로나 시기에 대학에 입학에 그나마 학업 적응이 쉬운 편이었다. 강의가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강의 내용 중 놓친 부분이 있어도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면서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 씨는 "수업 중에 받아 적는 걸 잘 못하는데, 만약 입학하자마자 대면 수업이었다면, 강의 내용을 다 놓쳤을 것 같다"며 "긴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 못해서 힘들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학교나 정부는 학생 선수의 상급 학교 진학이나 수업 결손 보충 제도를 만들고, 보완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운동을 그만둔 학생들을 위한 진로 탐색이나 학업 지원 제도는 한두 가지 뿐이다. 박시영 씨는 "선수였던 학생들은 일반 학생보다 공부에서 분명히 수준 차이가 있다"며 "운동을 그만둔 학생들을 위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작은 동기부여로 성적에 비례해 장학금을 주는 등의 제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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