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보는 세상]
아침 안 먹기는 기본에 '1일 1식'만 하기도
라면 등 간편식 위주 식사···"소화불량 느껴"
기숙사·자취방 살면 제대로 된 식사 더 못 해

편의점에서 산 유부초밥과 컵라면. 대학생 김주영 씨의 하루 식단 전부다. /김주영
편의점에서 산 유부초밥과 컵라면. 대학생 김주영 씨의 하루 식단 전부다. /김주영

저녁 8시, 김주영 씨(21)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서울에서 혼자 지내는 딸의 안부를 묻는 부모님의 전화다. 전화는 항상 "밥은 먹었어?"라는 말로 시작한다. "어, 잘 챙겨 먹었어"라고 말하는 김씨의 표정이 밝지 않다. 말과 다르게 밥을 굶거나 부실하게 먹은 적이 많았다.

이는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많은 대학생이 끼니를 거르거나 편의점 음식 등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식단과 식습관을 파악하기 위해 2023년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총 11명의 대학생이 먹은 음식의 종류와 섭취 시간을 조사했다. 이후 개별 면담을 통해 이들이 그런 식단과 식습관을 가지게 된 이유와 경험한 부작용을 살펴봤다.

조사 결과 모든 학생이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중 6명은 5일간 한 번도 아침을 먹지 않았다. 공통적인 이유는 수면 시간의 부족 때문이었다. 대학생들은 아침 식사보다 잠을 더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한 구도은 씨(25)는 잠에서 깨면 곧바로 화장실로 향한다. 양치와 세수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집 밖으로 나온다. 이것이 구씨 아침 일과의 전부이다. 구씨는 "과제나 공부를 하다 보면 늦은 시간에 잠드는 경우가 많다"라며 "1교시 수업은 9시 반에 시작하기 때문에 밥을 먹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자야 졸지 않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대학생들에게 아침을 거르는 것은 흔한 습관이다. 이들은 아침을 먹지 않는 것의 부작용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황지윤 씨(21)는 "아침을 안 먹은 것의 영향을 받은 적은 없다"라고 밝혔다.

11명 중 5명의 학생은 하루에 한 끼만 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일 1식의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과식과 장염 등 소화 문제가 대표적이었다.

23일 저녁 김연수 씨(20)는 귀가해 짜장 라면 2봉지를 끓였다. 평소엔 다 먹지 못할 양이었지만, 10분 후 냄비를 깨끗하게 비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속이 더부룩하고 쓰린 느낌이 들었다. 김씨는 "시간표 때문에 점심을 먹기가 쉽지 않다"라며 "불규칙하게 식사하다 보니 장염이 온 적이 많다"라고 밝혔다.

간식이나 간단한 편의점 음식을 밥 대신 먹는다고 응답한 비중도 높았다. 11명의 대학생이 5일 동안 실시한 98번의 식사 중 편의점 음식이 차지한 횟수는 21번, 간식이 차지한 횟수는 13번이었다. 김민정 씨(21)는 버블티로 식사를 대체하기도 한다. 이동하며 먹을 수 있는 편의점 김밥을 먹기도 한다. 김씨는 "편의점에 있는 모든 김밥을 먹어본 것 같아서 질린다"라면서도 "끼니를 때울 수 있고 식비도 아낄 수 있어 편의점에 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라면은 대학생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이었다. 11명 중 10명이 5일간 한 번 이상 컵라면을 먹었고 그중 5명이 5일간 2번 이상 라면을 먹었다. 10명의 학생이 5일 동안 라면을 먹은 횟수는 총 17번이었다.

이 때문에 대학교 캠퍼스 내부에 있는 편의점들은 컵라면 용기 전용 쓰레기통을 비치하고 있었다. 대학교 캠퍼스 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송하은 씨(21)는 근무하는 3시간 동안 20ℓ 음식물 쓰레기통이 라면 국물로 가득 찬다고 밝혔다. 어떤 날은 쓰레기통을 2번 비워야 할 만큼 학생들은 컵라면을 많이 먹는다.

고려대학교 캠퍼스 내부에 위치한 편의점에는 컵라면 용기 전용 수거함이 있다. /김민
고려대학교 캠퍼스 내부에 위치한 편의점에는 컵라면 용기 전용 수거함이 있다. /김민

대학생들의 거주 형태에 따른 식단과 식습관의 차이도 있었다. 김가영 씨(20), 백지연 씨(21), 조서영 씨(21)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집에서 직접 반찬을 만들어 먹기에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취하는 대학생의 경우 늦은 밤과 같은 불규칙한 시간에, 즉석 조리 식품을 주로 먹었다. 2년 차 자취생인 김민주 씨(21)는 "혼자 사는데 장 보고, 요리하고, 설거지까지 하기는 번거로워서 즉석 조리 식품을 자주 먹는다"라고 말했다.

기숙사에 사는 경우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기숙사에 거주 중인 전효주 씨(21)는 "기숙사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가공육이나 간편식이 자주 나와 건강한 음식을 먹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기숙사 내부에 공용 조리 시설이 없는 경우 모든 음식을 사 먹어야 했다. 3년째 기숙사 생활 중인 전씨는 "밥을 해 먹을 수 없어 식비로 인한 부담이 크다.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한다"라고 밝혔다. 건강하지 않은 식단으로 소화가 안 되고 피부에 트러블이 생겼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대학생들의 식단은 물가 상승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시 점심시간, 이미 편의점의 모든 테이블에 손님이 들어차 있다. 조사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외식이 크게 부담되지 않았는데, 이제 약속이 없으면 밥을 안 먹게 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생은 밥상 위의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대학생은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식습관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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