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힘을 빼야 강해지는 알다가도 모를 법칙
모두가 연결되는 세상, 남이란 없다
'씨바 씨바 씨바~' 찬팅 요가의 희열

치앙마이 농부악 공원의 요가 수업에 참석한 사람들 /사진=박재희
치앙마이 농부악 공원의 요가 수업에 참석한 사람들 /사진=박재희

"하타 요가를 이끄는 메튜는 유독 인기가 많아. 일찍 와야 좋은 자리를 잡아."

요가 수업에서 만나 친해진 리지가 언질을 줘서 일찍 도착했는데 시작 20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와 매트를 깔고 있었다.

이미 말한 것처럼 나는 요가와는 무관한 사람이다. 코로나로 집콕을 할 때 홈 트레이닝을 해볼까 하고 유료 수업 앱을 구독했다가 등록 기간이 모두 지나버려 두툼하고 푹신한 요가 매트만 구석 자리에서 ‘언젠가’를 부르짖고 있었다. 뽀얗게 먼지를 쓰고 있던 매트를 한국에서부터 챙겨온 김에 매일 아침 농부악 공원의 무료 요가 수업 맨 뒷줄에 자리를 잡고 따라 하고 있을 뿐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엉거주춤 동작을 잇지 못하는 나와 번번이 짝이 되어 잡아준 사람이 리지다. 그녀는 영국의 초등학교 선생이다. 요가를 학교 수업에 응용하겠다며 발리, 뭄바이를 거쳐 치앙마이에서 200시간 수련을 마치고 자격증을 딸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Ha)는 태양, 타(Tha)는 달을 의미하는 거야. 음양의 에너지, 몸과 정신의 밸런스를 수련하는거예요. 긴장을 풀고 자기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세요." 매튜의 설명처럼 동작의 플로우가 느리고 내면에 집중하는 명상과 같은 단계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리지와 파트너가 되었고, 우리는 서로의 발 바깥날을 붙인 채 한 사람씩 파트너를 믿고 의지하면서 온전히 힘을 빼는 동작이 있었다. 중력과 인력을 느끼며 땅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동작인데 나는 계속 실패했다. 금세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내가 힘을 빼지 못하니 상대도 당기는 힘을 끌어내지 못했다.

 “재희야, 나를 믿어. 절대로 너를 떨어뜨리지 않을게.” "리지, 난 너를 믿어. 못 믿겠는 건 나야. 나를 못 믿겠어.” 힘을 빼야 땅의 강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묘한 법칙인데 내겐 너무 어려웠다.

생각해 보니 힘을 빼는 일은 언제나 최고 난도였다. 어디 요가만 그런가? 골프도 힘 빼기가 가장 중요하고 수영도 힘 빼기가 가장 먼저라고 했다. 운전도 그랬고 기타를 배울 때도 그러지 않았나. 세상살이, 힘 빼기가 중요하다. 힘을 빼고 유연하게 휘적휘적 살아보자.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부러지는 어리석음은 버리고 가기로 결심하고 리지 발의 바깥날에 기대서서 힘 빼기 연습을 했다. 올해는 힘을 빼는 법을 배워야겠다.

카렌의 요가 수업에는 중국의 기공이 결합되어 있다. 취권의 동작을 연상시키는 엉거주춤 자세로 몸을 흔들고 두드리고 비틀며 오장육부에 기운을 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카렌은 우리가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사랑과 치유, 그런가 하면 공포와 두려움의 기운을 주고받으며 교환한다고.

결국 세상에 남이란 없다는 신영복 선생의 말씀을 떠올리며 창창한 공원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커뮤니케이션에 돌입했다. 우주, 지구, 그리고 모든 타자와의 소통,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이해하지만 나의 내장 기관에 말을 건네기라니. 도무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실눈을 뜨고 사람들을 살폈는데 모두 자기 장기와 정말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내 오른쪽 콩팥아, 너를 사랑해. 내 간장아 너를 잘 보살필게. 나의 염통, 심장아, 너는 정말 아름답게 뛰고 있구나. 세상의 빛을 네게 보낼께…” 흡, 이게 이상한 사람은 진정 나뿐이란 말인가.

단어나 노래 가사를 반복하는 찬팅요가에 악기가 쓰이기도 한다. /사진=박재희
단어나 노래 가사를 반복하는 찬팅요가에 악기가 쓰이기도 한다. /사진=박재희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즐겼던 요가를 소개하려고 한다. 노래를 부르는 요가, 찬팅요가이다. 어떤 단어나 노래 가사를 반복함으로써 진동을 통해 깊은 명상의 효과를 얻고 집중력을 키우며 신진대사도 좋아진다고 했다. 옴(AUM)이라는 단어는 우주 근원의 소리를 반복하며 진동을 느껴보는 경험도 좋았지만 역시 나는 인도의 시바 신을 부르며 축복하는 찬팅이 좋았다. 

“시바 시바 시바 삼바~” 반복하다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스트레스가 풀리며 희열에 이르는 것이 아닌가. 씨바 씨바 씨바… 씨바 씨바 씨바 싸아암바~ 신이 나서 찬팅을 하다가 유난히 목청이 큰 사람이 있어 눈을 떴다가 구석 자리에서 신나게 북을 치며 찬팅을 하던 한국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푸훗~ 웃음이 터지는 걸 참다가 결국 우리는 마주 보며 깔깔 웃고 말았다. 

“씨바 씨바 씨바 싸아암바~ “ 시바 신이 농부악 공원에 웃음과 평화를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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