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일을 하며 만난 댄스 아티스트들 통해
움직임이 주는 아름다움 다시 느꼈다

한 달 사이 우연히 세 가지 새로운 춤을 경험했다. 리듬과 음률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몸이 가진 기세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동작으로 구현하는 춤에 대한 관심은 워낙에 가지고 있었던 터라 적극적으로 따라 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우선 부서 사업 중 하나로 개최했던 ‘2023 KF 공공외교 랩소디’의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인도 전통무용 오디시(Odissi)와 서아프리카댄스 워크숍에 참여했다. 오디시는 인도 동북부 오리사 지역의 힌두 사원에서 2000여년 전부터 추어 왔던 전통 인도 무용으로, 신화 속 신의 모습을 손동작과 표정으로 구현하며 신을 찬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춤이다.
그날은 시바 신의 배우자인 여신 칼리의 사랑과 분노를 표현하는 몇 가지 동작을 배워봤는데, 이렇게 오디시에는 동작마다 명칭과 의미가 담겨있어 몸을 움직이며 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고 했다.
워크샵을 진행한 오디시 전수자 금빛나 씨는 오디시는 인도의 8개 고전무용 중 하나라고 설명하며 ‘신의 모습을 구현하는 춤이라 눈동자, 목, 가슴, 손가락, 발 스텝이 가진 의미를 담아 표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드럽고 우아한 손동작에 이은 강렬한 눈빛과 경쾌한 발놀림. 생소했지만 신화를 전하는 스토리텔러가 된 듯했다.
다음 날에는 서아프리카 전통춤 클래스에 참여했다. 보름달이 뜰 때 마음에 둔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한 춤이라고 하는데, 젬베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숨이 거칠어질 때까지 강렬하게 움직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클래스를 진행한 아프리칸 공연그룹 포니케의 디렉터인 양문희 씨는 아프리카의 춤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과 민족에 따라 마주하는 자연과 일상의 모습에 차이가 있듯 움직임에도 차이가 있어 각각의 독특한 춤 형태와 스타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간단한 동작 몇 가지를 따라 했을 뿐인데도 움직임 자체가 흥겹고 자연스럽게 온몸에 기쁨이 도는 댄스라는 게 느껴졌다.

운이 좋게도 또 다른 아프리카 댄서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2023 KF 국민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프리카 댄스 컴퍼니 따그(tagg)의 댄서들이다. 한국과 세계를 잇는 국민의 활동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에서 댄서들은 여성의 검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한국의 진주검무와 배냉의 홍강이라는 춤을 결합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 냈다.
음악을 제작하고, 양국의 검무 전수자들에게 춤을 배우고, 워크숍을 진행하는 전 과정을 필름에 담아 CGV에서 상영회를 가진 것을 물론 관객 앞에서 직접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아프리카 댄스와 한국의 전통춤을 결합해 강인한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한 따그의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몸짓과 눈짓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내 안의 자유로움과 힘을 느끼게 하는 움직임이 춤이다. 문화적인 의식과 이를 전승하고 공동체 의식을 쌓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전통적인 춤부터 현대적인 비트와 움직임 등 다양한 요소들을 융합해 젊은 층에도 관심을 받는 춤까지, 춤을 춘다는 것은 역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경험했다.
나를 벗어나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 역시 춤을 통해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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