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딸과 함께 떠난 2박3일 도쿄 여행
새로운 시각과 취향을 얻다

도쿄에서 열린 ‘SDGs Week EXPO 2023’는 아이부터 환경 관련 전문가까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말 그대로 ‘박람회’였다. /사진=NIKKEI MESSE, SDGs Week EXPO 2023
도쿄에서 열린 ‘SDGs Week EXPO 2023’는 아이부터 환경 관련 전문가까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말 그대로 ‘박람회’였다. /사진=NIKKEI MESSE, SDGs Week EXPO 2023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딸과 함께 2박3일 일본에 다녀왔다. 아이의 기말고사 이후로 일정을 잡은 이번 일본행은 이전 가족여행과는 조금 다른 목적의 여행이었다. 12월 6~8일 도쿄 빅사이트(Tokyo Big Sight)에서 열린 ‘SDGs Week EXPO 2023’에 방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다.

‘에코 프로’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올해로 25회째 개최되는 일본의 환경 관련 종합 전시회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위한 기술, 제품, 서비스, CSR 활동 및 각종 환경 보호 활동과 정책, 산학 제휴 사례 등 환경에 관한 최신 정보와 일본 기업과 단체의 대응을 소개하는 자리다.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남편의 출장 일정에 맞춰 나와 아이도 함께 박람회를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계획된 여행이라 다른 일정은 별다르게 세우지 않고 출발했다.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 오전에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행사장으로 바로 가기로 했기에 미리 알아본 공항버스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다음 버스 출발시간까지 40분이나 남았다는 안내에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구글맵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딸아이가 상황을 정리했다.

“엄마, 그냥 지하철 타. 도쿄는 지하철이 잘 되어 있다고 들었어.” 재빠르게 휴대폰을 열어 검색을 한 후 자기를 따라오라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교통카드를 사고, 충전을 하고, 열차의 출발 플랫폼을 찾아 지하철을 타기까지 군더더기 없는 가이드였다. 정보를 찾아내 실행하는 속도에 감탄하며 아이에게 호텔까지의 길 안내를 맡겼다. 언제 저렇게 다 컸는지, 내심 든든하기까지 했다. 

출장이나 여행으로 여러 차례 도쿄에 왔었지만 빅사이트를 방문해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과연 일본 최대의 국제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큰 규모의 전시장이었다. 한국에서 예약한 티켓으로 입장을 한 후 행사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일본어 설명과 안내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부스에 적힌 한자와 사진을 통해 내용을 파악해 가며 눈에 띄는 부스들을 방문했다.

500여개의 부스가 참여한 이 행사는 예상했던 것보다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었다. 민간기업부터 지자체, 학교와 환경 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부스를 운영해서인지 내용 자체가 방대했다. 환경과 연계한 사회 기반 산업부터 에너지, 건축자재 등을 전시한 기업 부스, 환경 캠페인과 ESG 활동,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 제품과 친환경 공예품을 소개하는 부스까지 환경이란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동시에 선보이는 행사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방문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는 게 눈에 띄었다. 부스마다 체험존과 설명회를 열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관련 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현장학습으로 단체방문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많았던 것도 그 이유라 생각한다.

”여러 방면으로 환경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야. 지역의 마스코트들이 자기 동네 친환경 활동을 설명하는 곳도 있고, 화장실 변기와 물에 관해 설명하는 부스도 있고 말이야.”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니 딸아이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한적하고 건물도 낮고 조용하고’ 딸이 직접 찍은 자신이 좋아한 도쿄의 풍경이다. /사진=김현주
‘한적하고 건물도 낮고 조용하고’ 딸이 직접 찍은 자신이 좋아한 도쿄의 풍경이다. /사진=김현주

이후 일정도 가능한 아이에게 결정하도록 했다. 시부야라는 지역을 정했다면 그곳에서 보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은 스스로 찾아보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검색을 통해 장소를 찾고 동선을 파악해 안내까지 하는 딸 덕분에 나 혼자 왔다면 가보지 않았을 곳들을 가볼 수 있었다.

한 건물 통째로 캐릭터 인형과 굿즈를 팔고 있는 하라주쿠의 캐릭터 샵 ‘KIDDY LAND’에 가서 ‘리락쿠마(Rilakkuma)’라는 귀여운 캐릭터도 알게 되었고, 기타 전문 브랜드 펜더(Fender) 스토어에 방문해 전시된 다양한 기타들을 볼 수도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이에게 도쿄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게 무엇인지 물었다. 첫 일본 여행이니 어떤 게 마음에 남았는지 궁금했다. “일본어를 모르니까 말이 안 통하고 이해하기가 어렵기는 했어. 좋았던 점을 꼽자면, 큰 도시인데도 복잡한 길에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조용한 동네들이 나온다는 게 인상적이었어. 왜 도쿄도현대미술관 갈 때 지나간 동네들 말이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그 시간을 온전히 같이 보내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 그것을 통해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고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고맙게도 이제 딸과 나도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다. 딸과 함께 떠날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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