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최근 들어 하늘을 찌르는 하이볼의 인기
위스키의 품절 사태를 불러왔다는데···
식을 줄 모르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요즘 최고 인기를 구가 중인 하이볼 /그림=홍미옥, 갤럭시탭 S6
요즘 최고 인기를 구가 중인 하이볼 /그림=홍미옥, 갤럭시탭 S6

명절을 앞둔 대형마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명절 선물이라 하면 정육이나 과일, 전통주 아니면 굴비나 곶감 세트 정도가 최상위권 순위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최근 대형마트에 오픈런을 불러온 품목은 따로 있다고 한다. 바로 위스키다. 위스키? 솔직히 뜬금없다. 특히나 나처럼 술을 못 마시는 소위 '비주류' 들엔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 중심에는 이제 대중적인 주류로 자리 잡은 '하이볼'이 있다. 

고독한 미식가는 하이볼 대신 우롱차!

한·일 간의 복잡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받는 일본 콘텐츠에는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가 있다. 일명 '구루메 드라마'로 불리며 맛집을 순례하는 지극히 단순한 줄거리다. 하지만 은근히 빠져들게 만드는 소박한 재미와 매력이 있다. 그런 한국 팬들의 환호에 보답이라도 하듯 한국 맛집 시리즈도 제작되었다.

키가 훌쩍 큰 중년의 주인공인 ‘고로상’은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허겁지겁 그가 찾아낸 식당은 어김없이 낡고 좁은 선술집 같은 곳이다. 그리고 매번 주문하는 음료는 시원한 우롱차다. 우리네 같으면야 그 정도는 서비스로 얼마든지 마실 수 있겠는데 옆 나라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런가 하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메뉴는 바로 하이볼이다. 주인공 ‘고로상’을 제외한 식당의 거의 모든 손님이 그걸 마시고 있는 장면은 매회 등장한다. 마치 탄산음료를 들이켜듯 부담 없이 즐기는 모습이다.

하이볼과 햄버거의 만남이라니!

요즘은 집에서 하이볼을 직접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사진 제공=노원희
요즘은 집에서 하이볼을 직접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사진 제공=노원희

영락없는 라떼 세대인 내게 술안주라 하면 소주에는 매운탕이요, 맥주엔 치킨 혹은 마른안주 정도가 당연한 정답이었다. 그것도 눈으로만 즐기는 분야(?)였으니 그 오묘한 맛은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런 내게 술과 햄버거의 조합은 듣기만 해도 놀랄 일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입맛은 한참을 앞서가기도 하고 느닷없는 후진으로 레트로한 맛을 쫓기도 한다. 그래도 그렇지, 햄버거와 술의 만남은 참으로 우습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우리 집 20대 청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다 음주를 한 다음 날이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로 소위 해장을 하곤 한다. 최근에는 거기에 더해 술안주로까지 등장한 햄버거가 '하이볼'과 그렇게나 어울릴 수가 없다고 하니, 참 재밌는 세상이다.

동네 편의점에서도 캔 제품으로 쉽게 만날 수 있고 직접 만들기에도 비교적 간단한 편이어서 그런지 하이볼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위스키에 탄산음료를 섞고 레몬이나 라임을 곁들이는 것만으로 대충 완성이니 만들기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겠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가족 모임에서 가볍게 즐기는 술 메뉴로 사랑받는 중이라고 한다.

오호라~ 그래서 대형마트의 위스키 품절 사태를 가져왔나 보다. 세상은 참으로 소소하게 혹은 재밌게 변해가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이젠 하이볼의 맛을 모르는 사람은 정녕 비주류인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과 나뿐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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