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몰이 중인
약과의 매력은 무엇일까?
파지 약과 구입조차 영웅담이 되는 세태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신조어를 따라가기 바쁜 요즘이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로 혹은 촌철살인의 맛으로 불쑥 나타나 한동안 머무른다.

그렇다면 '약과라이팅', '약켓팅' 이런 말을 들어 보셨는지? 이 말이 생소하다면 영락없는 기성세대다. 이삼십 대 젊은 층, 특히 여성들 사이엔 이미 '고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SNS를 통해 인기 먹거리로 등극한 약과 열풍이 심상찮다. /그림=홍미옥, 갤럭시탭 S6
최근 SNS를 통해 인기 먹거리로 등극한 약과 열풍이 심상찮다. /그림=홍미옥, 갤럭시탭 S6

약과에 가스라이팅 당하다?

최근 몇 년간 방송을 통해 가장 많이 들리는 말 중의 하나는 가스라이팅일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뜻한다. 우리에게는 영화 '가스등'으로 그 의미가 알려지기도 했다. 주로 범죄에 이용되는 등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이 많긴 하다.

하지만 본래의 뜻과 다르게 우리를 사로잡는 그 무엇에 '가스라이팅'을 붙여 재밌게 사용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약과라이팅'이다.

그저 옛날 과자, 또는 제사상에 올리는 고리타분한 음식 취급을 받던 한과였던 약과가 요즘 상종가를 달린다는 소식이다. 특히 SNS 입소문을 타고 그 인기가 불길처럼 퍼지는 중이다. 마치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것은 천상의 맛이다'라는 말이 환청처럼 들리는 현상이랄까?

약과 구입을 위한 눈치싸움은 물론이오, 가게의 번호표를 타기 위한 노력으로 '약켓팅'이란 재밌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오죽하면 약과에 가스라이팅 당하고 싶다는 농담까지 생겼을까!

약과의 변신은 무죄

밀가루로 만든 쿠키 위에 한과의 대표 격인 약과가 올려져 있는 쿠키 약과 /사진=오밀조밀과자점
밀가루로 만든 쿠키 위에 한과의 대표 격인 약과가 올려져 있는 쿠키 약과 /사진=오밀조밀과자점

사실 예전만 해도 조그만 생김새에 비해 약과는 만들기도 먹기도 쉽지 않은 과자였던 모양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소설 토지에는 이런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설을 앞둔 최참판댁에서는 여러 날 전부터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특히 쌀을 다섯 말이나 솥에 안친 아낙들이 술을 빚기 위해 술밥을 찌고 약과를 위한 '지에밥'을 말린다는 대목이 나온다.

생경한 단어인 지에밥이 뭘까 하고 찾아보았다.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고두밥으로, 약식(藥食)이나 인절미 혹은 술밥으로 이용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정이 단순하지 않은 만큼 약과는 명절에나 먹던 귀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요즘 디저트는 온갖 재료로 다양하게 변신 중이다. /사진=오밀조밀과자점
요즘 디저트는 온갖 재료로 다양하게 변신 중이다. /사진=오밀조밀과자점

세상이 변하는 만큼 약과도 그에 발맞춰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는 모양이다. 몸에 좋은 온갖 재료로 먹음직스럽게 구운 쿠키 속에 살포시 자리 잡은 약과도 인기다. 밀가루와 쌀가루가 한 몸이 되어 쿠키 약과라는 이름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또 재밌는 것이 있다. 요즘의 디저트라 함은 소위 'SNS 포토존 주인공'으로 불릴 만큼 비주얼이 관건임은 부인할 수 없다. 무조건 이뻐야 함은 물론이고 먹거리임에도 우아함까지 요구되는 게 현실이다.

한데 예전 같으면 팔아치울 엄두도 못 냈을 부서지고 조각 난, 마치 먹다 남은 듯한 모양의 파지 약과까지 없어서 못 구할 정도라고 한다. 하기는 김밥도 못생긴 꼬투리가 맛이 있으니 부서지고 못생겨도 충분히 감미가 된 파지 약과가 맛이 없기는 힘들겠다. 그래선지 SNS에는 줄 서서 파지 약과를 구입했다는 사진과 글이 영웅담처럼 올라오기도 한다. 소위 약켓팅에 성공한 달콤하고 쫀득한 미소와 함께!

다음엔 무슨 디저트가?

자고 나면 생기는 전국의 대형 베이커리카페 열풍 때문일까? 디저트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그 유행도 부지런히 옷을 갈아입곤 한다. 소금빵이 인기인가 하면 달콤함의 시조새 격인 마카롱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그 밖에 이름을 읽기도 외우기도 힘든 온갖 디저트가 시선을 끄는 비주얼로 고객을 유혹하는 지금이다.

그래선지 전통음식에 환호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이 기특해 보인다. 더불어 단단하고 진득하게 그 자리를 사수하고 있는 우리 약과의 약진도 그 맛만큼이나 대견하고 달콤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