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샷 의무화·살인 예고자도 신상 공개
가석방 없는 종신형, 국민 31%는 반대
21대 국회 법안 가결률 4.76% 최저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발생하자 여야는 앞다퉈 관련 입법에 나섰다. 예방률과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이지만 법안이 실효성을 갖추지 못하면 통과율이 낮은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흉기 난동 이후 대책으로 법안 4건이 발의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범죄자의 인상착의를 기록하는 머그샷 사진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서현역 칼부림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머그샷 촬영을 거부해서다.
하지만 헌법재판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관한 헌법적 연구’ 보고서는 “머그샷 공개 등 신상공개 제도 확대화 경향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력범죄 피의자를 대중 앞에 전시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 안전을 방위할 책무를 손쉽게 완료한 것처럼 행세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살인예비 피의자를 신상 공개 대상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피의자 신상 공개가 가능한 특정강력범죄의 범위 안에 살인예비죄를 넣는 형법 개정안이다. 그러나 살인예비 혐의는 살인하려 했다는 의도가 입증돼야 하며, 구체적인 살인 계획과 그 대상이 특정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김 의원은 도검·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 등의 소지 허가를 받은 자는 5년마다 허가를 갱신하도록 하는 내용의 총포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정기적인 관리가 없으면 호신용이 아닌 범죄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흉기 난동 사건 이후 호신용품 판매량이 급증했는데 소지 기준을 강화해서 불편하게 하면 시민이 더 무방비로 있게 될 우려가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9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금고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엔 가석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에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을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무기형의 가석방 기준을 20년에서 25년으로 강화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경우 반대 여론도 엄연히 존재한다. 리얼리서치코리아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성인남녀 406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찬성한다'가 68.9%를 차지했다.
이어 △‘처벌 강화에서 찬성하지만, 가석방 없는 종신형까지는 과하다’ 17.4% △‘처벌 강화는 필요하지만 과연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12.4% △‘현행 기준으로도 충분히 엄격한 처벌이 가능하므로 형벌 추가는 불필요하다’ 1.3% 순으로 조사됐다.

흉악범에 대한 분노 여론에 힘입어 발의된 해당 법안들이 실제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역대 가장 많은 2만 94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956건이 원안 및 수정 가결되는 등 법안 가결률은 4.7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양당이 극한으로 대치하면서 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단순 처벌 강화로는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안 발의에 신중함이 요구된다"며 "인기 위주로 법안 발의를 하면 잠시는 홍보 효과가 있겠지만 통과될 때가 완성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비슷한 취지로 발의된 법안도 수년간 잠자고 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무차별 범죄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2021년 대표발의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사회에 대한 증오심 등을 표출할 목적으로 한 범죄’에 대해 2배까지 형을 가중해 처벌하는 내용의 특가법 개정안을 2020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나 낮은 관심도로 상정만 해둔 채 논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묻지마 범죄를 별도로 규정해 가중처벌하는 것은 현행법상 이미 사형으로 법정 최고형이 규정된 상황에서 처벌의 하한선을 높이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문위원들은 가중처벌 법안 관련 검토보고서에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무차별 범죄'를 규정한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묻지마 범죄 예방엔 근본적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나라에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고 취업에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한 2만4000명 정도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며 "만약에 일본의 전례를 참조한다면 우리가 이 2만4000명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사회서비스 내로 끌어들이면 이 사람들의 위험을 좀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은둔형 외톨이 등이 왜 사회로부터 격리되는지 원인을 찾고 건강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사법입원제의 경우 한번 정신질환을 진단받으면 평생 정신병원에서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제발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호소"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