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좌충우돌 연기도전기]
관객들과 주고받는 관객 참여 공연은
관객, 배우 모두 즐겁고 신나는 시간

(지난 호에서 이어짐)

공연 첫날, 처음 가는 소풍처럼 설렜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처음 아버지 손을 잡고 시장에 가서 알록달록한 원피스를 입었을 때의 기분, 그 원피스를 사서 손에 쥐고 오면서 팔짝팔짝 뛰었다. 머리가 하늘에 닿을 것 같았다. 갑자기 그때의 모습이 뇌리에 스쳐 갔다.

그날 원피스를 입고 기분이 좋아 빙글빙글 돌았다. 원피스 끝자락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춤을 추었다. 그때의 기분으로 오늘도 신나게 춤을 춰야지(연극이 춤으로 시작된다). 춤을 추고 나면 긴장도 풀리고 연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지!

의상을 챙기고 머리에 얹을 닭 모자를 손에 고이 들고 집을 나섰다. 오늘 리허설을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마지막 리허설 때 춤추는 모습 /사진=김정희
마지막 리허설 때 춤추는 모습 /사진=김정희

어제 리허설 실수로 인해 배우들보다 연출 선생님께서 더 긴장하신 듯했다. 연극은 생방송이다. 혹시 실수하더라도 티 내지 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 누가 대사를 잊어버린 듯 머뭇거리면 다음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어가면 된다. 연출을 맡은 선생님께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눈이 마주치면 서로가 웃음을 교환하면서 굳은 표정을 풀었다.

분장이 시작되었다. 눈 주변을 붉은색으로 칠하고 콧날이 오똑하게 보이도록 입체 화장을 했다. 양쪽 볼도 약간 붉은 빛이 돌도록 볼 터치를 했다. 입술도 주홍빛으로 칠했다. 동료 배우를 불러 분장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입술을 쭉 내밀어 보기도 하고 눈썹을 깜빡깜빡 움직여 보기도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분장을 하고 있다. 볼 터치도 하고 콧날도 오뚝하게 보이게 입체 화장을 했다. /사진=김정희
설레는 마음으로 분장을 하고 있다. 볼 터치도 하고 콧날도 오뚝하게 보이게 입체 화장을 했다. /사진=김정희

얼굴 분장이 끝나자 깃털 달린 황금색 옷을 입고 특이한 신발을 신었다. 머리를 잘 빗어넘겨 닭 볏 모자를 쓰고 흘러내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목을 풀었다. “아아아~ 하나는 하나요, 둘은 둘이요, 셋은 셋이다.” 여기저기서 나름대로 목을 푸는 소리가 공중으로 날아갔다. 목을 풀고 대사를 중얼거려 보았다. 옆에 있는 배우와 대사를 맞춰보기도 했다.

연출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마이크를 달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아니 이것들이 워째 지랄이여, 지랄이. 잠 좀 잘라니께”이 대사로 마이크 볼륨 테스트를 했다. 조명을 담당한 사람은 조명 위치와 밝기를 조정했다. 소품들이 하나둘 무대를 꾸미고 음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자리를 하나 둘 메꾸어 갔다.

오후 7시, 드디어 막이 올랐다. 우리는 무대 뒤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큐 사인을 기다렸다. 조명이 화려하게 무대를 비추고 신나는 음악이 울렸다. 무대에 오른 우리는 리듬에 맞춰 팔 다리 목 엉덩이를 돌려가며 한바탕 춤을 추었다. 몸이 이완되고 긴장이 해소되었다. 관객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우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해설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섰다. 왕초인 나는 소품 위에 누워서 잠자는 자세를 취했다.

해설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섰다.  “여러분! 안녕들 하세요?”라고 말하자 “네, 안녕하세요?”라는 관객들의 답이 이어졌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묻고 답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극 속으로 끌어들이는 도입 부분. 일문일답이 이어졌다.

“여러분 우리 주변에서 하늘을 나는 것이 무엇이 있지요?”

“비행기요.”

“네 비행기가 있지요. 맞습니다. 그런데 동물 중에서 하늘을 나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파리요, 독수리요, 참새요.”

“하하 파리가 있었네요. 그렇죠. 파리도 하늘을 날죠.”

중간에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나오고 해설자의 재치가 이어졌다.

“하늘을 나는 동물은 날개가 있지요. 독수리도 날개가 있고 참새도 날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날개는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 그런 새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리요, 타조요, 타조는 날지 못하지만 무지 빠르게 달려요, 칠면조요.”

“맞습니다. 오리, 타조, 칠면조는 날개는 있지만 날지는 못합니다. 그럼 여러분 닭은 어떻습니까? 닭은 평상시에는 다리를 이용해서 이동하다가 개가 쫓아오거나 위협을 느끼면 담장이나 지붕 위로 펄쩍 날아오르죠? 그럼 닭은 길짐승일까요? 날짐승일까요?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시비를 가려보겠습니다. 시비를 가리기 전에 닭 연습을 한번 해 볼까요? 지금부터 여러분은 닭이 되는 겁니다. 여긴 닭장이 되겠죠? 어디 닭 연습 한번 해볼까요?”

해설자의 진행에 따라 여기저기서 재미있다는 듯 웃음소리가 터진다.

“닭 소리 한번 내 볼까요?”

“꼬꼬. 꼬끼오. 꼬꼬데 꼬꼬데 꼬끼오. 삐악삐악. ”

“모두 잘하셨어요. 이번에는 닭 소리와 함께 푸드덕대는 닭 모습도 흉내 내볼까요?”

닭 소리와 함께 푸드덕대는 동작이 이어진다.

서로들 꼬끼오 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허리를 치기고 하고 두 팔을 벌려 나는 모습도 흉내 낸다. 두 편으로 나누어 어느 편이 닭 소리를 잘 내는지 경합을 한다. 서로 목청을 높이고 허리와 엉덩이를 두드리고 두 팔을 휘젓는다.

자는 척 누워있던 나는 실눈을 뜨고 관객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모두 신이 난다는 표정이다. 연극이 무르익을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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