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좌충우돌 연기도전기]
조명이 들어오자 눈 위치 어디에 둬야 하나 고민
눈부신 조명에 놀라 대사를 잊어버리는 배우도
(지난 회에서 이어짐)
나는 날마다 혼자서 리허설을 했다. 대사도 맛깔나게 쳤다(순전히 내 잘난 멋에 사는 나의 해석임). 동작도 대사에 맞게 흉내 냈다.
연기지도가 있는 날이면 지도 선생님께 연기지도를 받고 재빨리 집으로 돌아와 잊어버리기 전에 내 입과 내 몸이 찰떡같이 알아듣고 반응하도록 노력했다. 남편과 딸이 신참 역할, 참모 역할, 개 역할 등 일인다역을 소화하고 난 닭들의 리더인 왕초 역할을 열심히 소화했다. 연극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춤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추고 리드미컬하게 이어지는지 점검했다. 때때로 딸의 지적을 받을 때면 관람객의 지적인 것처럼 수정해 갔다.
난 영화배우 송강호의 연기를 좋아한다. 그의 눈(目) 연기를 좋아한다. 외 쌍꺼풀이 그의 눈 연기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 대사뿐만 아니라 눈이 멋지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물론 송강호는 알아주는 연기파 배우이니 그의 연기를 논할 수 있는 처지는 못 된다. 그러나, 나도 저 배우처럼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보고 싶다는 희망은 품을 수 있지 않은가? 객석에서 나의 연기를 보고 ‘연기 제법인데’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드디어 리허설하는 날이다. 야외무대를 멋지게 꾸며 놓고 우리는 배역에 맞는 모자를 쓰고 옷을 입었다. 난 왕초역에 맞는 누런색의 옷을 입고 빨간색 닭 볏 모자를 머리에 얹었다.
조명 기사가 조명을 설치하고 밝고 어둠을 점검했다. 핀 마이크를 부착하고 한 명씩 대사를 하면서 볼륨을 조정했다. 무대 위에 서니 환한 조명이 눈부시다. 이렇게 세찬 조명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난생처음 쏟아지는 조명 아래 서 보니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진짜 유명 배우가 된 것 같이 기분이 업 된다.
관객들은 연극을 볼 때 어디에 가장 큰 비중을 둘까? 나는 무대장치와 배우들의 연기이다. 그런데 실제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 서 보니까 조명도 아주 중요했다. 조명에 눈이 부셔서 눈의 위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되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동료 배우는 조명이 너무 눈부셔서 순간 대사를 잊어버려 초반부 리허설에서 모두 긴장했다.

이번 ‘새’ 공연은 관객들과 호응하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어서 보는 사람도 같이 참여하는 재미가 있고 배우도 관객들의 호응에 따라서 한층 더 흥이 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리허설에서 예기치 않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리허설을 왜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사전에 이런 문제점을 알고 해결하기 위해 리허설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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