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재배 작물 선택은 매우 중요한 과정
남들이 한다고 따라가다간 실패
사전 조사와 분석을 면밀하게 해야
그 지역 특산물 선택하는 게 무난
귀농을 하게 되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드는 가장 큰 걱정은 역시 내가 선택한 작물이 제대로 된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품목을 선택한다는 것은 영농의 시작이다. 잘못된 품목 선택은 시간과 자금을 낭비하는 것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에 품목 선택에 대하여 몇 가지 알아 둘 것이 있다.
농업경영이란 농사를 지으며 경영을 하는 것을 말한다. 농업경영의 목적은 소득 또는 순수익의 극대화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많은 돈을 벌게 해 줄 작물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농업에 진입하는 귀농귀촌인의 입장에서는 농장 경영의 중심이 될 작물을 선택해야 한다.

귀농인들이여! 괜스레 돈을 벌 생각이 없다는 실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속으로는 돈을 짭짤하게 벌기를 원하면서도 겉으로는 난 농사를 지으면서 큰돈을 벌 생각이 없고 그저 좋은 농산물을 만들어 나누고 싶다는 이들이 있다. 맥 빠지는 소리다. 정말 치열하게 영농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농산물이 나오지 않는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상품은 나누기가 민망한 것이다. 취미 삼아서 하더라도 시작부터 끝까지 제대로 해보기를 바란다. 그래야 옆집 농민의 반이라도 쫓아갈 수 있다.
작물을 선정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 중 첫째가 군중심리에 의해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다. 어쩌다 들은 귀동냥으로 이 작물이 돈이 된다더라 하는 소문으로 시작한 농사는 십중팔구 실패한다. 정말 돈이 되는 것들은 남들에게 나누지 않는다. 검증이 필요하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고 독불장군처럼 나만 다르게 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 어느 정도 검증이 된 품목들을 외면하고 홀로 이 품목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재배를 시작했다가 낭패를 보는 수가 많다. 재배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판매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작물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 자신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선택은 나의 몫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위험하다. 부디 TV에 나오는 유망 품목이니 건강에 좋은 작물은 피해라. 화면에 가운을 입은 의사가 좋다고 하더라도 믿지 마라. 그저 광고일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성분과 효과를 말하는 것이지 판매 동향이 아니다.
사람들이 먹는 농산물은 수백 수천 가지겠지만 일정 시기에 밥상에 올라오는 것을 살펴보면 대개 20가지 정도이다. 우리는 쌀, 밀, 콩, 채소, 김치 등을 주로 먹는다. 거기에 고추, 마늘과 같은 양념이 더해진다. 그리고 기호와 취향에 맞게 가끔 제철 농산물이나 색다른 식재료를 첨가하면서 먹는다. 작물 선택은 나와 이웃들이 무엇을 먹는가를 조사하면서 시작된다.
작물을 구분하자면 특수작물, 지역 특산물, 기획작물, 신품종, 야생 작물 정도가 있다. 작물을 재배할 때는 한 가지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경영의 안정성을 위하여 두세 가지 정도를 선정하여 주 작물과 보조 작물 개념으로 재배하는 것이 좋다.
진짜 내가 재배하고 판매할 작물을 고를 순간이 오면 딱 일주일만 시간을 내어 보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사하고 분석할 것들이 있다.

첫째, 내가 가진 자원을 조사해야 한다. 우선 토지가 얼마나 되는지, 내가 가진 인적자원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자본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봐야 한다. 구매하거나 임차할 수 있는 토지의 규모와 입지를 따져 보라. 면적과 입지에 따라 가능한 작물들이 있다.
내가 가진 자본이 얼마인지 보자. 내가 얼마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따져보라. 필요하면 대출도 생각해야 한다. 귀농인을 위한 영농자금 대출이 있지 않은가. 물론 갚아야 하는 돈이지만 현금을 일시에 투입하는 것은 위험 요소가 다분하기에 분할 상환을 하며 자금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적 자원 분석은 과연 내가 전문 재배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어느 시기에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동원이 가능한 노동력을 따져봐야 한다. 대개 가족이 합심해서 농사를 짓거나 혼자 한다. 사람을 써서 농사를 지을 수도 있겠으나 요즈음은 생각보다 인력 수급이 어렵다. 그리고 마케팅 능력이야말로 중요한 인적 자원 요소이다. 생산능력과 함께 나의 마케팅 능력을 측정해 봐야 한다. 팔지 못하면 재배해 봐야 소용없다.
둘째, 지역 입지 여건을 분석해야 한다. 우선 쉬운 방법으로 지역 특산품이 무엇인지 조사해 보는 것이 있다. 지역마다 특산물이 있고 재배를 많이 하는 품목이 있다. 그 품목은 그 지역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이다.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를 들어보고 주민들에게 물어보라. 지역에서 생산량이 많고 판매가 잘 되는 것은 생산자 조합이 잘 결성이 되어 있다. 그리고 유통망이 잘 되어 있다.
셋째, 작물별 수급 현황을 조사한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작물들의 수급 현황과 내가 도전하고 싶은 작물들의 수급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다. 수급 현황이란 생산량과 소비량 추이를 말한다. 수급 현황 자료는 농촌진흥청에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농산물 소득 자료집’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하면 자료를 공유해 준다.
넷째, 생산액 현황을 조사한다. 수급 현황 조사에서 생산량을 알아봤으니 생산액을 조사하는 것이다. 생산량이란 조업 기간에 생산된 해당 제품의 생산량이다. 무게일 수도 있고 개수일 수도 있다. 생산액이란 조업 기간에 생산된 해당 제품의 생산원가를 뜻한다. 원재료비, 노무비, 연료비, 전력비, 구입 수용비, 위탁생산비, 수리 및 유지비, 감가상각비 등 소요되는 비용을 계산하는 것이다. 생산량이 줄어들었다고 생산액이 함께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원자재비와 에너지비용이 증가하여 농산물 생산비용이 매우 늘었다.
다섯째, 생산 기술 수준이 어떤지 살펴보자. 이 단계쯤 되면 대략 품목들이 다섯 가지 내외로 압축이 될 것이다. 그 품목의 생산 기술 수준이 어떤지를 조사하여 내가 습득이 가능한지 따져보자. 너무 어려운 기술이어서 습득 기간이 길어진다면 본격적인 영농 시기는 늦춰야 한다. 영농 기술자를 고용해서 시작한다는 것은 도박이다.
여섯째, 해당 품목의 유통 판로를 조사하고 분석하라. 결국 팔아서 돈을 벌어야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농산물 유통에는 다양한 채널이 있다. 같은 농산물이어도 어떤 채널을 통하여 판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도매 시장에 낼 것이냐 온라인 판매를 할 것이냐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직접 팔면 도매 시장에 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은 높게 받을 수 있겠으나 물류비와 마케팅 비용을 내가 지불하기에 원가가 높아질 수 있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경영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나의 작물을 선정하자. 그리고 그 작물의 생산과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해야 한다. 문서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야 한다. 머릿속에 든 계획은 아이디어일 뿐이다. 손으로 쓰건 PC로 작성하건 문서로 만들어야 구체화된다.
사업계획서에는 연차별 자원 투입 계획과 구체적 수익에 대한 예측이 있어야 한다. 손익을 추정하고, 자금 조달 계획도 있어야 한다.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원, 농촌진흥청 등의 도움을 받고 전문 농업 경영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당부한다면 이렇게까지 사업분석을 하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었음에도 확신이 없다면 첫 단계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확신이 있어도 나의 작물이 나를 먹여 살려줄지 모르는 판이다. 그리고 선택을 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매진하라. 농업이란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끝나는지 모른다. 결국 끝나봐야 아는 게 농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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