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시험도 어렵고 교육 과정 뽑히기도 어려워
자격증 따도 아직은 취업할 곳 적어 아쉬움

최근 들어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질문에는 치유농업에 관한 것들이 부쩍 늘었다. 농촌에 가서 안정된 생활을 하기 위하여 소득원을 찾던 중 치유농업이 유망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치유농업을 잘하기 위해서 치유농업사를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서 내게 자격증 취득을 물어본다. 필자는 치유농업을 가르치고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런 내가 치유농업사 자격증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치유농업이란 농업·농촌의 자원을 이용하여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치유농업을 운영하는 것은 농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조건에 맞추어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어서 시행하면 된다.

최근 예비 귀농귀촌인 중에서 치유농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치유농업이 유망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예비 귀농귀촌인 중에서 치유농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치유농업이 유망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치유’라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심도 있는 지식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정부는 수년 전부터 치유농업을 육성하고 치유농업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자격증까지 만들었다. 바로 치유농업사이다.

2021년부터 치유농업사라는 국가자격증이 만들어져 전국적으로 교육과 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치유농업사 자격은 농촌진흥청에서 마련하였다. 치유농업사는 농촌진흥청이나 지자체가 지정한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에야 시험을 응시할 자격이 생긴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15개의 양성 교육기관이 지정되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가 3개소, 경상북도가 3개소, 그 외는 도별로 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도 운영하고 있다. 운영 주체는 주로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이나 농업기술원들이다.

교육과정 이수 요건 시간이 무려 142시간이다. 1일 8시간 교육을 하면 18일가량이 소요되므로 대개 1주일에 2일씩 출석하여 두 달간 운영하고 있다.

치유농업사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치유농업사 시험보다 치유농업사 교육과정에 선정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치유농업사 교육과정에 참여하려면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통과하여 최종 합격할 수 있다. 서류심사는 자기소개서와 함께 경력과 자격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치유농업과 관련된 경력과 자격, 교육실적이 있으면 점수를 부여하여 평가하니 교육수료증이나 자격증 사본을 첨부해야 한다.

치유농업과 관련된 분야는 농업, 축산, 임업, 조경, 보건, 의료, 사회복지, 상담, 평생교육, 교육, 관광 분야 등이라고 한다. 해당 분야에 종사한 경력을 증빙할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농업인이라면 농업경영체 등록증이 필요하고 비농업은 사업자등록증이나 경력증명서가 필요하다.

치유농업과 관련된 자격은 농업과 함께 다양한 분야가 있다. 보건교육사, 청소년 상담사, 장애인 재활상담사, 평생교육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의사, 한의사, 약사 등의 전문 자격과 함께 조경, 시설원예, 유기농업, 종자, 화훼장식, 축산, 산림, 식물보호, 임상심리사, 직업상담사와 같은 기술자격이 해당이 된다.

보통의 농업인이나 귀농귀촌인들은 배점이 높은 자격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정에 들어가기 위하여 일부러 전문 자격증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치유농업사 자격증이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해 주지 않는데 치유농업사를 취득하기 위해서 더 유망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모습이다. 개인이 알아서 할 선택이기는 하다.

다만 배점 기준이 제일 높은 자격은 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수의사, 정교사이고 조경, 농화학, 시설원예, 종자, 축산, 산림 분야의 기술사 자격증이다. 농업인의 소득을 올리기 위하여 만든 자격증의 취득 조건이, 농업인이 치유농업을 하는 것보다 비농업 전문가가 치유농업을 하기에 유리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다. 경력에 대한 정량평가가 60점이면 자기소개서를 통해 평가하는 정성평가가 40점이다. 지원동기와 학습 의지, 향후 활동 계획을 쓰도록 되어 있다. 모두 대입 수준으로 쓴다고 한다.

치유농업사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치유농업사 시험보다 치유농업사 교육과정에 선정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1차 서류심사가 끝나면 2차 면접시험이 있다. 면접에서는 치유농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와 치유농업사의 역할 같은 것들을 물어본다고 한다.

매우 엄격하고 깐깐한 지원과정을 겪다보니 지원자들은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전국의 15개 교육기관 중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경쟁률이 낮은 곳을 찾는다. 그래야 합격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과하여야 치유농업사 양성 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응시자들이 자격시험보다 입학이 더 어려웠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2023년 5월 현재 전국에서 치유농업사 양성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치유농업사 교육과정을 이수하여야 드디어 자격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생긴다. 자격시험은 1년에 딱 한 번만 시행한다. 게다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나누어 시행한다. 1차 시험에 합격한 자들만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보통 1차 시험은 9월 초에 있고 2차 시험은 10월 말에 있다.

1차 시험과목은 치유농업과 치유농업 서비스의 이해, 치유농업자원의 이해와 관리, 치유농업 서비스의 운영과 관리로 3개 과목이다. 4지 택1형의 객관식 시험이다. 2차 시험과목은 치유농업의 운영 실무로 주관식으로 출제된다. 시험의 난이도가 매우 까다로웠다는 후기가 많은 것을 보면 만만찮은 시험으로 보인다.

시험주관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고 시행기관은 한국생산성본부이다. 시험에 관한 정보는 치유농업사 홈페이지(https://license.kpc.or.kr)로 가면 얻을 수 있다.

이토록 험난한 치유농업사 자격증을 따낸 사람들을 만나 보면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학 입시보다 더 어려웠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떨어진 사람들은 재수하겠다는 말을 삼간다. 고생이 심했나 보다.

치유농업사는 앞으로가 더 험난하다. 치유농업사에 대한 우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농사로’라는 사이트를 가면 치유농업에 대하여 자세히 나와있다. 그중 치유농업 Q&A 코너를 가면 끄트머리에 아래와 같은 질문과 대답이 있다.

치유농업사는 앞으로가 더 험난하다. 치유농업사는 아직 취업할 곳이 없고 치유농장은 치유농업사를 고용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은 치유농업이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치유농업사는 앞으로가 더 험난하다. 치유농업사는 아직 취업할 곳이 없고 치유농장은 치유농업사를 고용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은 치유농업이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Q. 치유농업사 자격을 취득하면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있나요?

A. 현재 법령상 치유농업사를 의무로 고용해야 하는 곳은 농촌진흥청이나 지방농촌진흥기관(도 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 중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교육을 실시하는 부서입니다. 향후 업무 협력을 통해 치유농업사의 일자리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Q. 치유농장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치유농업사가 배치되어야 하나요?

A. 치유농업사의 배치가 의무는 아닙니다. 단, 직접 치유농업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치유농업사를 고용할 경우, 더 질 높은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국 각자도생이다. 치유농업사는 아직 취업할 곳이 없고 치유농장은 치유농업사를 고용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은 치유농업이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치유농업사는 시행이 시작 단계라고 하지만 이미 연구와 논의가 십 년 전부터 이루어졌던 자격임에도 가장 중요한 고용과 지원에 관한 내용이 빠진 채로 시행된 점은 매우 아쉽다. 그래서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섣불리 치유농업사 응시를 권유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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