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귀농귀촌인과 농촌 주민 사이에
한쪽은 불친절, 한쪽은 낯섦 호소
귀농귀촌인은 농민에게 인사하고
농민은 친절·서비스 잊지 말아야
귀농귀촌 강의가 끝나고 교육생들 몇몇과 함께 점심을 함께했다. 밥을 먹고 차 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분이 농촌에 가면 괜히 주눅이 든단다. 그 이유는 첫인상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민의 첫인상’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어봤다. ‘웃지 않는 모습’, ‘무뚝뚝한 표정’, ‘검게 그은 얼굴’, ‘잔뜩 찌푸린 눈매’, ‘퉁명스러운 말투’ 등이 기억난다고 한다. 그들이 기대했던 모습은 나를 환영하는 모습이었을 텐데 외지인이 왔다고 조금은 퉁명스러운 태도가 못마땅했나 보다.

예전에 농촌의 주민들과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비슷한 주제이다. ‘귀농 귀촌인의 첫인상’이다. 농민들은 마을을 찾아온 도시인들을 보면 ‘얼굴이 하얗다,’ ‘나를 무시한다', ‘괜히 얼쩡거린다’, ‘돈이 많다’, ‘곧 떠날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하였다. 낯선 사람이 괜히 마을을 오가면 무서운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한단다. 그래도 손님 같아 반갑기도 하지만 선뜻 나서서 맞이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한쪽은 불친절함을, 한쪽은 낯섦을 호소한다. 인연이 잘 이어지면 함께 살아갈 이웃이 될 수도 있으나 첫인상만큼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당연하다. 처음부터 사이가 좋을 수는 없다. 역시 어려운 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 무언가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귀농귀촌인은 겸손의 자세가 필요하며, 마을 주민들은 친절을 갖추어야 한다. 귀농인이 마을로 이사를 하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리가 좀 잡히면 인사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가 금세 몇 달이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이웃들과 친해질 타이밍을 놓친다. 야구에서도 초구가 중요하다. 처음에 인사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귀농귀촌인들 중 나이가 들어서 가는 분들은 왕년에 내가 뭘 했다는 생각에 고개가 뻣뻣한 사람들이 많다. 희한한 자존심에 주민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회사에 있을 때나 임원이지 마을로 갔으면 신입사원 아닌가. 그렇게 회사에서 잘나갔으면 계속 거기에 있을 것이지 왜 조용한 시골로 와서 남들의 시선을 뭉개는지 모르겠다.
반대로 생각하면 오랜 회사 생활에 지쳐서 목 근육이 몹시 뭉쳐 있을 뿐인데 괜스레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친절하게 서로 대하면 오해가 없을 텐데 말이다. ‘친절’이 아쉬운 세상이다.
우리는 흔히 ‘친절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과연 새로 온 이웃들에게 어떻게 해야 친절한 건지 잘 모른다. 친절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요청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상냥하게 배려해 주는 것이다.
농민들이나 지역 주민들은 서비스에 대해서 다소 무감각한 것이 사실이다. 서비스는 도시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도 해야 하는 것이다.
원래 우리가 부르는 시골 인심이 바로 서비스이다. 예전에는 서로서로 배려했었다. 옛날에 멀리서 손님이 오면 주인이 어떻게 나갔는지 생각해 보라. 버선발로 뛰어나갔다. 생각해 보면 신발을 신을 틈이 분명히 있었겠으나 버선발로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반가움을 진심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제 우리 농촌에 서비스를 재충전할 때가 온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IMF 이후에 나라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졌지만 온 국민이 친절하게 서로를 대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그 이후 전국적인 서비스 바람이 불어 친절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은 다시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농촌에서 우선적으로 서비스가 필요한 쪽으로는 농촌관광이 있다. 농촌관광은 농업과 관광업이 융합한 것이므로 농촌관광을 하는 농민들은 친절 서비스가 필요하다.
보통 서비스는 고객에게 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고객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내 농산물을 팔아주는 사람이 고객이다. 최종 소비자뿐만 아니라 나의 농산물을 납품 받아주는 도매시장 직원이나 농협 직원, 유통센터 직원 모두가 고객이고, 내 농산물을 안전하게 배달해 주는 택배회사 직원, 우체국 직원도 고객이다. 이들에게 모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고객 만족이다.
‘친절’이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예의를 갖추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산다면 마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갈등도 해결하기 쉽다.
마을이 조금 개발이 되기 시작하고 사업이 잘되면 이상하게 갈등이 일어난다. 마을의 갈등을 해결할 때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역시 서비스 정신이다. 역지사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을 갈등은 돈 때문에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부분 일을 추진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서비스 능력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도 한다.
그래도 우리 농촌에는 진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친절한 농장이나 마을이 있다. 매우 매우 많다. 농촌으로 가는 이유는 넉넉한 인심 때문이다. 아무리 농촌 인심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지금의 도시 인심보다는 훨씬 넉넉하고 푸근하다. 사람들의 친절 서비스가 농촌에 존재하기에 가는 것이다.

고객 만족에서 가장 좋은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은 서비스를 말하는데 농촌에서는 실천하고 있다. 시골집에 가서 잠시 앉아만 있어 보라. 할머니들이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어 한다. 용기를 내어 마을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보라. 환하게 웃으며 맞이하여 준다.
예전에 고령의 어느 마을에 대학원 학생들과 놀러 간 적이 있다. 당연히 극진히 대접받았다. 하룻밤을 자고 떠나갈 즈음에 부녀회에서 상추랑 깻잎을 검은 비닐봉지에 싸서 주었다. 별거 아니지만 집에 가서 드시라는 선물이었다. 다들 환호했다.
‘봉송(封送)’이라는 우리 문화가 있다. 봉송이란 물건을 싸서 선물로 보낸다는 것인데 잔칫집에 가면 음식을 차려 놓고 대접한 후에 가시는 손님에게 남는 음식을 싸서 보내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늘 돌아가는 손님에게 빈손으로 보내지 않았다. 그 봉송을 우리가 경험했던 것이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1박 2일의 여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서비스가 무엇이었냐는 설문을 하였는데 모두 상추와 깻잎이 든 검은 비닐봉지를 적었다. 기대하지 않은 서비스에 감동한 것이다.
그럼에도 요즈음 농촌이 예전보다 인심이 못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도시인과 귀농귀촌인들이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다. 귀농귀촌을 통해 오히려 이기적인 도시 문화가 시골로 전파되어 인심이 야박해진 부분이 분명히 있다. 마을 골목에서 인사를 했는데 안 받아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도시에서 온 사람일 확률이 더 높다. 귀농귀촌인은 시골의 좋은 문화를 받아들이는 만큼 도시의 나쁜 문화를 전염시킬 수 있으니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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