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귀촌 생활은 자연과 공존을 배우는 시간
"논밭에서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를 발견"
숲속은 경이롭다. 숲속에서 많은 생명체가 살아간다. 인간이 숲속에서 살았던 시절은 까마득한 옛날이다. 지금은 숲 밖에서 생활하며 숲을 동경하며 살고 있다. 숲에서 자라나며 생명을 이어 나가는 수많은 식물과 곤충, 동물들은 나름의 생태계를 이루어 가며 균형 있는 삶을 꾸려 나간다.
인간은 숲을 떠난 후 숲을 그리워하는가 싶었지만 이내 숲을 파괴하며 자칭 ‘최상위 포식자’라고 생각하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에 살고 있다. 인간이 숲을 벗어나 도시로 쏟아져 나온 것은 산업혁명 시대. 46억년 전에 태어난 지구의 나이를 46살로 가정하며 인류가 지구에서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은 고작 4시간 전이며 지구에 치명타를 주었던 산업혁명이란 사건은 불과 60초 전에 일어난 것이다.
인간은 불과 1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인류가 태어난 숲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너무나 멀리 가버렸다. 숲을 떠난 후 콘크리트 상자 안에서 안락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새로운 고통을 접하며 살고 있다. 아마도 멀리 가지 못할 듯하다.
숲의 파괴는 지구의 파괴이며 인류의 파멸로 이어지고 있다. 숲을 복원하자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지금 현재도 지구의 수많은 숲은 식량 조달의 명분으로 밭으로 변해가고 한국은 주거지가 부족하다며 아파트로 변하고 있다. 점차 인간은 성공에 대한 욕망만큼 망가지고 병들어 가고 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질병의 덫 속에서 치유해야 한다며 발버둥 치는 나약한 존재. 그래도 다양한 생명을 건강하게 살도록 치유하는 것은 숲이다.

오랫동안 숲을 이야기하며 생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생태학자 최한수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논과 밭을 숲처럼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촌의 논과 밭은 인간의 목숨을 지탱해 주고 맛을 선사하는 먹거리를 선사한다.
그러나 정작 논과 밭은 숲과 들을 개간하여 인간의 방식으로 만들어 낸 구조이다. 그리고 자연의 섭리를 벗어나는 방식으로 식물을 키워내곤 한다. 질소 비료의 발명이라던가 GMO라는 신기술은 식물의 생장을 극대화했으나 지속 가능한 농업에 되레 위협을 주고 있다.
그는 숲을 생각한다면 우리 농촌의 논과 밭, 과수원에서 충분히 숲처럼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며 생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아 그와 함께 일하는 기회가 많다.

생태학자 최한수 박사는 원래 서울 사람인지라 대학까지 모두 서울에서 마쳤다. 생물학을 전공하여 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대한민국에서 생태 해설을 제일 잘한다. 숲을 함께 걸으며 만나는 모든 생물을 맛깔나게 설명한다. 어린이들과 부모, 노인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한다. 손녀를 안고 온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최한수 박사의 설명에 손녀와 할아버지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다.
2021년에는 EBS의 자이언트 펭수tv에 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어린이들과 MZ 세대의 우상인 펭수가 철새를 관찰하는 그를 찾아간 것이다. 새를 유독 좋아하는 그는 철새 동호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철새 이동이 많은 시기에는 동호인들과 함께 철새 도래지를 찾는다.
한양대학교 옆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살곶이 다리는 도시 하천의 생태계를 잘 설명해 주는 곳이다. 그곳에는 요즈음 극성이라는 가마우지가 많다. 물고기 사냥을 한 후 물에 젖은 깃털을 말리느라 날개를 양옆으로 쭉 뻗는 것은 민물가마우지의 특성이다. 그런 가마우지의 모습을 조류계의 ‘바바리맨’이라 부르며 해설한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는 해설에 따라온 청중들에게 스마트폰을 꺼내 보라고 한다. 그러고는 스마트폰에 꽃 사진이 많이 저장되어 있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한다. 대개 중년 이상의 사람들이 손을 든다. 그러면 그는 ‘여러분은 갱년기’라고 너스레를 떤다. 글로 쓰니 평범한데 실제로 들어 보면 이상하게 웃기다.
기후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여 전국을 다니며 여섯 번째 멸종 위기 시대에 대하여 강연을 다닌다. 지구가 다섯 차례에 걸쳐 겪었던 대멸종 위기에 이어 인류가 자초한 기후 위기로 인한 멸종 위기에 대하여 설명한다.
매년 전국 국립공원의 자연환경 조사를 한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해외의 생태 환경도 조사하러 간다. 최근에는 네팔 히말라야 원정을 하였고 몽골 초원을 답사하였다. 나와는 몇 년 전 영하 30도의 러시아 바이칼 호수 답사를 함께 했었다. 일주일간 머물면서 하루 종일 호수의 얼음만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그곳에서도 우리는 한국 수달 사랑을 외쳤다.

농촌에 가서는 생태가 중심이 되는 농업 경영에 대하여 컨설팅한다. 청년 후계농 교육과 귀농귀촌 교육에 강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 사업에서는 생태 관광 분야에서 독보적인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 그가 귀촌하였다. 서울서 살다가 충남 천안의 성환이라는 곳에 자리 잡았다. 성환은 배와 시장 순대가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배 농사를 지으신 장인, 장모 곁으로 갔다. 오래된 집을 수리하고 조그맣게 텃밭을 장만하였다. 아침이면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텃밭에 나가 일을 한다. 틈나는 대로 심어 놓은 것들을 돌보며 수확을 한다.
시골 가서 많이 부지런해졌다는 나의 칭찬에 손사래를 친다. 자신이 부지런한 게 아니라 밭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다고 한다. 상추 같은 야채를 심으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눈을 뗄 수가 없단다.
작년에는 당뇨에 좋다는 여주를 심었는데 한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여주가 주렁주렁 열려 곤란해졌단다. 많이 열린 것은 좋은데 어디다 내다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식구들이 먹어야 하는데 쓰디쓴 여주 50개를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이 없었단다. 어쩐지 지난해에 나를 만날 때마다 여주를 한 보따리씩 안겨주더라니.

귀촌의 매력을 물어보니 최한수 박사는 ‘소리’라고 답한다. 도시에서 자연에 가서 답사할 때는 카메라를 들고 생태의 모습을 담으며 감상을 하였는데, 농촌으로 집을 짓고 들어오니 자연의 소리가 너무 매력적이란다.
저녁이면 마을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 한없이 조용한데 시나브로 들려 오는 벌레와 새 소리에 마음이 맑아지고 옆집의 개소리에 정신이 든다. 비가 오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와 함께 매일 매일 달라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은 결국 자연 속에서 큰 소리를 못 내는 하나의 생물종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아직도 연장질이 서툴러서 장모가 뭘 하나 거들라고 일을 시키면 몸에 생채기가 나는 초보 귀촌인이다. 귀촌은 도시가 아닌 지역으로 가서 농업이 아닌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귀촌하여 우리 농경지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다.
논은 완벽한 습지라고 한다. 밭은 토종 식물과 외래종 식물의 공생 현장이고, 과수원은 나무와 벌레와 새들의 공존 현장이란다. 나의 경작지에서 다양한 생물종이 함께 나누며 사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완벽한 먹거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얼마 전 책을 냈다.『숲에서 생명을 만나다』라는 생태 주제의 책이다. 책을 통해 풀과 나무, 벌레, 동물이 공존하는 숲속에 희망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강의와 해설을 들은 많은 이들이 권유하여 낸 책이다. 이를테면 생태해설사들의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또한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생태와 공존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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