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일본식 샌드위치 가츠산도
바게트에 신선한 채소 듬뿍···베트남의 반미 샌드위치
밤 앙금 맛의 중독성이 강한 싱가포르 카야잼 샌드위치
향신료와 감자를 넣은 따뜻한 인도의 다벨리 샌드위치

건조한 대기에 촉촉한 봄비가 반갑기도 하지만 봄비가 내리고 나면 벚꽃이 다 떨어져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샌드위치는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 야외에서 먹어도 좋지만 비 내리는 창가에서 따뜻한 차와 함께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먹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돈가스가 듬뿍 들어간 일본의 가츠산도나 싱싱한 채소가 가득 채워진 담백한 반미 샌드위치는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일본의 가츠산도

본연의 맛에 충실한 일본의 가츠산도 /https://kr.freepik.com/free-photo/japanese-sandwich-with-breaded-pork-chop-cabbage-and-tonkatsu-sauce_7536426.htm
본연의 맛에 충실한 일본의 가츠산도 /https://kr.freepik.com/free-photo/japanese-sandwich-with-breaded-pork-chop-cabbage-and-tonkatsu-sauce_7536426.htm

일본 사람들은 세계의 모든 음식에 자국의 음식문화를 가미해 독특하게 재창조해내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 같다. 라면이나 카레도 일본이 종주국이 아니지만, 일본만의 독특한 특성을 살려 일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일본식 음식으로 탈바꿈되었다.

샌드위치도 서양에서 주로 먹는 음식이지만 이것이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돈가스나 계란말이를 넣어 재로 본연의 맛에 충실한 일본식 샌드위치를 만들어 냈다.

단순히 빵 사이에 튀겨낸 돈가스를 넣은 가츠산도는 특별한 것도 없고 보기에도 밋밋하지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이 있다. 이러한 깊은 맛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우동 국수 하나도 대를 이어 전수하는 일본의 장인정신에서 오는 특징인 것 같다.

두껍게 튀겨내는 돈가스와 달달한 소스를 바른 말랑한 빵. 단순하지만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엄격하게 조리방법을 준수하는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이 일본식 샌드위치 가츠산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 담백한 바게트에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는 베트남의 반미(bánh mì) 샌드위치

담백한 바게트에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어 먹는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 / https://saigonweekend.tistory.com/1221
담백한 바게트에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어 먹는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 / https://saigonweekend.tistory.com/1221

베트남에 갔을 때 정말 맛있게 먹었던 샌드위치가 반미 샌드위치이다.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도 반미 샌드위치 판매하는 가맹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의 반미 샌드위치는 세계적인 여행안내서인 '론니 프래닛'에서 선정한 세계 길거리 음식 베스트 10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반미는 베트남어로는 '바게트, 식빵'을 의미하는 말로 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서 만든 담백한 베트남식 바케트 맛이 가장 큰 특징이다. 베트남에서 이렇게 바게트를 만들어 먹게 된 것은 1883~1945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프랑스와 베트남 요리 문화가 어우러져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담백하고 고소한 베트남식 바게트에 각종 채소와 허브를 듬뿍 넣고 단맛, 짠맛, 신맛의 다양한 소스를 뿌려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온몸에 향긋하고 아삭한 식감이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드는 샌드위치다.

■ 밤앙금 맛의 중독성이 강한 싱가포르 카야((kaya) 샌드위치

중독성 강한 '악마의 잼' 카야잼을 넣은 샌드위치 / https://www.breadtalk.com.sg/product/kaya-set
중독성 강한 '악마의 잼' 카야잼을 넣은 샌드위치 / https://www.breadtalk.com.sg/product/kaya-set

싱가포르에 가면 선물로 사 오는 필수아이템이 카야잼이다. 카야(kaya)는 달걀, 코코넛 밀크, 설탕, 판단 잎을 첨가하고 설탕 대신 팜 슈가를 넣어 만든 달콤한 맛의 코코넛 밀크 잼인데 한번 먹으면 계속 먹고 싶어지는, 중독성이 강해서 ‘악마의 잼’이라고도 불린다.

카야 잼은 영국 선박 요리사로 일하던 중국의 하이난 족이 영국령인 말레이시아에 정착하면서 구하기 어려웠던 과일잼 대신에 빵에 커피를 곁들여 먹는 서양식 아침 식사 때 카야잼을 토스트 빵에 발라먹으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밤앙금과 같이 진하고 고소한 카야잼 샌드위치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아침 식사로 커피와 함께 즐겨 먹는 음식이다.

■인도의 각종 향신료와 감자를 넣은 따뜻한 다벨리(dabeli) 샌드위치

인도의 따뜻한  다벨리 샌드위치 / https://indianvegrecipe.com/kutchi-dabeli-recipe/
인도의 따뜻한 다벨리 샌드위치 / https://indianvegrecipe.com/kutchi-dabeli-recipe/

인도인들은 빵 사이에 향신료를 넣은 감자요리와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하여 만든 다벨리 샌드위치를 즐겨 먹는다. 샌드위치에 사용되는 빵은 모닝빵이나 디너롤과 같이 작고 동그란 빵인 파브(Pav)라는 빵인데 포르투갈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다른 샌드위치는 보통 차갑게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인도의 다벨리 샌드위치는 따뜻하게 먹어야 더 맛이 좋다.

인도의 요리에는 다양한 향신료가 많이 사용되는데 다벨리 샌드위치도 예외는 아니다. 따뜻하게 삶은 감자를 으깨서 칠리 고추, 커민, 정향 등을 첨가하여 만든 혼합 향신료인 다벨리 마살라(Dabeli masala), 과일, 채소, 식초, 향신료 등을 넣고 섞어 버무린 달콤하고 새콤한 인도의 조미료인 처트니, 병아리콩과 밀가루를 재료로 만든 바삭바삭한 식감의 튀긴 국수인 세브(Sev), 땅콩, 실란트로 등을 첨가하여 속재료를 만든다.

■호주의 건강식 베지마이트(Vegemite) 샌드위치

몇 년 전 호주에 놀러 갔다가 베지마이트(Vegemite)라는 호주식 스프레드 잼을 먹어본 적이 있다. 보기에는 초코잼 같아서 부담 없이 빵에 잔뜩 발랐는데 한입 베어 물고 나서 익숙하지 않은 맛에 놀라서 다시 뱉어낼 뻔한 적이 있다.

베지마이트는 효모 추출물로 만든 짭조름하고 약간 쌉싸름한 진갈색 페이스트인데 우리나라에서 '김치'를 먹는 것처럼 호주인들은 베지마이트를 건강식으로 즐겨 먹고 있다.

베지마이트에는 비타민 B군인 티아민,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엽산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국민 건강식으로 베이글, 토스트, 빵, 크래커 등에 발라 먹기도 하고 수프, 스튜, 육류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호주의 국민 건강식 베지마이트 / https://www.allrecipes.com/article/what-is-vegemite/
호주의 국민 건강식 베지마이트 / https://www.allrecipes.com/article/what-is-vegemite/

샌드위치는 간편식의 대명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메뉴이다. 때로는 간편한 아침 식사로, 때로는 허기진 배를 채우는 든든한 점심으로 샌드위치는 각 나라의 음식문화와 접목하여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며 무궁무진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베트남의 반미 바게트에 호주의 베지마이트와 싱가포르의 카야잼을 바르고 인도의 향신료를 듬뿍 넣은 뜨거운 으깬 감자를 넣어 먹으면 어떤 맛일까? 새롭고 창의적인 다국적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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