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민노총 종북·불법 몰이 통할까
당 내부 사실상 한국노총에 장악된 상태

지난해 4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지난해 4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종북 또는 불법시위 전문 단체로 여론몰이해 재미 보려던 정부·여당이 믿고 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역습당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이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전면 중단을 주도한 한국노총의 김동명 위원장이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경사노위 불참'을 이어갈 방침을 확인했다. 민주노총도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내달 3일부터 15일까지 약 2주간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의 회계 공시 의무화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동조합이 기부금 세액공제(조합비의 15%, 1000만원 초과분 30%)를 받기 위해선 회계 공시를 의무화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회계장부를 공개 못 할 이유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민주노총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던 김동명 위원장은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시행령)"으로 규정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회계장부 공개 요구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제화하는 근로기준법 등을 발의하며 한국노총과 호흡을 맞추는 이중 플레이를 펼쳐왔다.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함구하며 노조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을 구사해왔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조합의 회계 공시가 의무화되면 노조에서 정치권(특히 국민의힘)으로 흘러 들어간 불법 정치자금도 추적 가능해진다는 점과 관례적으로 국회의원 3석 이상의 지분을 요구해 온 공천 문제가 맞물려 양측의 스텝이 꼬인 것으로 풀이된다.

회계장부 공개 문제 큰 원인으로 작용
국힘·한노총 밀월 관계 드러난 부담도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의원을 위원장으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양수 원내수석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대거 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아울러 임 의원과 함께 한국노총 출신인 박대수 의원이 부위원장, 김형동 의원이 간사로 활동한다.

관계 부처에선 권기섭 고동노동부 차관, 김성호 고동정책실장, 박종필 기획조정실장, 이현옥 청년고용정책관, 최관병 국무조정실 정책관 등이 참여해 공정 채용법과 5인 이하 사업장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하는 법률안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이런 가운데 동일노동-동일임금을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은 노동개혁특위 비장의 무기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에 따라 근로조건을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고용 형태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간 임금 계약 조건이 다를 수 있는데 이를 금지하자는 것이었다. 김형동 의원 대표 발의로 임이자·박대수 의원까지 발의에 참여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과 청년유니온 관계자들이 지난 3월 24일 근로 시간 개편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이정식 고용부 장관과 청년유니온 관계자들이 지난 3월 24일 근로 시간 개편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을 집중하는 대신 한국노총에 대해선 당근책을 꺼내 들어 여야간 합의를 도출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을 막아보겠다는 시도였지만, 이날 김동영 위원장이 노동조합법 2조 통과를 직접적으로 요구하면서 작전이 실패했다. 또 각종 발의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마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노동 개혁의 방향성마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부터 올해를 노동 개혁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상반기 중으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각종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에 대해선 "절대로 정치나 선거, 진영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으나 주52시간제 탄력 적용 논란이 국정홍보 부족 때문이라는 김경율 회계사 등의 지적이 제기되면서 피동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이 됐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앞서 정부 주장을 69시간제로 왜곡해 항의하며 이정식 장관을 찾아간 청년유니온이란 단체도 당내 한국노총 인사의 기획 작품으로 알고 있다"며 "또 이번 사태엔 김성태 중앙위원회 의장의 책임도 없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노총 출신들의 권력 암투가 정부의 노동 개혁을 망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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