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가 추정의 과학인데 근거 부족 운운
최저임금 사용자위원 본지에 고충 토로
저소득·영세·청년 취약 계층일수록 고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월 10일 인천 남동구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해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월 10일 인천 남동구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해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추정통계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음식업, 숙박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는 이유로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됐다. 정부가 해당 통계 공개를 두고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최저임금을 노동계 요구대로 1만2210원으로 일괄 인상하면 최대 47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5일 최저임금위원회 한 사용자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들이 추정 통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차등 적용을 원천적으로 막았다"며 "통계라는 것이 추정의 과학인데 여당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익위원의 태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간을 끌기 위한 변명에 불과해 보였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저임금 일괄 인상은 청년층, 저소득층, 소규모사업장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내년 총선 공천 셈법이 우선인 한국노총 출신 여당 의원들(박대수·임이자·김형동 등)의 정치적 압박과 지연 전술이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결국 윤석열 정부 3년차인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 의뢰해 최저임금 인상 시나리오별 일자리 감소 효과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1만원(현재 9620원)으로 오르면 최소 2만8000개에서 최대 6만9000개 일자리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더 나아가 노동계 요구대로 1만2210원(26.9%)으로 인상될 경우 일자리 감소폭은 최소 19만4000개에서 최대 47만개로 추산됐다.

이는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평균 신규 일자리 수 31만4000명의 8.9%~22.0%에 상당하는 수준으로 일자리 증가보다 감소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럼에도 지난 2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영세자영업자의 독립된 통계가 아닌 국세청 및 통계청의 추정통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업종별 구분 적용을 부결시켰다. 통계 산출의 법적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국회로도 공을 넘겼다.

지난달 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근로자 측은 올해보다 약 25% 오른 1만2000원을 공식 요구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경영악화를 호소하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지만 공익위원들의 반대표로 결국 무산됐다. /연합뉴
지난달 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근로자 측은 올해보다 약 25% 오른 1만2000원을 공식 요구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경영악화를 호소하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지만 공익위원들의 반대표로 결국 무산됐다. /연합뉴

전경련 조사 결과 저소득층에 타격
업종·소득 시나리오별 차이 분명해
정부 연구결과 공개시 논란 불가피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층, 저소득층, 소규모사업장 등 근로취약계층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했다. 우선 청년층(15~29세)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되면 일자리가 최소 1만5000개에서 최대 1만8000개 줄었다. 노동계 요구안대로 1만2210원으로 인상하면 최소 10만1000개에서 최대 12만5000개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소득층(소득 2분위 기준)의 일자리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될 경우 최소 2만5000개에서 최대 2만9000개가 감소하고, 노동계 요구안대로 1만2210원이 되면 최소 20만7000개에서 최대 24만7000개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소득 취약성이 매우 큰 것으로 증명됐다.

영세 기업일수록 어려움을 더 크게 나타났다. 소규모사업장(종사자 수 1~4인)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될 경우 일자리가 최소 2.2만개에서 최대 2만9000개가 감소하고, 노동계 요구안대로 1만2210원이 되면 최소 15만1000개에서 최대 19만6000개가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숙박‧음식서비스업과 건설업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의 일자리 영향도 분석했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 시, 숙박·음식서비스업은 최소 1만2000개에서 최대 1만6000개, 건설업은 최소 2만2000개에서 최대 2만6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계 요구안대로 최저임금이 1만2210원으로 인상되면 숙박·음식점업은 최소 8만4000개에서 최대 10만7000개, 건설업은 최소 15만2000개에서 최대 17만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남석 교수는 "최근 영세기업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판매감소‧재고증가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어서, 최저임금이 추가로 인상될 경우 경영난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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