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용역 제안한 공익위원 다수 넘어가
국민의힘 노동특위 간사 김형동의 입김
문재인도 못 한 1만원 공약 실현 눈앞에

최저 임금의 업종별 차등 지급을 추진해 온 윤석열 정부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밀려 힘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임금 인상 요구에 몰렸다. 보수 정권인데도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무력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으며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000만원 상당의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최저임금위 내 선행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차등 적용이 이뤄진 건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첫해인 1988년이 마지막이다. 지난 34년간 단 한 번도 차등화된 적이 없지만 윤 대통령이 추진에 앞장서면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한국노총에 장악된 여당의 입김은 막지 못했다.
지난 2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할지를 놓고 투표한 결과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안건이 부결됐다. 이번 투표에는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참여했는데 찬성이 11표에 불과했다.
본지가 추가로 조사한 결과 공익위원 9명 중 7명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회의에 빠지면서 근로자위원은 총원 9명 가운데 1명이 적은 8명의 상태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또 사용자위원 중에선 이탈표(반대)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 지도부가 보수에서 좌파로 바뀌는 정치적 성향의 변화는 있으나 현재 사용자위원 내 대표자로 있는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업종별 차등 지급에 대한 확고한 찬성론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고용노동부에 연구용역을 요청한 공익요원 9명 가운데 7표가 노동계로 흘러간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6월 21일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정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방법 등에 대한 연구를 완료하고 심의요청일 전까지 제출해달라"고 했던 당사자다. 고용부는 올해 3월 31일 해당 연구 결과를 최저임금위원회에 전달하면서도 정작 국회를 통한 공개는 미루고 있다.

與 눈치 보는 고용부 연구 결과 공개할까?
김형동, 정치 셈법 운운 尹 국정 기조 묵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업종별 차등 지급에 선을 긋고 있어 고용부가 앞으로도 연구용역 공개를 하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임이자 의원과 같은 한국노총 출신으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형동 의원은 "정치적 셈법으로 따져도 큰 실익이 없다"며 업종별 차등을 반대한 핵심 인물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 회의부터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본격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26.9% 많은 금액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윤석열 정부가 이행하는 셈이다.
한편 경제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총의 복귀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조합의 회계 공시가 의무화되면 노조에서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는 불법 정치자금도 추적 가능해진다는 점이 노조 출신 정치 지망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또 관례로 국민의힘으로부터 3석 이상의 지분을 당연시하는 한국노총 출신 인사의 공천 문제도 대화의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현재 조직 내부의 사정이나 여러 가지가 있는데 때가 되면 또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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