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물가 4%대 진입 2년 만
근원 물가 5.6% 전월 대비 0.4%↑
비농업 고용 상승‧임금 상승 4%대
“매우 깊은 경기 침체 필요할 수도”

미국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9%를 기록, 2년 만에 4%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달 미국의 비농업 신규 고용은 25만3000명 증가,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4.4% 오르는 등 노동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Jiffy Lube 매장 외부에 구인광고. /AFP=연합뉴스
미국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9%를 기록, 2년 만에 4%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달 미국의 비농업 신규 고용은 25만3000명 증가,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4.4% 오르는 등 노동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Jiffy Lube 매장 외부에 구인광고. /AFP=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년 만에 4%대에 진입했다. 지난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인 100명 중 9명만이 물가를 우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미국 경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고 인지하는 것.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동결 단행 가능성이 가까워지지만 실제 물가가 잡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진화되지 않은 불을 다 끄지도 않고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그렉 입(Greg Ip) 월스트리트저널(WSJ) 경제 전문 논평가는 10일(현지 시각) 기고문에서 “최근 갤럽 응답자의 9% 만이 인플레이션을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그보다는 정부 리더십과 ‘경제 전반’, 이민과 총기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워싱턴의 싸움에서 인플레이션은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라며 “이는 미국인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으며 이는 매우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발발 시기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인의 인플레이션 적응에 대해 우려했다. 입은 “인플레이션 급등은 팬데믹과 전쟁으로 인한 상품, 서비스, 노동력 등의 공급 차질과 수요를 자극한 연방 부양책 및 제로 금리의 두 가지 주요 원인이 있었다. 현재 이러한 요인은 대부분 사라졌고 공급망도 정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2년 전 높은 물가와 임금이 진정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사람들은 여기에 적응해 자생력을 잃을 위험이 커진다는 주의가 있었는데 지금 그런 상황이 진행 중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미국 노동부는 4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했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물가상승률(4.2%)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월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5.0%)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노동부는 물가 하락이 휘발유 가격 하락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물가는 지난해 6월(9.1%) 41년 만에 최악의 상승률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4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9.1%) 41년 만에 최악의 상승률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최주연 기자
미국 노동부는 4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했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물가상승률(4.2%)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주연 기자

그러나 전월 대비로 볼 때는 또다시 상승했다. 지난 3월 0.1% 상승한 물가는 4월 0.4% 오르며 상승률이 확대됐다.

근원 물가 상승률도 전월보다 상승 폭이 축소(5.6%→5.5%)되고 있지만 여전히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때 근원 물가 수치를 근거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 식료품 가격은 대외적인 영향에 움직이기 때문에 정책으로 잡을 수 없고 근원 물가가 추세적으로 꺾일 때 물가가 잡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입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체 인플레이션보다 근원 물가 추세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다. 4월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5%로 3월의 5.6%에서 하락했다”며 “그러나 월별 근원 물가는 지난 4개월과 마찬가지로 0.4% 상승했는데 이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5%에 해당한다. 서비스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임금도 올해 첫 4개월 동안 4~5% 상승했는데 이는 2% 물가 목표에 비교해 너무 높은 수치다”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4월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거웠고 임금도 오름 추세다. 4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25만3000명 늘었다. 시장 예상치(18만개)를 크게 웃돌았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4.4% 올랐다.

입은 “미국인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해져) 계속될 것처럼 행동할수록 인플레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그러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잠재적으로 깊은 경기 침체를 유도하거나 2% 인플레 목표를 포기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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